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올 때 입고 오셨다던, 해지면 꿰매고 또 꿰매어 60년을 입으셨던 누더기 무명치마 한 벌 남기고 떠나신 어머니. 돌아보니 어머니 자신을 위해 하신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이 두고두고 자식들을 아프게 합니다.”

 질곡과 격동의 세월을 딛고 일어선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아련한 눈물과 묵직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오는 8월31일까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특별전시장에서 열릴 <조선일보> 주최 광복 6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아! 어머니’가 그 현장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현대사를 어머니의 눈으로 재조명, 한국 어머니들의 삶과 문화를 그대로 재현해 관람객들에게 웃음과 눈물, 그리고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전시장은 일종의 즐거운 ‘민속촌’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맞닥뜨리게 되는 폭 9m, 길이 24m, 높이 6m의 실물 크기로 재현한 ‘언덕배기 달동네’에선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말라고 연탄재를 부어 놓은 계단 하며, 베니어판으로 잇댄 재래식 화장실, 심령부흥회 포스터 등에 관람객은 웃음을 터뜨린다. 300여평의 공간에 60~70년대 골목길을 재현한 ‘추억의 골목길’도 재미있다. 연탄가게, 문방구, 약방, 만화가게, 이발소, 전당포로 이어지는 골목길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의 세월로 돌아간 것처럼 그 시절의 추억에 잠기게 된다.

 ‘생활사 60년’ 전시장에선 어머니들의 생활을 바꾼 물건 1호, 일제 시대 발랐던 백분, ‘동동구리무’ 등 잊혀져 가는 물건들이 실물로 전시돼 있다. 나무로 만든 책가방과 냉장고에선 신기함이 느껴지지만 전쟁 직후 부족한 물자 때문에 군복을 재활용해서 만든 한복, 밀가루포대로 지은 버선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대중문화 60년’ 코너도 재미있다. 피난살이와 이별의 한을 실었던 1950년대 가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1960년대 영화, 청바지와 통기타로 상징되는 1970년대를 비롯한 대중문화 60년의 변천 과정이 펼쳐진다. 오드리 헵번 뺨치게 예뻤던 배우 김지미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비롯,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최은희부터 ‘말아톤’의 김미숙까지 어머니를 주제로 한 영화 포스터들의 변천사가 특히 눈길을 끈다.

 언제 봐도 즐겁고 정겨운 이승은-허한선 부부의 인형 작품들을 모아 놓은 ‘엄마, 어렸을 적엔… 남은 이야기들’도 인기 코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새로 제작한 20여점을 비롯해 모두 50여점의 대표작만 모아 놓았는데, 특히 눈 오는 날 비닐을 뒤집어쓴 채 생선을 파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그린 ‘어머니의 겨울’은 가슴을 일렁이게 한다. 오줌을 싼 뒤 소금을 꾸러 가는 개구쟁이, 빗자루를 들고 대문을 뛰쳐나오는 화난 어머니 등에선 지난 시절의 추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밖에 대한민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화와 발전상을 가늠할 ‘대한민국 여성 60년’, 각종 사진과 필름 등을 다양한 기법으로 편집, 영상으로 제작한 ‘어머니 극장’ 등의 코너가 있다.

 하지만 ‘아! 어머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일반인들과 사회 저명인사들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와 유품, 사진 700여점을 모아 놓은 코너다. 배우 고두심씨가 선보인 어머니의 낡은 거울을 비롯,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어머니 육영수 여사에게 띄운 편지 등 갖가지 사연이 담겼다. 관람객도 편지를 쓸 수 있다. 전시회에 비치된 카드에 편지를 써 전시장 출구에 있는 나무에 매달아 놓을 수 있다.

 문의 (02)793-1467, www.omon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