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노래로 밤을 샌다면 스페인 사람들은 유머를 이야기하면서 밤을 샌다. 누군가 한 사람이 ‘치스테’(스페인 유머)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서로 한마디씩 하려고 정신들이 없다. 술집에서 술을 들다 말고 벌떡 일어서서 원숭이 시늉을 한다든지, 병신 흉내를 내는 것은 예사이다. 유머 내용에 따라 몸짓도 수없이 다양하다. 그만큼 사람들을 웃기려고 열성이다.

 스페인에는 오랜 전통을 가진 가톨릭 국가답게 신부나 수녀에 대한 유머도 엄청 많다. 내가 1968년도에 스페인에 가서 어느 어촌마을 아주머니에게 들은 유머다.



 어쩌다가 성당 앞으로 멋지게 생긴 젊은 신부가 지나갔다. 그러자 장난기 많은 마을 젊은 처녀 하나가 신부에게 다가가 눈을 반짝이며 속삭였다.

 “아이, 신부님. 저 오늘 고백하고 싶어요!”

 잠시 당황해 하던 신부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 마리나. 자네는 이미 (고백성사를 통해) 죄 사함을 받았네.”



 이미 중세에 환 루이스라는 대승정은 자신이 쓴 <좋은 사랑의 이야기>란 책을 통해 유머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좋은 이야기도 재미있어야 하는 법”이라며 그는 ‘작은 여자에 대한 칭송’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자와 육체 관계를 하는 것은 나쁜 짓이니

 죄를 지으려면 적게 짓는 게 좋아

 따라서 여자하고 잘 때는 작은 여자가 최고!



 대승정은 물론 음욕이 나쁘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하지만 여기서 가르치고 싶었던 종교적 ‘좋은 사랑’이 진짜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도 아리송하다.



 진짜 신부의 탐욕을 까발리는 유머도 있다.



 어느 날 미사에서 무척 많은 헌금이 걷혔다. 신부는 그 많은 돈이 욕심이 났다. 그러나 양심을 속일 수는 없었는지 신부는 헌금통을 통째 하늘로 던졌다.

 “하나님, 헌금 받으소서! 안 받으신 것은 제가 가져도 돼죠?”



 종교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억눌림도 스페인 사람들의 낙천주의와 자유정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독재자 프링코 시대에도 가장 인기 있던 잡지가 <코도르니스>라는 유머, 만화 잡지였다.

스페인 사람은 묻는다.

 낙천주의자와 염세주의자의 차이는? 낙천주의자는 “내일이 일요일이네!” 하는 사람이고, 염세주의자는 “아이구, 모레가 월요일이야!” 하는 자.

 또 묻는다.

 도덕적인 사람은? 좋은 충고를 해주는 어른, 특히 이미 나쁜 행동을 보여 줄 나이가 넘었을 때.

 세르반테스, 고야, 벨라스케스, 피카소 등 수많은 예술가를 산출한 스페인 사람의 성격 중 가장 뛰어난 것이 지극한 정신의 자유요 관습이나 타성, 상식을 벗어난 자기중심적 세계관, 우주관이었다. 그런 정신세계 구축의 첫 길이 유머요, 웃음을 통한 스페인식 ‘살풀이’였으리라. 스페인 사람들의 세계관은 그 무서운 염세주의에도 항상 웃음이 묻어 있다.

 인간이 무엇이냐고? “산부인과 의사가 장의사에게 보내는 소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