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chateau)는 말 그대로 ‘성’(城)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성은 방어적 개념으로 완성된 중세의 커뮤니티를 뜻한다. 그런데 이 샤토가 와인 동네에서는 고급 와인을 일컫는 대명사처럼 되어 버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고급 보르도 와인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된다. 샤토의 원조인 프랑스에서도 쓰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샤토 와인’이라거나, 심지어 ‘샤토급 와인’이라는 말도 있다. 둘 다 고급 와인을 의미한다. 반대로 영어권에서는 그저 ‘와이너리’라는 뜻으로 대치되기도 한다.

어쨌든 샤토가 붙은 와인이 고급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샤토 페트뤼, 샤토 마르고, 샤토 라피트 로실드 같은 한 병에 수십만 원 하는 고급 보르도 와인들이 샤토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그런데 이 말이 좀 우습다. 샤토라는 이름을 단 보르도 와인만 해도 8000개가 넘으며, 병당 5달러도 안 되는 싼 와인도 이 샤토라는 말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고급 와인으로서 샤토라는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알 만하다. 필자가 아는 ‘샤토’ 붙은 보르도 와인 가운데 한국에 수입되며, 값이 칠레의 대중 와인 값과 비슷하게 2만원 미만인 것만 50종이 넘는다. 그러므로 “나 어제 저녁에 샤토급 와인을 한 잔 했는데 기막히더군”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이런 판국이니 미국 같은 신대륙 와인에도 샤토라는 말이 쓰이고-전혀 고급과는 상관없다-샤토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도 생긴다.

 추석 같은 명절에는 선물용으로 와인 수요가 많다. 그런데 대개 선물 받는 이가 와인을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 이 샤토로 그럴싸한 생색을 내기도 한다. 와인 수입상들은 이런 수요를 예측하고 샤토가 붙은, 그러면서도 빈티지가 오래된 저급 와인을 수입한다. 꽤 짭짤한 수익을 내는 아이템이다. 혹시 당신이 선물로 받은 와인에 샤토가 붙어 있는데 시큼털털한 맛이었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보시라(물론 와인 초보자들은 와인 특유의 시고 떫은맛을 못 견뎌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막무가내로 의심하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샤토는 와인에서만큼은 성으로 번역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저 양조장으로 이해하면 된다. 지금 쓰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프로그램에 내장되어 있는 사전은 ‘샤토=와인셀러, 와이너리, 양조장’으로 딱 잘라 표현하고 있으니 정확하게 맥을 짚고 있다.

 언젠가 한 잡지에서 아주 재미있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손님을 모집하여 보르도의 유명 양조장, 그러니까 샤토를 여행하는 상품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일정 중에 ‘샤토 성주와의 식사’라는 게 있었다. 그러니까 여행도 즐기고 고풍스럽고 우아한 성주와 식사를 하는 기막힌 행운을 잡으라는 유혹이었다. 성주라니! 아니, 21세기에 무슨 성주가 있단 말인가. 그저 양조장 주인이나 와인 회사 사장으로 부르면 될 일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셈이다.

 그뿐 아니다. 실제 보르도의 수많은 양조장, 즉 샤토 가운데 그 옛날 샤토의 주인다운 역사와 이력을 가진 이들은 거의 없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비싼 샤토의 경우 대개 평민 출신 재력가들의 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샤토 로실드 같은 곳은 은근히 자신이 귀족 가문임을 내세우는 이름, ‘바론 필립’이라는 말까지 회사 이름에 쓰고 있는가 말이다. 샤토의 평민 주인님들 중에는 영국과 미국, 일본 같은 경제 대국의 실업가가 구매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까 뭔가, 성주라는 인물이 우리가 연상하는 중세 샤토의 영주 같은 혈맥은 아니라는 얘기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양조장 주인과 식사를 한다는 건 분명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것은 이천 오비맥주공장에 견학 가서 김 사장님, 박 사장님과 식사를 하는 것과 질적으로 대단히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샤토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고, 그 주인까지도 신비롭게 포장하는 생각은 역시 와인이 이 나라에 들어온 이후 줄기차게 번식하고 있는 ‘와인 신비주의’의 자식이다. 맛있게 마시고, 즐기는 대상인 와인이 자꾸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불편함에 이 정체불명의 ‘샤토 소동’도 한몫하고 있으니 누구의 잘못일까.





Plus 이 달의

Wine Bar 더버블스

한국 와인 시장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백포도주와 샴페인’(또는 모든 스파클링 와인)가 죽을 쑨다는 점이다. 1970년대에 마주앙이 대표하는 와인 문화가 시작되었을 때는 백포도주가 잘 나갔고, ‘00복숭아 샴페인’-이게 진짜 샴페인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 거품 있는 와인이라는 점에 주목하자-이 팔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압구정동에 최근 문을 연 ‘더버블스’는 그런 점에서 이채롭다. 아예 ‘샴페인바’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 정말 취급하는 대부분의 와인(샴페인도 와인이다)이 샴페인, 정확히 말하면 샹파뉴다.

샴페인은 식전주로 많이 마시지만, 식사 전 과정에 모두 어울릴 만큼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는 와인이다. 그래서 중요한 축하와 경배의 자리에 빠지지 않으며, 가볍게 와인 한 잔을 하려고 할 때 선택 받는 술이기도 하다. 더버블스는 국내에 수입되는 모든 샴페인을 갖추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다양한 샴페인이 수입되고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요즘 와인바의 거품이 많이 꺼졌는데, 더버블스의 샴페인 값은 요즘 말로 ‘리즈너블’. 딱 한 종류의 레드와인을 팔기도 하니까 샴페인 못 마시는 일행이 있어도 문제없다. 안주 스타일로 내는 홍합 요리가 다양하다. 압구정동 한양파출소 건너편 100미터 안쪽 스타벅스 지나 정면 2층에 보인다. 주차 대행해 준다.

문의 02-3446-8041



Wine 사쏘알로로 비온디 산티

좋은 이탈리아 와인이 많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이 녀석이 눈에 띈다. 비온디 산티는 지금은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세계적인 와인으로 만든 와이너리로 유명한 집안이다. 사쏘알로로는 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만드는 같은 품종, 그러니까 ‘산지오베제 그로쏘’로 만든다. 와인에서 품종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 없는데, 최고의 가문, 거기다가 좋은 품종, 또 토스카나라는 천혜의 테루아까지 합쳐져 신뢰를 주는 술이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와인들의 일반적 특징인 강한 오크향이 느껴지지 않아 점잖고 반갑다.

산지오베제 특유의 산도와 감칠맛이 훌륭하게 혀에 감기며, 여운이 길다. 토스카나 와인의 특징 중의 하나는 아무래도 음식과의 조화가 유별나다는 것-특유의 신맛과 적당한 타닌에서 온다-인데, 소스를 억제한 최상급의 안심 로스트라면 좋은 궁합이다. 생산자 측에서는 치즈도 좋다고 추천하는데, 고르곤졸라, 페코리노 같은 풍취 강한 치즈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소비자가 8만원 내외. 문의 아쿠아셀라, 02-417-7751

박찬일 와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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