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꼭 찾아 먹는 음식 세 가지가 있다. 과메기와 굴, 도루묵이다. 11월 말부터 2월 초, 딱 이때 제 맛이 나는 음식이다.

 먼저 과메기. 포항의 향토음식이다. 최근 서울에도 꽤 진출을 했는데, 아직까지는 일반적인 음식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과메기를 먹어 본 이는 아직 많지 않을 것이다. 먹는 방법부터 설명하겠다. 먼저 과메기의 머리를 떼고 내장과 껍질을 제거해야 한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이때 질릴 수도 있다. 축축하고 미끈거리고 비릿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머리와 내장, 껍질을 제거한 과메기도 팔므로 이를 사다 먹을 수도 있다. 껍질을 벗긴 과메기는 약간 붉은 갈색이 도는데 기름기가 많아 반질반질하다. 먹는 방법은, 첫째 그냥 먹는다, 둘째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셋째 생미역에 싸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넷째 실파로 돌돌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다섯째 데친 미나리에 싸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여섯째 김치에 싸서 먹는다. 여기서 초고추장을 고추냉이간장, 겨자간장, 막장, 된장 등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이때 술을 한 잔 곁들이는 것이 제격인데, 맥주나 막걸리보다 소주가 낫다.

 그 맛은 어떨까. 과메기를 입에 넣고 느끼는 첫맛은 비리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메기 먹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아마 날것이라는 선입감이 그 비린내를 더 강하게 하기 때문인 듯하다. 어떤 음식이든 처음 먹을 때는 조금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도 고기다 하고 꼭꼭 씹어 보라. 야들야들 쫀득쫀득 몰캉몰캉하게 씹히는 감촉이 느껴지면서 입안에 고소한 맛이 사르르 돈다. 두어 마리째 먹을 때가 되면 십 중 팔구는 과메기 예찬론자가 된다.

 과메기란 단어는 웬만큼 큰 사전을 뒤져도 없다. 그 어원은 관목(貫目)이다. 사전에 보면 말린 청어를 관목이라고 한다. 지금은 말린 꽁치를 과메기라고 하니 틀린 말이다. 틀린 말도 생명력을 지니면 어쩔 수 없다. ‘과메기는 말린 꽁치이다.’

 청어 과메기는 겨울철 농가 부엌 살창에 걸어 말렸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굴뚝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연기는 살창으로 나가는데 여기에 청어를 걸어 두고 훈제했던 것이다. 특히 솔가지로 불을 때면 솔향이 청어에 배어 향긋한 맛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 훈제법을 이용한 과메기를 연관목(烟貫目)이라 불렀다.

 과메기가 말린 청어였던 시절이 끝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청어 과메기는 흔했고, 포항 것이 더욱 맛이 있다 하여 진상되었다. 청어가 근해에서 거의 잡히지 않게 된 것은 광복 즈음부터라고 한다. 1971년 다시 풍어를 보이는가 했지만 이도 잠시였다. 포항에서 청어 과메기 찾기란 장생포에서 고래고기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서울에서 먹는 과메기는 어쩐지 맛이 없다. 찬바람 씽씽 부는 포항 바닷가 덕장에서 막 걷어낸 과메기에 소주 한 잔. 그 옆에 정겨운 벗이라도 있으면 세상에 이만한 맛이 있을까 싶다.

 서울에서 과메기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은 낙원상가의 영일식당(02-742-3213)이다. 항상 줄을 서므로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광교 조흥은행 본점 뒷골목에 허름한 과메기집(02-720-0675)도 있는데, 눈 오는 날 소주 한 잔하기에 딱 어울리는 집이다. 과메기는 잘 차려진 집에서 먹으면 어쩐지 제 맛이 안 난다.

 겨울 별미 그 다음은 도루묵인데, 친구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도루묵에 ‘환장’한 친구 녀석이 있다.  도루묵 철이 되면 알 밴 도루묵을 찾아 시장 바닥을 헤매고 다닌다. 그런데 최근의 결과는 항상 ‘꽝’이다.

 “어찌 된 게 알 밴 도루묵이 한 마리도 없냐?”

 설마 그럴까 하고 지난 겨울 나도 시장에 나가 봤더니 정말 배가 홀쭉한 도루묵들밖에 없었다. 왜 그러지? 여러 경로로 사정을 알아봤더니, 알 밴 도루묵은 일본으로 수출이 되는 모양이다. 아, 항상 이렇단 말야! 비싸고 맛있는 것은 일본으로 다 가고 우리는 맛없는 싸구려나 먹고.

 이 친구가 도루묵에 집착을 하는 까닭이 있다. 그는 강원도 양구 출신이다. 양구는 첩첩산중이다. 그러니 다양한 생선을 먹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도루묵은 달랐던 모양이다.

“ 생선이라곤 먹어 본 것이 별로 없어. 도루묵, 양미리, 고등어 정도였지. 그 중에 도루묵이 제일 흔했는데 한 양동이에 몇 백원씩밖에 안 했어. 다 알 밴 도루묵이었지. 이거 한 양동이 사면 몇날 며칠을 먹었어. 참 맛있었는데.”

 도루묵이란 이름의 유래는 도루묵이 맛없는 생선임을 강조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이 피난길에 생전 처음 보는 생선을 먹었는데 참 맛있었다. 신하에게 물어 보니 ‘묵’이라고 했다. 이렇게 맛있는 생선의 이름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임금은 친히 ‘은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전쟁이 끝나고 환궁을 한 임금이 어느 날 ‘은어’가 먹고 싶어졌다. 신하들이 겨우겨우 ‘은어’를 구해 상에 올렸는데 임금의 입에 그 맛이 아닌 것이다. 그때 그 맛이 아닌 이유가 여럿 있었겠지만, 하여간 이에 실망한 임금은 “은어는 무슨 은어. 에잇, ‘도로 묵’이라 해라” 했다 한다. 그래서 도루묵이 되었다.

 친구가 양구에서 도루묵을 먹었던 시절, 그러니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도루묵은 흔하디 흔한 생선이었으며 가난한 집안에서는 겨우내 음식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도루묵이 한창 잡히는 겨울철에 이를 몇 광주리씩 사다가 소금에 절여 장독에 넣어 두고 음식을 해 먹었다. 이렇게 절인 도루묵은 한나절 물에 담가 짠맛을 빼야 하는데, 여기에 마늘·고춧가루·파를 넣고 국물이 자작자작하게 끓여 내면 짭짤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내 입에는 참 좋다. 친구 녀석도 그 맛을 아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도루묵은 서울에서 먹을 길이 없다. 있다고 해도 생도루묵으로 매운탕 양념을 해서 끓여 내놓는다. 그래도 겨울철이면 나는 도루묵을 찾아 식당 순례에 나선다. “에이, 제대로 된 도루묵이 하나도 없어!” 투덜거리면서.

 도루묵을 먹을 수 있는 곳은 더 드물다. ‘공식적으로’ 메뉴판에 올려놓은 식당도 간혹 도루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무교동 영덕회식당(02-757-0066) 도루묵이 그래도 나은 편인데, 그날 도루묵이 나오는지 전화로 확인하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굴이다. 굴은 두 종류가 있다. 양식과 자연산. 어느 게 더 맛있는지는 독자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왜 그런 맛 차이가 나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굴 양식장은 바다 한복판에 떠 있다. 드럼통 같은 것을 띄우고 그 아래 줄을 매달아 굴이 붙어 자라게 해놓은 것이다. 이 양식 굴은 자라는 내내 햇볕 한 번 보지 않는다. 여기에 비해 자연산 굴은 바다의 만조차에 의해 하루에 두 번씩 바깥바람을 쐰다. 이게 맛에 큰 차이를 낸다.

 석화라고 파는 큰 굴들은 거의가 양식이다. 이건 싱겁다. 약간 거무티티하고 자잘한 자연산 굴이 제 맛이다. 한겨울 포장마차에 앉아 이 자연산 굴을 무쳐 소주 한 잔 하는 맛. 겨울이 아니면 언제 이 맛을 볼 수 있으랴. 찬바람아, 빨리 불어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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