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나는 주저 없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꼽겠다. 세상에는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도 많고, 학문적 가치가 높은 연구서적도 많지만 <국부론>은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최고의 모범이 되는 저서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서 상업적·경제적 근본 원칙을 광범위하게 고찰하면서 근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철학적 초석을 마련하였다. 지난 200년간 전 세계 경제학자들, 그리고 자유 시장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치고 <국부론>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근대 세계의 경제 정책을 일구는 데 도움을 주었고 오늘날 우리가 주장하고 실행하는 경제 정책의 기반을 제공하였다.

 출판된 지 200여년이 지난 책이지만 현대인의 상황과 정서에도 잘 맞는다. 애덤 스미스의 분석이 워낙 날카로운 데다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상당 부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 즉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와 그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부론>은 일종의 ‘시장 논리의 절대미’에 대한 훌륭하고 논리적인 해석서로서 우익 시장주의자들의 성명서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좌우익을 불문하고 <국부론>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호소력과 통찰력은 대단하다.

 물론 <국부론>에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쓸 당시 앞으로 200년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예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한국의 모든 기업인,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이 책은 결코 짧은 책이 아니다. 내가 읽은 영문 근대판은 1500페이지가 넘는다. 하지만 마치 성경책처럼 이 책은 우리 생애에 있어 한번쯤은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 원론 수업을 통해서 이 책의 제목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또 몇 줄의 주요 내용을 접해본 사람도 꽤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탐독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한국의 경영자와 여론을 주도하는 리더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특히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 책은 시장경제의 근거와 작동원리에 대한 기본 이해를 제공한다. 이런 기본적인 이해가 없이는 시장경제체계의 노동, 비즈니스 시스템 및 관련 법체계의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할 수 없다. 필자는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철학적인 측면에서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느낀다. 성장 대 분배에 대한 소모적인 대립에 몰두하는 대신,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이 책을 읽고 시장 메커니즘의 힘은 우리 마음대로 부정할 수 없으며 그 방향을 우리 자의대로 쉽게 바꿀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공산주의를 포함하여 그 어떤 정부나 체제도 시장의 힘에 맞서 싸워 이긴 예는 없었다.

 둘째, 오늘날 대한민국이 심각한 노동 관련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OECD에 속한 국가답게 보다 합리적인 방식과 세련된 매너로 노동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특히 국가의 부와 노동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지에 대한 기본 이해와 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 점에서 <국부론>이 노동과 국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기본 방향과 지침을 제공해줄 것이다. 이 책이 우익적 성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좌우익을 불문하고 수긍할 만한 기본 논리를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애덤 스미스는 지적한다.  “어떤 국가도 노동자를 착취해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들에게 동등한 보상과 지위를 제공하여 성공한 국가 역시 없다.” 그의 통찰력은 20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셋째, 대다수의 한국인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자본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는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많다. 그 가운데 좋은 것만 골라서 취사선택할 수는 없다. 사실 필자의 눈에는 한국의 전반적인 정서가 비자본주의적인 아이디어를 선호하는 것으로 비칠 때가 많다. 200여년 전 애덤 스미스가 살던 세계에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두 그룹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으며, 행동적·심리적 갈등 양상과 딜레마는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거의 동일했다. 애덤 스미스의 결론은 두 그룹 모두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해서 움직이며 누구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자본주의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국부론>은 자본주의의 성경책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살면서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일독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