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위해 한국 기업이 해야 할 일



 최근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 중 하나는 베인 보스턴 오피스의 크리스 주크가 저술한 <핵심에 집중하라>와 <핵심을 확장하라>이다. 전세계 2000대 기업에 대한 10년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책과 연구조사의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다. 이 중 첫번째로 출간된 <핵심에 집중하라>는 사업의 성장 또는 침체를 결정짓는 주요 동인을 파악하기 위해 2년여간 진행된 프로젝트를 집대성한 것이다.





 기업의 성장이나 확장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크리스 주크가 실행한 연구대로 현미경을 들이대고 기업들을 세밀하게 분석해 보면 생각보다 성장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 책은 언급하고 있다.

 이는 특히나 과거 두자릿수 성장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 기업의 경영진에게는 더욱더 놀라운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방법으로 한국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소수 기업들만이 적당한 수준의 수익을 동반하는 성장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성공 기업은 핵심 사업에 집중

 <핵심에 집중하라>를 통해 저자는 성공적인 기업들은 핵심 사업에서 과실을 따먹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회사의 핵심 사업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극대화시킬 뿐 아니라 유사한 상황에 놓인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핵심 사업에 재투자한다.

예를 들어보자. 인텔은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핵심 기술과 애플리케이션 관련 연구개발(R&D)에 경쟁 업체 대비 일곱배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핵심 사업으로부터 창출된 수익을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자회사의 자금 조달이나 투자에 사용하는 대다수의 한국 기업들과 대조된다.

 이 책이 전달하는 주요 메시지 중 하나는 특정 산업의 1위 업체 대다수가 핵심 사업에서 인접 사업으로의 이전을 섣불리 실행한다는 것이다. 2위 업체의 경우에는 추가로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고, 1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게 어렵지 않다. 반면에 1위 업체의 경우에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1위 업체일수록 핵심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며, 이를 통해 뒤를 좇고 있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넓혀야 한다.

 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예가 농심이다. 농심은 신라면에 힘입어 라면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심은 신라면의 시장 확대, 마케팅, 광고 등에 지속적으로 재투자를 하고 있고, 그 결과 식음료 사업에서 가장 막강한 브랜드와 시장 지배력을 가진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후속으로 출간된 <핵심을 확장하라>는 기업 성장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다루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번째 책이 한국 기업들에 적용 가능한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지리적 확장을 성공적으로 하는 기업들과 실패를 거듭하는 기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등이 이 책에서 주로 다뤄지는 질문들로, 이는 한국 기업의 경영진이 오늘날 고심하고 있는 문제와 동일하다.

 나는 IMF 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의 구조 조정에 관여했었는데, 그 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을 매각한 기업의 대부분은 ‘성장 실패’에 해당되는 기업들이었다. 다시 말해 파산한 기업의 20% 정도만이 소위 ‘핵심 사업 실패’ 기업이었고, 나머지 80%의 기업은 신규 사업으로의 무리한 확장으로 인해 현금을 다 소모해 버렸거나 핵심 사업에까지 큰 타격을 입혀 파산으로 내몰린 회사들이었다.



 신규 사업으로의 확장 성공률 25% 불과

 크리스 주크가 발견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항을 공유하자면, 연구대상 기업의 13%만이 지난 10년 동안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8개 기업 중 1개만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했다는 의미다. 나는 이 결과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크리스 주크가 사용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기준 자체가 그다지 높지 않았음을 감안했을 때 더욱 그러했다. 차트 1은 본 연구조사의 방법론과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지난 10년간 연간 5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이 중에서 5.5%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회사들을 간추려냈다. 5.5%의 매출 성장률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님에도 27%의 기업만이 이를 충족시켰다. 그 다음은 수익 성장률이다. 5.5%의 수익 성장률을 달성한 기업은 전체 중 16%에 불과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자자에게 투자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자기자본 비용이 자본비용을 상회하는가’라는 매우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13%의 기업만이 이 기준을 통과했다. 즉 100개 기업 중 13개만이 지속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기업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과 수치를 기반으로 오늘날의 사업 환경에서의 성장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신규 사업으로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기업은 4개 기업 중 1개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기업 CEO의 70% 이상이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수립하면서, 이를 달성 가능하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도하게 높은 기대치와 비현실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 경주라는 악순환의 사이클을 낳는다. 크리스 주크는 2000년으로 되돌아가, 그 당시 기업들이 발표한 중장기 재무 전망을 가지고 이를 해당 기업의 핵심 사업의 성장률과 비교해 보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업계 평균 성장률보다 190% 높은 매출 성장 전망치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익 성장 전망은 무려 41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EO들이 얼마나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업계의 성장과 해당 업계에 종사하는 기업의 성장 간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위 ‘사양 산업’ 또는 ‘성숙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라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고성장 산업’에서도 부진한 성장세를 면치 못하는 기업이 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산업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통념과도 전면적으로 배치된다.



 황금알을 낳는 산업은 없다?

 그러면 이것이 한국 기업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이는 최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고성장 산업이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수의 한국 기업들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을 찾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크리스 주크에 의하면 이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둘째, 기업 성장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특히 두자릿수 성장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고, 비핵심 사업의 성장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고 있는 한국 기업의 경영진의 경우 특히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성공적인 확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4개 중 1개에 불과하다. 그 하나의 기업이 여러분의 기업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비핵심 사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기에 앞서 리스크와 비용 대비 효익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장을 달성하는 기업은 뛰어난 재무성과를 달성하는 반면 예술과 과학을 동시에 요구하는 성장을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쓰라린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크리스 주크는 이를 나이키와 리복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나이키는 반복적용이 가능한 성장 전략을 수립한 반면, 리복은 원칙 없는 성장 전략을 실행했다. 다음 차트를 보면 1980년대에만 해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두 회사의 전략 차이를 볼 수 있다.

 차트2는 지난 20년간 나이키와 리복의 실적을 간단명료하게 보여준다. 매우 강력한 시사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