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비경의 자연과 골프 코스의 신비로운 조화. 코스 설계자는 물론 골프장 소유주들이 한결같이 꿈꾸는 골프 코스 콘셉트다. 또 골퍼들도 이런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를 꿈꾼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골프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나가 만족스러우면 다른 하나는 부족하기 십상이다.

 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일찍이 중국인들은 계림의 산수를 천하제일이라 평했다. 서남부에 위치한 계림의 산수를 본 후 죽는 것을 평생소원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그만큼 계림은 중국 산수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는 누군가 무거운 바윗덩어리를 벗어놓기라도 한 듯 흘려놓은 3만여개의 봉우리들이 산재해 있다. 잠시도 어느 한 곳에만 시선을 잡아두도록 내버려두질 않는다.

 계림에서 즐기는 골프는 이들 비경과의 싸움이라 할 만하다. 천하 비경의 자연과 함께 하는 라운드인 만큼 최고의 만족감을 충족시켜 준다. 그러나 온갖 기교를 모두 쏟아낸 한국의 골프 코스에 익숙해진 골퍼들이라면 계림 골프장의 레이아웃에는 다소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다. 끝마무리가 덜 된 듯한 아쉬움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계림 국제공항에서 40여분, 계림 시내에서 20여분. 계림 3대 골프장의 하나로 명성을 자랑하는 산수골프장은 마치 옛 궁전을 연상케 한다. 각각 다른 모양의 수많은 산봉우리가 골프장을 감싸고 있으며, 각 홀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가운데 딱 버티고 선 바위산 봉우리는 마치 손을 벌려 골프 코스를 이루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도 한다.

 산수골프장의 특징은 지형과 경관 특성에 맞도록 음양의 조화와 풍수지리에 따라 설계됐다는 점이다. 전체 27홀로 산경(山景, 파36, 3521야드), 수경(水景, 파36, 2050야드), 석경(石景, 파36, 2708야드)의 3개 코스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골퍼들을 맞이한다. 이들 코스는 이름 그대로 산과 물과 돌이 어우러져 있다.

 가장 무난한 난이도의 산경코스는 길고 넓은 페어웨이를 향해 마음껏 장타를 날릴 수 있는 코스다. 골프장을 감싸고 있는 산봉우리들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홀을 배치함으로써 계림의 이미지와 가장 잘 맞는 코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어느 홀에서든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티샷을 하게 돼 산을 즐기며 라운드를 할 수 있는 홀이다.

 수경코스는 인위적으로 워터헤저드를 만들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 라운드에 악센트를 준다. 중상(中上)의 코스 난이도로 그린 경사가 심하고, 코스 각 위치에 벙커와 헤저드 등 함정이 많다.

 산수골프장 라운드에서 하이라이트 코스로 불리는 석경코스는 크고작은 독특한 바위들이 널려 있는 지대에 페어웨이와 그린이 누워 있다. 페어웨이를 제외하면 주변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여 있는 형상이다.

 특히 리프트를 타고 바위 봉우리 중턱에 위치한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면, 표고차가 40m는 족히 돼 보이는 아래쪽 페어웨이를 향해 티샷을 하는 색다른 묘미와 흥미를 만끽할 수 있다.

 산수골프장은 한 폭의 동양화와 다르지 않다. 동양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 라운드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18홀 라운드 내내 이어진다. 코스와 코스 사이를 걷다가, 혹은 아이언샷 후 그린을 향해 걷다가 바라보는 기이한 산봉우리는 꿈속을 거닐고 있는 듯 신비로운 계림의 비경에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특히 산경코스에서 만나게 되는 코스 중앙에 위치한 바위 봉우리는 때론 우아함으로, 때론 웅장함으로, 때론 가냘픔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로 골퍼들을 맞이한다.

 페어웨이가 넓은 탓에 처음 찾는 골퍼들은 산수골프장에서의 스코어에 자신감을 갖는다. 그러나 의외로 까다로운 코스 레이아웃으로, 쉽게 생각하다간 무너지기 십상이다. 또 활동사진처럼 펼쳐지는 기이한 형상의 자연경관에 취해 라운드가 아닌 관광유람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도 스코어를 무너뜨리는 적이다.

 아열대 기후로 여름이 덥고 겨울이 따뜻해 사계절 라운드가 가능하지만, 한여름철에는 무더위로 라운드에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한편 1996년 개장한 산수골프장은 올해 10주년을 맞이해 종합레저타운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5성급 대리석 별장식 호텔과 골프텔, 야외수영장, 승마장, 가라오케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산수골프장은 활쏘기, 야간골프 등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복합타운으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plus interview



 옹술정(翁述正) 회장

 올해 중 12개 프로그램 개발… 종합레저타운으로 재변신



 수골프장의 오너는 대만 출신의 옹술정 회장이다. 그는 또한 산수골프장의 코스 설계자이기도 하다.

 1990년 관광차 계림을 방문했다는 옹 회장은 계림의 절경에 빠져 2년 뒤 아예 이삿짐을 챙겨 계림으로 옮겨왔다. 아는 사람도 없었고, 교통을 비롯한 사회인프라도 대만에 비하면 척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당시 골프장 하나 없었던 계림에서 옹 회장은 대만 관광객을 상대로 한 골프장 사업을 떠올렸다. 특히 대만 관광객들이 단체로 계림을 방문해 여러 날 체류하며 관광과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복합단지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이주 2년 뒤인 1994년 그는 사업계획을 구체화 하고, 골프장 설계와 시공에 착수했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난 1996년 산수골프장은 그 모습을 드러내고, 골프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골프장 설계를 직접 했다는 옹 회장은 처음엔 외국의 유명 코스 설계자들을 초빙하기도 했지만, 계림의 산수는 그들이 실력을 발휘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대만에서 주택 및 건축 설계 관련 업종에 종사했던 옹 회장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설계에 문외한이었다면 어려움이 더 컸을 겁니다. 다행히 설계 관련 공부를 많이 했고, 오랫동안 그쪽에 종사했기 때문에 전문 코스 설계자들보다 자신감도 있었고, 비용 면에서도 더 이익이겠다 싶어 직접 골프장 설계를 하게 됐습니다.”

 그의 골프 구력은 25년. 그러나 실력은 형편없다. 아직도 110타가 평균타수라고 한다.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골프보다 말 타기에 더 열을 올린다. 1년 365일 그의 발에는 말 장화가 신겨져 있다. 처음 본 사람들에게 그는 산수골프장의 회장이 아니라 마구간에서 말을 관리하는 마부(馬夫)로 인식될 정도다. 복장도 스웨터 차림이다. 흔히 말하는 작업복 차림으로, 그는 투자자들과 상담하고 고객들을 맞이한다.

 산수골프장의 가장 커다란 특징에 대해 옹 회장은 “동양의 기술과 서양의 문화가 결합된 코스 콘셉트”라고 말한다. 또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신이 창조한 자연과 인간의 골프장 설계가 결합됐다고 덧붙인다.

 옹 회장이 가장 자랑하는 코스는 석경 코스로 특히 2번홀은 인공미 없이 모든 게 자연적으로 조성돼 하늘의 힘이 표현됐다고 강조한다.

 산수골프장의 주요 고객은 대만 관광객. 매년 8000명 정도의 대만인들이 골프와 계림 관광을 즐기기 위해 산수골프장을 찾고 있다. 일본인들이 2000여명 정도로 뒤를 잇고 있으며 ,한국인 관광객들은 300여명에 불과하다.

 각 국가별 골퍼들이 옹 회장에게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대만 사람은 대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보통이다. 특별한 특징이 없다. 그러나 일본 사람은 플레이에만 집중하며, 천천히 신중하게 라운드를 한다. 반면 한국 사람은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 보인다. 급하게 빨리빨리 치는 스타일이다.”

 올해로 개장 10년을 맞이한 산수골프장을 옹 회장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종합레저타운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12개 프로그램을 개발해 강서성에서 최고의 골프장과 레저타운으로 변모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지고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