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오너들만의 고급 사교모임

“포르쉐자동차를 드라이빙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열정이 표현된다는 느낌입니다. 이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니 즐거움도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강주은 포르쉐클럽 코리아 부회장의 설명이다. 영화배우 최민수씨의 아내인 강 부회장은 외국인학교 이사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동호회 활동에도 본업 못지않게 노력과 열정을 쏟고 있다. 강 부회장은 자동차 마니아로서 포르쉐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소개한다.

“포르쉐는 완전히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색깔을 고수해왔습니다. 포르쉐클럽의 회원들은 이런 점에 매료된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성향도 다들 비슷한 것 같아요. 한꺼번에 드러나지 않지만 충분히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길 원한다고 할까요?” 정규영 포르쉐클럽 회장은 포르쉐 창립자의 말을 인용하며 거든다.

“자동차를 꾸미면서 자신만의 특별함을 보여주더라도 범퍼 뒤로는 포르쉐의 디자인을 바꾸지 말라는 게 창립자의 말입니다. 타협하지 않고 지켜나갈 수 있는 이 자신감은 포르쉐 오너만이 가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포르쉐클럽 코리아는 2006년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독일 본사의 승인을 받고, 공식적으로 후원을 받아 운영되는 클럽이다. 이 클럽의 회원이 되려면 먼저 포르쉐를 실제 소유해 하고 또 다른 관문도 통과해야 한다. 회원 서로간의 신뢰가 확실할 만큼의 사회적 신분을 갖춰야한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현재 정회원은 110명 정도인데 교수, 의사, 대기업 오너 등으로 사회에서 어느 정도 명망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주말에는 모자를 눌러쓰고 카고바지를 입은 채로 편하게 드라이빙을 즐기며 친목을 다지기 때문에 회원 간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준회원으로 등록된 인원도 934명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회원들이 갖는 특전은 다양하다. 각종 정보 공유는 물론 포르쉐 관련 각종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고 포르쉐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드라이빙 스쿨, 로드 투어, 카브리올레 퍼레이드, 독일 본사 공장에도 초청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요트와 같이 고급 레저를 즐기는 사교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익숙하지도 않습니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이런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나가는 게 이 모임의 취지입니다. 포르쉐클럽 회원이라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모임 말입니다.”

전 세계 포르쉐클럽은 50여 개국에 걸쳐 150개에 이르고 있으며 그 역사도 깊다. 1952년 포르쉐의 열정을 사랑했던 애호가 몇 명이 모여 시작해 지금은 1만1000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체계적인 조직으로 발전했다. 전 세계의 모든 포르쉐클럽은 사회, 스포츠, 여행, 문화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포르쉐클럽 코리아 회원도 이러한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해외 각종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특전을 누린다. 검정색 포르쉐 911(997) 카레라4 카브리올레를 몰고 있는 강 부회장은 레이스 트랙에서 주행을 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 이라고 한다.

“빠른 속도로 드라이빙을 하면서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상대방을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한정된 공간인 트랙을 돌면서 경주를 하다보면 성격과 능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말이죠.”

포르쉐 마니아 중 마니아인 정 회장은 1994년 세계 한정 모델로 출시된 911(964) 스피드스터를 갖고 있다. 그는 포르쉐의 매력을 ‘세련된 품격 속에 숨어있는 뜨거운 열정’ 이라는 말로 함축했다. 오너만이 느낄 수 있는 이런 매력 덕분에 포르쉐자동차는 그간 생산됐던 자동차 중 60%이상이 아직도 폐차되지 않고 거리를 누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각자 자신이 사랑하는 포르쉐자동차를 보유한 회원들 은 일년에 5회씩 공식모임을 갖고 있다. 또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주말여행이나 슬라럼 경주, 내비게이션 랠리도 이들 포르쉐 마니아를 사로잡는 행사들이다. 주말여행의 경우 날씨만 허락되면 거의 매주 미사리, 실미도, 무의도 등으로 차를 몰고 떠난다. 정기적인 모임이 아닌데도 보통 20명 이상의 회원들이 참여해 친목을 다진다. 실시간으로 무전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주행하기 때문에 막상 집결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면 말이 필요 없이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통할 정도라는 게 정 회장의 말이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자동차 마니아로서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서비스 혜택도 받아 회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클럽 회원은 포르쉐가 운영하는 포르쉐 모터스포츠인 카레라컵 아시아에도 우선적으로 초청받을 수 있다. 지난 해에는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동호회로서 독일 방문 기회를 얻기도 했다. 회원들은 독일 본사 견학과 함께 유명한 관광명소로 드라이빙을 즐겼다고 한다.

“포르쉐의 본고장인 만큼 포르쉐를 많이 봐서 별 다를 것이 없을 법한 독일 사람들이 클럽 스티커가 붙여진 차를 볼 때마다 손을 흔들어 주는 거예요. 또 우리가 묵었던 모든 호텔에서도 가장 좋은 주차 자리를 내주거나 자동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회원들을 환영해주었습니다. 즉 ‘포르쉐클럽’이라는 동호회 자체가 사회적으로 좋은 인식을 얻고 있다는 얘기죠.”

이 일을 계기로 정 회장을 비롯한 국내 회원들은 동호회를 좀 더 의미 있는 모임으로 발전시켜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특히 강 부회장은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외제차를 몬다는 사실 자체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회원 대부분이 사회 리더들이면서 영리를 추구하는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도 많이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레이싱 팀도 결성한 포르쉐클럽 코리아는 레이싱 후원금과 회비 등을 통해 올 연말 자동차 관련 장학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