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뮤지컬, 마당놀이를 한 편씩 가려 뽑았다. 세상에 절망한 이발사, 결코 부활하지 않는 예수, 전쟁터의 영웅 뒤에 가려진 민초들을 각각 만날 수 있다. 기다림은 로또만큼 즐겁고, 감동은 로또보다 진하고, 여운도 로또보다 긴 공연 가이드.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부활하지 않는 예수라니!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예수의 마지막 7일을 따라가는 이 뮤지컬은 단순한 성가극이 아니다. 신화도 전설도 버렸다. 예수는 우유부단하고 유다는 현실적이며, 제자들이 예수의 주검을 수습하는 것으로 막을 닫는다. 국내에선 1980년 초연돼 4년에 한 번꼴로 재공연되며 관객 100만 명을 모은 스테디셀러지만, 우리 관객이 2002년 브로드웨이 최신 버전을 만나기는 처음. 

 극 형식 또한 파격적이다. 수퍼스타로 불리는 예수의 삶을 풀어가는 건 록 음악이다. ‘I don’t know how to love him’ ‘Superstar’ 등 30년 넘게 사랑받는 명곡들을 들을 수 있다. 브로드웨이 최신 버전은 극의 시점이 현재이고, 십자가를 멘 채 골고다 언덕으로 가는 예수를 향해 카메라맨과 기자들이 보도 경쟁을 하고, 라스베이거스 쇼를 떠올리게 하는 유다와 무희들의 춤 등이 더해졌다. 유다와 예수 배역은 샤우트 록 창법과 폭넓은 음역을 소화해야 한다. 이번 공연엔 박완규가 예수를, JK 김동욱이 유다를 각각 맡는다. 연출 배해일. 11월2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12월3~5일 대구시민회관, 12월24~26일 부산시민회관으로 무대를 옮겨 공연된다. 3만~12만원. (02)501-7888



  ■ 삼국지

  이렇게 쌀쌀해질 무렵이다. 마당놀이의 계절이 시작되는 건. 올해 구도는 3파전. 극단 미추가 ‘삼국지’를 내놓고, ‘제비가 기가 막혀’(오태호)의 MBC와 ‘뺑파전’(유길촌)의 서울문화재단이 가세했다. 가장 기대되는 건 역시 마당놀이 본가 미추의 ‘삼국지’다.

 12월12일까지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북측광장에서 공연되는 ‘삼국지’는 판소리 적벽가를 바탕으로 삼국지의 영웅 이야기를 다룬다. 도원결의(桃園結義) 장면으로 출발해 삼고초려, 조조 발군, 적벽대전, 화용도 등을 거쳐 제갈공명의 탄식까지 모두 열두 마당으로 짰다. 주인공은 제갈공명(김성녀)과 조조(윤문식). 적벽대전의 전쟁 스펙터클이 돋보이고, 영웅보다는 전쟁터에 끌려나온 병사들에게 깊은 애정을 담았다. 연출 손진책 (02)747-5161

 12월12일까지 서울 장충체육관을 채우는 ‘제비가 기가 막혀’는 흥부전을 바탕으로 로또 열풍 등 황금만능주의를 풍자한다. 탤런트 김자옥이 놀부 부인 역으로 망가지고, 개그맨 김한국이 사회자로 출연한다. (02)368-1515

 ‘뺑파전’의 무대는 12월5일까지 서울 창동의 열린극장. 탤런트 전원주와 명창 김영자가 번갈아 뺑덕어멈(뺑파) 역을 맡는다. (02)3444-0651

 

 ■ 이발사 박봉구

 이발사 박봉구가 걷는 길은 길다. 그래도 괴롭지 않은 건 그가 꿈을 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팍팍하게 군다. 가위 때문에 몸싸움을 벌이다 선생님을 찔러 소년원과 교도소에서 썩은 게 11년. 이발사가 되겠다는 꿈을 주저앉힌 건 퇴폐 이발소였다. 대기업 회장의 전용 이발사로 기를 펴는가 했지만 으리으리한 스타일리스트에 밀려 반짝 섬광으로 그친다. 이제 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2002년 초연돼 정은표라는 배우를 발견하게 해준 연극이다. 이발사가 꿈이었던 한 사내가 어떻게 세상으로부터 가로막히고 좌절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의 한복판에 다시 서는 정은표는 “박봉구로부터 도망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엉뚱한 탈출 욕망은 연기에 대한 욕심 때문. 웃음과 울음이 뒤범벅된 매혹적인 캐릭터를 빚어냈지만 재공연을 할수록 ‘다른 박봉구’를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박봉구로는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고 말하는 정은표가 어떤 풍경으로 무대를 채울지 관객은 설렌다. 고선웅 작·최우진 연출12월31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1만5000~2만5000원. (02)762-0010



호두까기인형

 올해도 어김없이 발레 ‘호두까기인형’이 돌아왔다. 1892년에 초연된 이후 200년이 넘도록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전 세계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이다. 호두까기인형은 독일의 낭만파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을 바탕으로 한 2막 발레이다. 핵심 줄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호두까기인형을 성탄 선물로 받은 소녀 클라라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과자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국립발레단이 프티파-이바노프의 원전을 바탕으로 이 발레를 처음 소개했다. 12월21일~28일, 예술의 전당

문의 02-580-1300



 ■ 가족극 ‘몽실언니’

시련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동명소설

<몽실언니>를 연극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8.15 광복과 인천상륙작전 같은 역사적 사실들을 배경으로 몽실이가 처한 삶의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그리고 있다. 힘든 일상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 어린 시절에 따라 불렸던 동요 ‘따오기’와 ‘반달’ 등 친숙한 곡들이 공연 장면들과 조화를 이룬다. 아코디언 연주 등 무대 위에서 흘러나오는 라이브 음악은 감동을 더한다. 극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삽입된 다큐멘터리 영상에 담긴 일상의 삶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기억 저편에서 잊혀진 추억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가슴 따뜻한 희망을 전하는 공연이다. 12월4일~31일, 정동극장 문의 02-751-1500



 ■ 댄스 뮤지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 

신나는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스토리와 대사를 배제하고 춤과 노래만으로 관객의 정서를 뒤흔드는 뮤지컬이 열리는 것. 빠른 속도와 역동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공연이다. 힙합과 재즈, 테크노, 브레이크, 현대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댄스를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연이다. 올챙이의 몸짓을 익살스럽게 표현해 생명의 탄생을 그린 ‘몸속의 생명들’, 탄생을 축하하는 ‘해피 버스데이’ 춤 등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는 힘이 넘치는 춤들이 가득하다. 웃음 섞인 경쾌한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자리에서 일어나게 된다. 10월22일~12월31일, 남대문 메사팝콘홀 문의 02-2128-7616



 ■ 피의 결혼

 연극에 한국의 마당극을 가미한 색다른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찾아온 비극을 담은 연극이 바로 그것. 자신의 결혼식 날 옛 애인과 함께 도망친 신부, 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신랑이 있다. 이들 앞엔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데…. 전통 혼례의 축제 분위기로 시작하는 연극은 신부를 둘러싼 남자들의 결투와 이들의 죽음이라는 피의 극으로 마감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놀이라는 모티브로 표현했다. 광대들의 신나는 놀이마당과 무당굿의 신비한 주술성이 조화를 이루는 공연이다. 죽음이라는 극적인 결말을 어떻게 흥겨운 마당극으로 풀어갈지 기대된다. 12월3일~31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문의 02-762-0010



 ■ 파이어 오브 댄스

 유럽식 댄스 센세이션이 펼쳐진다. 뮤지컬사에 길이 빛나는 춤과 노래에서 하이라이트만 모은 컴필레이션 뮤지컬 ‘파이어 오브 댄스’(Fire of Dance)는 환상적인 음악, 조명, 역동적인 춤이 어우러진 버라이어티 댄스 쇼이다. ‘스톰프’(Stomp)와 같은 세계적인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와 ‘맘마미아’(Mamma Mia) 등 주옥 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들, 그리고 아이리시 댄스의 원조격인 ‘리버댄스’(Riverdance)에서부터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로드 오브 더 댄스’(Lord of the Dance)까지 ‘파이어 오브 댄스’는 모든 종류의 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관객들에게 큰 열정으로 다가간다. 12월7일~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문의 02-399-1111



 Concert

 뮌헨 심포니 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

유럽 최고의 문화 도시 뮌헨의 자존심, 뮌헨 심포니 오케스트라(Munchner Symphoniker)가 들려주는 인류 화합의 대메시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첫 내한 공연이 열린다. 오케스트라의 천국이라 불리는 독일, 그 중에서도 지존으로 통하는 남부 바이에른 주 주도 뮌헨에는 정상급 메이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뮌헨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있다. 뮌헨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뮌헨 지방의 문화적 발전에 괄목할 만한 공헌을 해왔고, 오늘날에는 뮌헨의 문화뿐만 아니라 서부 독일 전체의 문화적 시발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12월1일,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뮌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 프로그램에서는 세계 정상의 솔리스트들이 초빙되어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연주함으로써 국내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독일 교향곡의 정수를 들려줄 것이다. 12월1일~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02-720-3933



 ■ Lady day at Emerson’s Bar & Grill

 재즈계의 영원한 디바, 빌리 홀리데이의 일생을 그린 무대가 마련된다. 그의 마지막 콘서트 모습을 재현하는 ‘에머슨 식당에 선 레이디 데이’(Lady day at  Emersons’s  Bar &Grill) 공연이 열리는 것. 레이디 데이라는 애칭을 지닌 빌리는 자신이 죽기 직전 에머슨클럽에서 공연을 갖는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고단한 삶을 보여준다. 10대 시절의 방황과 마약 중독, 남편에 대한 기억, 어머니에 대한 애증, 흑인 차별의 고통을 독백으로 읊조린다. 그의 방황기와 애절한 삶을 노래한 재즈곡에서 슬픔이 묻어난다.‘스트레인지 프루트’와 ‘딥 송’등 친근한 재즈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12월1일~5일, 서울 퍼포밍아트홀

문의 02-516-3296



 ■ 서울 클래시컬 플레이어즈

 ‘Mozart in g minor’

지휘자 박영민이 이끄는 서울 클래시컬 플레이어즈에서 젊은 연주가들이 실력을 한껏 펼친다. 모차르트의 수많은 교향곡 중 G단조(minor) 조성을 가진 교향곡 제25번과 제40번을 연주한다. 이 두 곡을 나란히 연주함으로써 작곡가 모차르트 작품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 한편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 잘 알려진 제4번을 서울 클래시컬 플레이어즈와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의 협연으로 꾸민다. 12월23일, 호암아트홀  문의 02-761-5013



 ■ 에어 서플라이 크리스마스 콘서트

 소프트 록 그룹 ‘에어 서플라이’의 여섯 번째 내한 공연이 열린다. 자신의 히트곡들을 모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것. 서정적인 선율의 피아노곡 ‘All out of love’, ‘Lost In Love’,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등 친근한 노래들로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콘서트는 18일은 디너 콘서트 형식으로, 19일은 디너가 제공되지 않는 일반 콘서트로 진행되어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마련했다. 추억 속의 노래들과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12월18일~19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 컨벤션센터 문의 02-541-6237



 ■ 이루마가 띄우는 크리스마스 카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린다. 매년 들어 왔던 크리스마스 캐럴을 그만의 느낌을 담아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 줄 예정이다. 캐럴과 뉴에이지 음악이 만나 어떤 매력을 발산할지 기대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전해 주는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12월25일~26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

문의 02-720-3933

박돈규 조선일보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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