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와 산방산, 그리고 한라산.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만 가능한 조망권이다. 한라산에서 미끄러지듯 흘러내려와 금방이라도 산방산을 넘어 마라도로 내달릴 듯한 27개 코스는 거대한 정원을 연상시킨다. 곡선미 넘치는 이스트코스, 거칠고 격렬하면서도 도전적인 웨스트코스, 그리고 전체 코스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노스코스는 계절에 따라 혹은 골프실력에 따라 다가오는 아름다움이 전혀 다르다.

 반적으로 골프장은 조경 콘셉트에 따라 스코틀랜드풍과 일본풍으로 분류한다. 스코틀랜드풍은 자연을 그대로 방치한, 최소한의 조경을 특징으로 한다. 꼭 필요한 부분에만 인공적인 조경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일본풍은 골프장 전체를 정원처럼 꾸민다는 특징을 갖는다.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없을 만큼, 심지어 잡초까지도 손질을 한다.

 최근 세계적인 골프장 조경 추세는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즉 스코틀랜드풍의 골프장 조경이 유행이다.

 올 들어 두 차례 세계 100대 골프코스로 선정된 제주도 핀크스 골프클럽(PINX GOLF CLUB)의 조경은 스코틀랜드풍도, 그렇다고 일본풍도 아니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스코틀랜드풍과 일본풍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영덕 대표는 이를 가리켜 “한국다운, 제주도다운 조경”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조경의 개념이나 추세를 따르지 않은 핀크스GC만의 조경이라는 것이다. 자연을 보존하고, 지형도 가능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정원을 추구했다는 설명은 실제 라운드를 해보지 않고서는 실감할 수 없다.

 클럽하우스도 국내 수많은 골프장들이 자랑처럼 내세우는 지중해식이나 서양식 건축물이 아니다. 한국적인 개념을 잃지 않은 속에서도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자연과의 조화도 빼놓지 않았다. 웅장하지도 않으면서 자연 속에 포근히 내려앉았다.

 “제주도에서 서식하지 않은 것은 일절 없습니다. 무슨 야자수라든가, 서양난이라든가, 화려한 색상의 꽃이라든가 모두 배제했습니다. 가장 제주도다울 때 우리가 세계와 겨룰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주도에서 지중해식이나 캘리포니아식을 흉내낸다고 그것이 본고장만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핀크스GC의 자랑이 조경에 있을까. 물론 아니다. 골프장은 역시 골프코스에서 자랑거리를 찾아야 한다.

 코스 설계자인 테오도르 G. 로빈슨는 지난 1997년 12월 김홍주 회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전 세계에 있는 170여개의 골프장을 설계했는데, 핀크스GC은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이라는 자평을 내놓았다. 로빈슨에 따르면, 27홀의 배치는 절묘함과 적절한 균형, 그리고 난이도가 어우러져 있다. 또 인상 깊은 조형미와 더불어 14가지 클럽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모든 샷에서 정확성을 요구하는 레이아웃이 돋보인다.

 핀크스GC는 흔히 양잔디로 불리는 켄터키 블루글라스를 페어웨이에 식재했다. 또 그린은 벤트그라스로 조성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최초로 상토를 모래로 조성해 잔디의 근계 발달은 촉진시키고 배수에 완벽을 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시사철 푸름을 자랑하는 켄터키 블루글라스지만, 고온다습에 약한 단점은 개장 6~7년이 지난 요즘 핀크스GC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 페어웨이 상태가 개장 초기만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핀크스GC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페어웨이와 러프까지 양잔디를 깔고, 그 밑에 40~50cm 깊이로 모래를 깔았다. 그러나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일본 최고의 양잔디 전문가에게 받았던 자문을 올해 미국 전문가로 바꾸고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잔디 생육에 기후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그 탓을 하면 안 되지요. 대비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내년부터는 잔디 상태가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굳이 최고를 지향하기 위해 애쓰지는 않지만, 회원들이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애쓰는 자세가 핀크스GC을 국내 최고의 골프코스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Plus Interview  이영덕 대표이사

“혼이 담긴 골프장은 핀크스 하나로 족해”



 "국
내 골프장이 전체적으로 형편없는데, 핀크스GC 한 곳만 우수하다고 해서 세계 100대 골프코스로 선정될 수는 없습니다. 국내 골프장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만큼 전체적으로 수준이 향상됐고, 그 가운데 조금 더 잘한 핀크스GC이 선정됐을 뿐입니다.”

 이영덕(57) 대표이사는 지난 5월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와 최근 영국의 <골프월드>가 핀크스GC을 세계 100대 골프코스로 선정한 것에 대해, 국내 골프장과 골프계의 규모, 그리고 위상 및 수준이 이제 세계적인 위치에 올라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구태의연했던 업계에 새로운 바람과 문화를 불어넣음으로써 골프장 경영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게 핀크스GC이 선정된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핀스크GC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이 대표는 제2의 핀크스GC 건립 계획에 대한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해에 두 번씩이나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이라는 영광을 안은 만큼 욕심을 부려볼 만도 하련만, 그의 답은 전혀 달랐다.

 “혼(魂)이 담긴 골프장은 하나로 족합니다. 김홍주 회장님이나 저나 사명감을 가지고 핀크스GC에 우리의 혼을 담았습니다. 혼이 들어간 골프장을 몇 개씩 할 수 있습니까?”

 진정 혼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골프장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 이 대표는, 그러나 핀크스GC만으로 만족하고 안주하지 않았다. 진정한 회원제 골프장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핀크스GC과 관련된 각종 부대사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회원제 골프장이 이윤을 추구한다면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회원들이 투자한 시설입니다. 투자한 자금은 회원권 분양으로 회수했지 않았습니까. 이윤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회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재투자해야지, 오너가 가져간다면 부도덕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회원제 골프장이 그렇듯, 핀크스GC도 현재 적자운영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캐시플로어에는 문제가 없지만, 감가상각 부문에서는 적자라고 이 대표는 밝혔다. 때문에 골프장 건립을 계획했던 처음 목적에 부합하는 추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분명한 건 이들 부대사업이 골프장 사업을 위한, 골프장 운영을 한 단계 상승시키고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골프장 자체만으로는 적자를 벗어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추가사업을 통해 골프장사업을 보완하고자 할 뿐이다.

 핀크스GC이 추진하는 부대사업은 이미 눈에 띄게 추진되는 중이며, 이미 일부 시설은 운영을 시작했다. 비오토피아로 불리는 종합휴양시설이 그것이다. 비오토피아는 핀크스GC 근처 22만평 부지에 들어설 골프장과 온천, 생태공원이 결합된 휴양형 신주거공간이다. 자연, 휴양, 장수를 주제로 모든 주택에 온천수를 공급해 집에서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전 세대에게 바다 조망권까지 확보해 주는 최고급 별장이다. 이미 온천은 영업을 시작했다.

 “돈을 벌겠다고 했으면 벌써 벌었을 겁니다. 그러나 눈앞의 돈을 좇지 않고 사회 기여라는 대의에 충실하면 돈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경영철학으로 사업을 해왔고, 또 해나갈 겁니다.”

 개장 이후 핀크스GC이 실시하고 있는 한일 골프대항전도 그 의미가 다르지 않다. 비단 프로대항전뿐만 아니라 프로와 아마추어 대항전도 실시했다. 아직까지는 더욱 다양한 계층으로 대항전을 확대할 계획이 구체적이진 않지만, 현재 진행 중인 대항전을 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전망이다.

 “개인적으로 ‘진행은 힘’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뭔가 하고 있으면 힘이 생기고, 길이 열립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시작이 반 아니겠습니까.”

 이 대표는 이제 골프장도 차별화에 대한 대우가 분명해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 상태였다는 이유로 이제껏 모든 골프장의 서비스를 획일적으로 취급해 온 점을 짚었다. 마치 특급호텔이나 장급 여관이 동등하게 취급되는 것처럼, 모든 골프장의 서비스를 획일적으로 대우한 것이 지금까지 한국의 골프장 정책이었다고 이 대표는 흥분했다.

 “잠잘 곳이 없으면 장급 여관도 높은 요금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골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린피를 차별해야 합니다. 훌륭한 골프장은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지요.”

 이 대표는 27년의 구력을 보유한 골프마니아다. 그러나 악착같이 매달리기보다는 보기플레이 수준의 핸디캡으로 즐기는 골프를 선호한다. 최고 스코어는 79타. 골프장 건설에 매달린 최근 10년 동안은 라운드를 거의 하지 못했다.

 “골프는 자기억제가 필요한 운동입니다. 룰이라는 것도 자기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면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사람 기질과는 조금 맞지 않는 면이 있지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