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싱글족. ‘화려한 싱글’이란 문구는 당차고 멋지게 자기 인생을 사는 커리어족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40대에 진입한 이른바, ‘일 잘하고 잘 노는’ 김상숙(40) 계장의 마흔 싱글 인생을 따라가 본다.

 당한 커리어우먼. 그녀에 대한 이런 수식어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1989년 개장한 놀이동산 롯데월드에 입사해 지난해까지 홍보업무를 도맡아 온 베테랑으로, 입사 3년 만에 여러 번의 드라마 촬영을 성공적으로 유치하면서 홍보업무를 톡톡히 소화해 냈다. 또한 배움에 대한 열정, 넓은 세상에서 활동하려는 앞으로의 계획이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한다.

 “롯데월드에 입사한 건 다소 감상적인 부분이 작용했어요. ‘신드바드의 모험’이라는 그림책을 보고 동화적인 요소에 푹 빠져 있던 무렵, 롯데월드 신입사원 공채가 있었죠. 순간 느낌이 왔어요. 그래, 바로 이거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곳에 꼭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1989년 서울여대 아동학과를 졸업하고, 그 해 바로 입사한 김 계장의 첫 사회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1992년 드라마 촬영장소 유치를 위해 방송국을 어렵게 찾아갔다. 당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5분. 짧은 순간 안에 감독을 설득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그는 드라마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했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녀가 유치한 드라마는 당시 트렌디 드라마로 이름을 날린 <질투>.

 “사회경력도 부족하고, 어린 나이와 여성이라는 조건으로 홍보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이 어려웠어요. 나이 어린 제가 나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죠.”

 어서 빨리 관록이 쌓여 노련한 커리어우먼이 되길 바랐다. 그렇게 15년을 근무한 후, 작년부터 민속박물관 계장으로 근무 중이다.

 “정적인 민속박물관의 이미지를 활기차고 재밌는 아이들의 공간으로 직접 바꿔 보고 싶었어요.”

 민속박물관으로 발령이 나기까지 3년이 걸렸다. 2003년 부서 이동을 하고 싶었지만, 홍보업무 경력이 많은 그녀를 쉽게 다른 팀으로 보낼 리가 없었다. 그렇게 건의한 지 3년. 비로소 작년 4월 민속박물관 계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은 그녀는 여행 마니아이기도 하다. “직장생활하면서 30번 넘게 여행을 다녔어요.” 스물여섯에 떠난 대마도 여행을 시작으로 마흔이 된 지금까지 일 년에 두 번, 꼭 여행을 갔다. 그것도 이집트, 이란, 인도 등 중동지역 여행을 많이 했단다. 하지만 직장생활하면서 열흘 동안의 휴가를 내기란 쉽지 않았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어렵게 시작했던 직장생활 속에서 찾은 기쁨을 절대 뺏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투쟁(?)을 매년 감행했다. 4박5일의 짧은 휴가 기간을 좀더 길게 보장받기 위해서다.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남편과 아이, 돈 때문에 쉽사리 여행을 가지 못하더라고요.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한국 여자의 역할에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겠죠.”

 굳이 한국 여자의 처지 때문에 결혼을 지금까지 미룬 것은 아니다. 단지 결혼에 대한 관심과 생각이 없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프러포즈를 안 하더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이제는 여유가 넘친다.

 “싱글이라는 것,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봐요. 결혼에 얽매이다 보면 내 나이가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똑같이 주어진 인생, 삶의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느껴요. 이렇게든 저렇게든 모든 건 로마로 통하니까요.”

 하지만 여행지에서 이따금씩 단란한 가족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다고 말한다. 김 계장은 은퇴 후에는 외국에서 살 계획이다. 그래서 한국어 자격증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소일거리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일에 대한 열정, 새로운 나라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김 계장의 열정적인 모습 때문에 그녀의 싱글라이프가 더욱 돋보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