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어떤 운동보다 행운이나 요행이 적게 통하는 종목이다. 테니스의 경우처럼 실력을 키우지 않은 기업은 결국 언젠가는 무너지게 마련이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테니스 경영관’이다.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직함에서 알 수 있듯이 조 회장은 테니스 마니아로 재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 골프나 승마, 헬스 등 비교적 점잖은(?) 운동을 즐기는 여타 그룹회장들과는 달리 조 회장은 코트를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는 스포츠를 통해 건강을 지켜 나가고 있다.

 “두 시간 정도 볼을 쫓아 땀을 흘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해소된다. 이 세상에 테니스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다”는 조 회장의 테니스 예찬론은 이미 프로선수 수준의 기량과 전문가 수준의 이론적 기틀로까지 발전해 있다.



 행운이나 요행 통하지 않은 운동

 지난 10월30일 조 회장은 한솔제지 대전공장 테니스 코트에서 올해 4번째를 맞이하는 한솔배 테니스대회를 개최하고 직접 선수로 출전, 임직원들과 실력을 겨루었다. 한솔그룹 8개 계열사에서 60여 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조 회장의 성적은 3위. 그러나 4회 연속 출전한 조 회장의 최고 성적은 2위였다. 우승 욕심을 냈던 올해 대회에서의 3위는 조 회장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테니스에 대해 기초 체력이 없으면 결코 잘할 수 없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또 점수를 내지 못해도 ‘러브(Love)’라고 부를 만큼 상대방을 존중하는 신사적인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테니스의 이 같은 특징을 운동으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경영 현장에서 늘 배워야 할 포인트라고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테니스는 조 회장의 경영 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지난 1995년 한솔제지 신규사업담당 전무였던 조 회장은 서울에서 북미 3대 펄프업체인 파슨스 앤드 화이트모어의 조지 랜드거 회장과 만났다. 한솔이 이 회사로부터 연간 3.5%의 펄프를 공급받고 있던 터라 매우 중요한 만남이었다. 이날 공식적인 모임을 마친 두 사람은 저녁식사를 하며 우연찮게 테니스 얘기를 화두로 삼게 되었다. 랜드거 회장이 파슨스 앤드 화이트모어에는 테니스클럽이 활성화돼 있다고 자랑을 한 것이었다. 이에 평소 테니스 마니아였던 조 회장은 자웅을 겨뤄 보자며  즉석에서 양사 테니스클럽 간의 친선 경기를 제의했다. 이후 두 회사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번갈아 상대방을 초청하는 형식의 테니스대회가 열리고 있다. 테니스를 통한 이 같은 교류를 통해 두 회사의 친목과 신뢰가 깊어갈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고등학교 유학시절부터 즐겨

 조 회장이 테니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미국 고등학교 유학 시절인 것으로 한솔그룹 고명호 상무는 전한다. 이후 연세대 경제학과 재학 때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해 열성적인 활동을 하는 등 30년간 테니스에 대한 사랑의 싹을 키워 왔다고 고 상무는 덧붙인다. 지금도 매주 1~2회씩 코트를 찾아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특히 자동차 트렁크에 항상 테니스 라켓을 싣고 다니며 지방 사업장 방문 시 현장 점검 등을 마치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 싶으면 즉석에서 임직원들과 한 게임을 즐긴다. 또 게임 후에는 사업장 주변 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저녁을 먹는 등 소탈한 경영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 회장은 지난 1996년 한솔제지 테니스팀을 창단해 주니어 육성 및 발굴에 나선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올 9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마리아 사라포바를 비롯한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을 초청한 한솔 코리아오픈대회를 개최해 전국적으로 테니스 붐을 조성하기도 했다.

한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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