트 차림이 주류를 이루는 직장인, 기업체 임원들에게 캐주얼은 집에서 잠잘 때 입는 ‘트레이닝복’에서 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캐주얼은 연예인, 스포츠 스타, 일부 자유로운 직종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뉴욕이나 도쿄, 런던, 로마의 중심가는 지금 캐주얼 물결로 넘쳐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강남의 압구정, 강북의 명동 등 패션 1번지는 캐주얼로 점령당한 지 이미 오래다.

 이제 캐주얼은 큰 조직의 보수적 기업 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아래서부터의 바람이 위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나야 이제 옷차림 같은데 신경 쓸 나이는 지났지 않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캐주얼은 세상에 따르면서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는 요긴한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옷을 잘 입으려면 옷차림에 관심을 가지면 된다. 옷을 많이 살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더구나 최근의 패션 흐름에는 옛것이 오히려 요긴하게 활용되기 때문에 지레 돈에 주눅부터 들 필요는 없다. 다음은 최신 유행 캐주얼을 아주 쉽게 소화하는 요령이다.

 먼저 옷장을 열어 꽤 오랫동안 입지 않았던 옷들을 꺼낸다. 낡아 물이 빠진 청바지며 면바지, 한때 유행했던 다양한 패턴의 셔츠가 눈에 띌 것이다. 물론 지금 주로 입고 다니는 수트들도 함께 꺼낸다. 이들 중 스트라이프 정장 상의에 조금은 물이 빠진 청바지, 캐주얼풍의 남방을 함께 매치한다. 문제는 신발인데, 바닥창이 낮은 스니커즈 하나쯤은 장만하자. 굳이 비싼 브랜드가 아니라도 중저가의 스니커즈는 길거리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나이 들어 배가 조금 나왔다면 남방을 허리띠 위로 조금 꺼내 헐렁하게 하면 된다. 드라마 <봄날> 속의 조인성, 슈퍼스타 베컴의 패션이 바로 이렇다.

 휴일 나들이에 나선다면 좀더 편하게 입어도 되겠다. 프린트 셔츠에 조금은 헤지고 물이 빠진 청바지, 그 위에 점퍼나 재킷을 걸치면 좋다. 단 점퍼는 유럽 등지에선 10년 전부터 거의 입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

 수트로 멋을 내고 싶다면 영국 쉐빌로풍의 어깨가 각지고 허리선이 강조된 정통 스타일이 최근 유행이다. 홈쇼핑 등에서는 20만원대에도 구입할 수 있다. 굳이 구입하지 않고 변화를 주고 싶다면 비어 있는 재킷 상의에 흰 손수건을 접어서 넣어 보자. 작은 손수건 한 장으로 당신은 야한 사람으로 변신할 것이다.

 캐주얼은 나 위주의 표현이다.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운 나.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캐주얼은 출발한다. 연장선상에서 살도 빼고, 근육을 단련하고, 담배를 끊고, 가볍게 향수를 뿌려 보자. 캐주얼한 당신이 거울 앞에 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