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에 위치한 ‘풀향기’, 황토와 한지를 이용한 실내 장식만으로도 고향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정갈하고 푸짐한 상차림 또한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처럼 감동을 안겨준다. 13년간 전통의 맛을 고집하고 있어 인스턴트식품과 조미료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어머니의 정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풀향기 단골손님 중에는 유독 유명인사가 많다. 반기문 UN사무총장,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이재정 통일부 장관, 신상훈 신한은행장 등이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 내정으로 미국으로 떠나기 이틀 전에도 들렀단다. 풀향기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는 후문. 신행장 또한 가족과 오붓한 자리를 마련하는 장소로 애용하고 있다. 신 행장은 “아담한 분위기와 정갈하고 담백한 음식이 좋다”며 추천했다. 도심 속 작은 공원처럼 음식에서도 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유기농 레스토랑의 명가라는 것.

음식 맛은 재료 선정에서부터

한남동 풀향기는 밖에서 보면 전혀 음식점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가정집을 개조해 운영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주변에 특별한 곳이 없어 자칫 지나치기 십상이다. 뭐 이런 곳에 음식점이 있나 할 정도다. 하지만 입구를 들어선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탄 느낌이다.

바로 앞 대로변은 바삐 움직이는 차들로 도심의 번잡함이 배어있는 곳이다. 그러나 입구에서부터 놓여 있는 크고 작은 항아리들과 대나무는 여느 한적한 시골집에 와있는 듯하다.

또 한번 놀라는 것은 입구에 즐비한 항아리들이 단순한 인테리어용이 아니라는 것. 그 항아리 속에는 시골에서 직접 엄선해서 구입해온 콩과 고추로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이 담겨 있다.

특히 된장은 그 맛을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정월된장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 집의 음식들에서 느껴지는 깊고 풍부한 맛은 모두 장맛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만큼 장 담그기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매일 강원도 현지에서 직송되는 신선한 채소와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래 전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처럼 담백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이집의 자랑거리인 두부소박이와 생모듬야채는 계절별로 다르긴 하지만 지리산에서 직접 채취한 유기농 약초와 채소들에 상큼한 소스를 곁들인 것으로 쉽게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라고 한다.

후식으로 맛볼 수 있는 유자차, 매실차, 솔잎차 등도 여느 집 차 맛과 다르다. 3월이면 강원도 철원에서 얘기 솔잎을, 6월 망종이 지나면 전남 광양에서 매실을, 11월이면 전남 강진에서 유자를 따서 직접 차를 만들고 이를 항아리에 숙성시켰다가 내오는 것이다.

박재성 지배인은 “재료 하나하나부터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며 “화학조미료는 일체 가미하지 않고 천연 조미료만으로 조리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음식을 담는 그릇 또한 정성스럽다. 전북 남원에서 직접 제작한 일곱 번 옻칠을 해 귀하다는 칠기목기만을 사용한다. 이런 목기는 항균효과가 있어 이 집의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고향집 분위기

풀향기는 앞마당에 심어 놓은 각종 꽃과 나무, 그리고 대나무를 감상하면서 깨끗한 천연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기자가 찾았을 때는 한창 추울 때라 대나무와 앙상한 나뭇가지만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

내부는 황토와 한지로 인테리어를 했고 할머니 적에나썼을 법한 고가구가 배치돼 있다. 박 지배인은 궤 하나를 가리키며 “저게 150년 된 것입니다. 오동나무로 만들어진 것인데 가격으로 치면 족히 1500만원 이상은 할걸요”라며 미소 짓는다.

1층은 좌식으로, 2층은 입식으로 총 80여 석이 배치돼있다. 유독 외국인 손님이 많아 최근에 2층을 입식으로 개조했단다. 넓은 실내 공간은 상견례와 각종 모임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식사메뉴는 코스별로 8가지며 가격은 2만원에서 15만원까지(부가세 10%, 봉사료 3%는 별도)다. 인기메뉴인 풀향기 B코스는 5만5000원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며 예약이 가능하다. 50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다.

풀향기 맛의 비결과 인기 메뉴

1. 계절마다 다르긴 하지만 직접 지리산에서 채취한 유기농 약초와 채소들로 만든 신선한 샐러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채취한 터라 맛과 향이 깊다.

2. 고소한 들깨가루에 신선한 유기농 버섯으로 향을 더한 보양음식으로 원기 회복에도 좋다.

3. 이 집 음식 맛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는 고추장과 된장, 강원도 청정지역에서 최상품의 메주콩을 구입해 재래식 방법으로 담가 그 맛이 깊다.

4. 강원도에서 직접 구입한 청정한 콩으로 두부를 만든 후 각종 재료를 넣어 만든 이 집만의 별미인 두부소박이.

5. 즐겨 찾는 코스 요리는 풀향기 B코스. 탕평채, 구절판, 삼색전, 육회, 쇠고기찹쌀전, 신선로 등 자주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궁중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6.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듯한 옛 골동품들로 단장한 내부. 커다란 창이 있어 비오는 날이면 더욱 운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