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여름, 국립무용단은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가 바로 그것. 독특한 이름을 내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예쁘게 솟은 버선발이 자주 앞뒤로 움직이며 춤추는 모습을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란 이름으로 표현한 이 프로그램은 한국 춤의 과거(전통)와 현재(창작)를 워크숍 형식으로 살펴보는 일종의 실험무대로 시작됐다.
 승무, 탈춤, 살풀이, 춘앵전, 굿 등의 한국 전통춤 중에서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 춤에 대한 설명과 시연을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창작춤을 연결해 보여주는 것이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의 진행 방식이다. 여기에 관객과 안무자, 출연자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일방적인 공연이 아니라 무대를 중심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하게 보고 느끼고 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단순한 해설에 그치는 여느 ‘해설이 있는 공연’들과는 달리 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춤의 현장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만의 장점이자 관객들이 호응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한국 춤은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한 일반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춤 감상’의 재미를 안겨주었고, 전공자나 학생들에게는 전통춤에서 미래지향적인 힘을 발견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안겨주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해 공연은 모두 네 명의 젊고 개성 있는 안무자들이 각각 이틀씩 네 가지의 색다른 무대를 꾸민다.



 첫 번째 무대   봉산탈춤 속에 형상화된 성(性)

 첫 무대는 ‘봉산탈춤’을 선택한 부산시립무용단 김미란의 무대다. 우리나라의 탈춤에는 유난히 남녀간의 적나라한 성적 표현과 성행위에 관한 내용이 많다. 김미란은 봉산탈춤 제2과장의 팔목춤 중 제1목의 춤사위와 그 의미들을 바탕으로 탈춤에 형상화되어 있는 남녀의 성을 이야기한다. 손재서의 시연으로 탈춤을 보여주고, 이어서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창작춤 <버려짐>을 보여준다. 탈춤 속 성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진정한 성의 의미를 찾아보고 건강한 에로틱의 세계를 선보이고자 한다.



 두 번째 무대   이매방류 승무의 춤사위 변용

 국립무용단원인 정소연은 현전하는 두 가지 승무 가운데 하나인 ‘이매방류 승무’ 속의 수많은 춤사위들을 통해 <어떻게든>이라는 현대적인 작품으로의 변주를 시도한다. 먼저 국립무용단 김호동이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인 이매방의 승무를 시연하고, 이어서 국립무용단의 젊은 무용수들이 창작춤 <어떻게든>을 선보인다. <어떻게든>은 왕, 내부의 우상, 감시자, 추종자, 유배자 등과 같은 주인공들을 배치, 인간 내면의 복잡함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난해한 관계망을 ‘거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는 춤으로, 이매방의 춤사위가 현대적인 옷을 입었을 때 어떤 식으로 표출되는지 지켜보게 한다.



 세 번째 무대   영남 살풀이 춤에 담긴 춤사위 찾기

 대구예술대 강사 추현주는 대구광역시의 문화재 제9호로 지정된 ‘영남 살풀이’의 전수생답게 ‘영남 살풀이 춤’에서 해답을 찾는다. 권명화의 살풀이 춤을 통해 영남 살풀이만의 특징, 강직함과 투박함이 묻어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다른 지방보다 조금 더 긴 형태의 명주수건을 통해 보여준다. 살풀이의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응용한 창작춤 <훠이~훠이~>는 살풀이의 의미가 인생의 희로애락과 업보를 푸는 행위이듯, 하늘의 문을 열고 미련 없이 떠나는 몸짓을 그리고 있다.

 네 번째 무대   서울 새남굿 속의 춤사위 변용과 예술정신

 한양대 무용학과 박사과정의  이미희는 ‘서울 새남굿’과 함께 창작춤 <해탈문>을 선보인다. 서울 새남굿에서 춤은 접신하는 과정과 굿의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는데, 창작춤 <해탈문>은 ‘굿’이란 궁극적으로 마음의 해탈을 위한 노력으로 현대사회에서, 그것도 예술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위가 곧 자아 수련과 해탈에 이르기 위한 노력임을 몸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8월10일부터 20일까지 공연된다.

문의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