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즐겨 찾는 인기 해외여행지 중 하나인 필리핀의 음식을 전문으로 내놓는 음식점이 서울의 강남 압구정동에 선보였다. 색다른 분위기 속 필리핀의 맛을 찾아가 보자.
 즘은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이 낯설지 않다. 태국이나 인도, 말레이시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전문식당만 해도 이미 여러 곳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인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나라인 필리핀의 음식점은 여태껏 찾아볼 수 없었다. ‘펄 팜’은 국내에 문을 연 최초의 필리핀 음식점이다. 지난 9월 초 개점해 석 달째를 맞고 있는 펄 팜의 박수혜(35) 사장은 음식점을 운영하기 전까지 필리핀항공에서 10년 동안 근무했다.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에는 한국의 압구정동 같은 와카티라는 곳이 있어요. 그곳 식당들에서 내놓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핫팟 & 그릴’(Hot pot&Grill)인데, 해물이나 육류를 구이와 탕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것입니다. 샤브샤브와 구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게 커다란 냄비 옆에 그릴이 따로 달려 있죠. 마닐라는 찾을 때마다 와카티를 가곤 했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해 한국에서도 음식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요리는 기본적으로 중국과 인도 요리에 그 뿌리를 둔다.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베트남이나 태국 요리 또한 넓게 보면 중국 요리의 한 갈래라 할 수 있다. 필리핀의 경우는 이와 조금 다른데,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 지배를 오래 받았던 영향이 요리에도 그대로 배어 있다.

 “물론 필리핀 고유의 음식이 있죠. 그렇지만 그 음식이 과연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죠. 핫앤팟은 필리핀 요리를 기본으로 한 퓨전음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박 사장은 ‘지난 두 달 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이젠 제법 단골도 생겨난 상태’라고 귀띔했다. 저녁 7시, 77석 중 절반가량의 좌석에 손님이 찼다. 그러나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까닭에 가게 입구에서는 필리핀 향료와 양념으로 조리한 바비큐 요리를 내놓고 오가는 사람들이 시식할 수 있도록 했다.

 펄 팜에서 내놓고 있는 필리핀 정통 요리는 일곱 가지. 박 사장은 80여 종류의 필리핀 음식을 몇 번에 걸쳐 일일이 먹어 본 다음 최종 일곱 가지를 메뉴로 골랐다고 한다. 대표적인 메뉴는 역시 핫팟 & 그릴이다. 등심 중 최고급으로 치는 마블링이 들어간 알등심, 타이거새우, 갑오징어, 뉴질랜드산 그린홍합, 대합, 모시조개가 양송이와 곁들여져 푸짐하게 나온다. 먼저 얇게 저민 샤브샤브용 등심을 소 뼈를 고와 만든 육수가 담긴 샤브샤브 그릇에 넣었다 꺼내 먹어 본다. 푸석하지 않고 감칠맛 나게 입안에 감긴다. 홍합과 대합, 모시조개는 해물용 샤브샤브 육수가 담긴 통에 넣고 먹는다. 육수에 제 맛을 뺏기지 않은 해물의 상큼한 향이 고스란히 난다. 육류와 새우를 건져 먹은 뒤에는 국수를 넣어 먹는다. 명동의 중국 재료점에서 납품 받는다는 국수는 오래 삶아도 물러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구이용 그릴에는 타이거새우와 갑오징어, 양송이 등을 굽는다. 펄 팜 측은 가장 비싼 타이거새우만을 골라 내놓는다는 걸 내세운다. 머리와 꼬리를 뗀 몸통만 해도 한 입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큼지막하다. 2인 이상 세트 메뉴 가격은 해물과 육류가 모두 나오는 콤비네이션세트는 4만원, 고기만 제공하는 피프세트는 3만6000원이다. 2인분만 시켜도 3~4명이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다. 영업시간은 오후 1시부터 밤 12시까지로 주차도 가능하다. 연중무휴지만 추석과 설날 당일은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