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는 여느 미국의 도시처럼 몇 마디로 규정하기에는 그 속내가 깊고 갈래도 너무 많다. 재즈의 고향이며, 화려함의 극치인 마디그라 축제의 장이며, 부두교의 무당이 강한 힘을 지닌 곳. 그래서 일 년 열두 달 심심한 날이 없을 것 같은 도시가 뉴올리언스다.
 올리언스(New Orleans)의 따사로운 태양빛은 미국 내에서도 추운 북쪽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물처럼 느껴진다. 뉴올리언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아열대 바람이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뉴올리언스가 카리브해 연안 북쪽에 위치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을 먼저 가진 탓인지, 아니면 늘 이야기를 들어온 뉴올리언스만의 끈적끈적한 분위기 탓인지 미국의 여느 도시와는 다른 낯설음이 있다.

 사람들이 뉴올리언스 하면 떠올리는 것은 바로 재즈가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흐느적거리듯, 때론 격렬한 연주를 들으며 재즈의 진수를 경험한 만족감에 흐뭇한 표정을 짓게 된다. 재즈의 태생이나 이론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음악 그 자체에 모든 감수성을 맡기고 따라가기에 바쁘다. 적어도 뉴올리언스의 재즈를 접한 여행객이라면 이곳 사람들에게 있어 재즈는 인생이요, 삶 자체가 음악이라는 점을 곧 공감하게 된다. 밤과 낮을 구분하지 않고 뉴올리언스의 거리는 재즈의 선율로 가득 찬다. 낮에는 중심가의 잭슨 광장에서 재즈 공연을 만날 수 있는데, 평소 재즈에 관심이 있다거나 또는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여행객이라면 즉석에서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하며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뉴올리언스는 이방인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도시다. 몇 년 전 미네소타에서 이주해 왔다는 찰스도 그 중 하나였다. 성직자였고 음악인이기도 했던 그는 늘 자신의 생활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재즈의 고향인 뉴올리언스를 찾았고, 히피들의 메카이자 음악가들의 거리인 잭슨 광장이 그의 활동 무대가 되었다. 그는 여러 길거리 음악가들과의 자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공연을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다고 귀띔해 주었다.

 흑인의 고단한 삶을 주로 노래했던 초창기 재즈의 선율은 지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관광객의 입장에선 행운이 아닐 수 없다.



 2월8일에 열리는 마디그라 축제

 뉴올리언스에서는 구슬 목걸이와 가면, 인형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프랑스어로 ‘뚱뚱한 화요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마디그라(Mardi Gras)를 위한 준비물들이기 때문이다. 마디그라는 마음껏 술을 마셔 뚱뚱해진 사람들을 보고 지은 이름이다. 매년 열리는 마디그라 축제는 말 그대로 한바탕 먹고 마시고 뛰노는 축제 한마당이다. 작은 도시에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가면을 쓴 채 춤을 추고, 거리 퍼레이드, 재즈 음악과 질펀한 술자리가 24시간 펼쳐진다. 이 행사를 본 사람들은 행사의 규모에, 행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두 번 놀라게 된다. 2005년에는 2월8일이 ‘뚱뚱한 화요일’로 지정되어 뉴올리언스가 들썩거릴 전망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주말마다 퍼레이드가 계속되고 있어 축제에 앞서 이미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화끈한 놀이 문화를 엿보기 위해서는 두말할 것 없이 버번 스트리트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이곳에는 재즈 바가 빼곡히 들어서 있음은 물론이고 성인 카바레와 토플리스 바, 레스토랑들이 황홀한 밤거리를 연출한다. 그래서 이곳의 밤은 화려한 빛깔로 일 년 열두 달 심심한 날이 없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재미있는(?) 광경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뉴올리언스의 전통과도 같은 것으로, 구슬 목걸이나 온갖 장신구로 꾸민 목걸이를 상대방에게 받아내기 위해 여성은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고, 남자는 바지를 내려 엉덩이를 보여주는, 흔치 않은 장면을 여기서는 볼 수 있다. 수십 개의 목걸이를 하고 있는 사람은 이미 남들에게 확실한 서비스(?)를 해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러 개의 목걸이를 목에 주렁주렁 걸고 다니는 남녀나 목걸이를 손에 들고 2층 바에서 목걸이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해 거리를 내려다보는 사람들 모두 즐거운 유희에 흥겨운 모습이다.



 술집과 식당으로 가득한 프렌치 쿼터

 뉴올리언스의 관광 1번지는 이처럼 흥겨움이 배여 있는 버번 스트리트가 분명하지만, 조금 더 확장하면 이 거리가 포함된 구역, 즉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라 할 수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이곳은 프랑스가 만든 집단 거주 지역으로, 프랑스풍의 수많은 건축물과 흔적들이 남아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이곳에 프랑스인들이 정착한 이유는 세 가지. 영국인들의 진출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전진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 당시 스페인이 독점하고 있던 멕시코만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서, 프랑스 식민지를 넓히기 위해서이다. 1720년까지 이곳에는 프랑스인, 스위스인, 독일인, 아프리카인 등 총 8000여명이 살았다. 그로부터 1세기 후  나폴레옹은 1500만 달러를 받고 이 지역을 미국에 넘겨주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꽤 괜찮은 투자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맛보는 음식은 미국의 여느 지역 음식과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프랑스와 흑인 음식문화가 접목된 이곳의 음식을 흔히 ‘크레올 요리’라고 하는데 꼭 맛보기를 추천한다. 프랑스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서일까. 이곳 사람들은 먹는 것에 대한 투자만큼은 아끼지 않는다.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은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를 나눌 정도다. 당연히 먹을거리 역시 풍성하다. 현지에서 만난 식당 주인에게 이곳의 음식 습관은 다른 지역의 미국 사람들과 사뭇 다른 것 같다고 말을 하니 그 대답이 걸작이다. “만일 ‘당신의 콜레스테롤이 너무 높으니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의사가 말을 한다면 우리는 그 말을 따르기보다는 그런 말을 안 하는 의사를 만날 때까지 계속 의사를 바꿀 겁니다.” 이것이 뉴올리언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프렌치 쿼터 안에 골목마다 자리한 식당들은 항상 푸지고 흥겹고 넉넉하다. 배가 나온 것에 대해 핀잔하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을 도리어 이상하게 여기는 이곳 사람들과의 만남은 건강과 무관할지언정 놓치고 싶은 않은 순간이다. 나태하거나 불성실한 사람들이 아니기에 더욱 정이 가는 사람들. 그들 나름대로 철학을 가지고 삶을 영위해 가는 것이다. 그들의 시각에서 계산된 리듬과 쉼 없는 움직임은 이방인의 발목을 더욱 꼭 잡는다.



 미시시피 강변에 울리는 색소폰 소리   

 솔직히 렌치 쿼터 안을 걷는 동안 가장 관심이 끌렸던 것은 부두교의 상점들이다. 생전 처음 본 상점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 지역의 특색이 잘 반영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이곳의 부두교 주술사들은 이곳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상당한 실력자들로 통한다. 지금도 이들 주술사가 시체의 피부나 말린 도마뱀, 자살한 흑인의 새끼손가락 등으로 만든 부적으로 사람을 홀려 죽게 만든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뉴올리언스에는 현대 사회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이 존재하는 듯하다. 부두교의 교회에서는 칼과 북 등을 이용하여 춤을 추는 의식이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부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진정한 부두교 주술사들은 시내에 없다고 말한다. 호기심이 가득한 여행객들의 혼을 빼놓는 주술사들로만 가득 차 있으니 그것이 부두교의 정체라고 오해하지 말란다.

 부두교에 대한 선입견으로 호기심조차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도 교회는 한 번 가 보라고 말하고 싶다. 만일 뉴올리언스에서 일요일을 보낸다면 말이다. 분명 일요일 아침부터 건강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도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표정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흥겨워 마치 흥겨운 공연장에 온 것 같은 인상을 갖게 한다.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그들의 일요일 아침을 엿보게 되면 도리어 일요일 오후의 번화가가 한가롭게 느껴진다.

 짧은 여행으로 도시의 모든 매력을 다 경험한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의 마감만큼은 미시시피 강변에서 하는 것이 좋다. <톰소여의 모험>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남부 이미지를 온전히 간직하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그 위로 내려 앉는 노을은 이방인의 마음을 절로 울컥하게 만든다. 다양한 군상이 복닥거리며 살고 있는 프렌치 쿼터에서 느끼지 못한 세월의 굵은 흐름이 손에 잡힐 듯 아련하기만 하다. 여기에 어디선가 들리는 색소폰의 축축한 멜로디는 뉴올리언스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렇게 시작하는 뉴올리언스의 밤은 새벽 해가 밝아오는 그 순간까지 행복한 순간을 끊임없이 연출하며 이어질 것이다.



Jazz Club



 Preservation Hall

재즈의 진수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매일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공연을 한다. 예약은 받지 않고 오직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하다. 30~40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주소 726 St. Peter, NO

전화 504-522-2841

 

Storyville District

뉴올리언스가 재즈의 고향이라는 것을 실감케 하는 곳으로 두 개의 스테이지에서 매일 네 번의 공연이 열린다. 뉴올리언스 전통 음식과 함께 기억에 남을 만한 저녁을 완성시켜 준다.

주소 125 Bourbon St. NO 전화 504-410-1000



 Steamboat Natchez

미시시피 강변에 떠 있는 증기선에서 재즈를 들으며 크루즈를 할 수 있다. 오전 11시30분과 오후 2시30분 두 차례 선상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며, 오후 7시에는 뷔페로 마련된 식사를 즐기며 재즈 공연을 볼 수 있다.

전화 504-586-8777





 Plus Information



가는 방법 뉴올리언스로 가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아쉽게도 단 한 번에 가는 방법은 없다. 미국의 LA를 경유하거나 미국의 주요 도시를 거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현지교통 택시와 버스는 여느 미국의 도시처럼 잘 조성되어 있기에 불편함이 없다. 뉴올리언스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서라도 미시시피 강을 따라 이동하는 페리와 뉴올리언스의 명물인 스트리트 카를 이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 체류 일정에 따라 하루나 3일 정도의 교통 디스카운트 카드를 구입하면 저렴할 뿐 아니라 해당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여행하는 데 편리하다.



기후 덥고 습한 열대성 기후 지역에 속한다. 6월 중순부터 9월까지는 매일 오후에 뇌우가 치기도 하고 12월부터 3월까지는 2~3일씩 계속 비가 내리기도 한다. 사시사철 여행이 가능하며 우리나라의 봄과 가을에 해당하는 시기가 뉴올리언스에서도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