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복잡할 때 카메라를 만져요. 일상이 힘들 땐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죠.” 이의우(49) 우리투자증권 상무(강북지역 담당자)는 사진 예찬론자다. 강북지역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그에게 카메라는 단순히 피사체를 찍는 취미라기보다 일상 탈출을 위한 유일한 도구다.
 의우 우리투자증권 상무가 카메라를 만난 건 6년 전 송파구 미화지점장으로 있을 때였다. 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해 사내 사진동호회에 들었던 그는 당시 사진 감상법은 물론 카메라 조작법조차 모르는 말 그대로 초짜였다.  거금 100만원을 들여 니콘 카메라를 장만하고 동호회 활동에 참가했지만, 초보자에게 사진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 고가의 카메라는 단순한 사치품에 지나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면 찍히고 사진이 나오는 줄만 알았어요. 동호회에 들었으니 카메라쯤은 장만해야 한다는 생각에 남들과 비슷한 것을 샀지만, 초짜인 제게는 사치품이나 다름없었죠. 후회도 많이 했어요. 회사 직원들과 어울리는 건 좋지만 괜히 시작했나 싶더라고요.”

 그런 그가 사진에 눈을 뜬 것은 첫 출사(출장사진)에서였다. 이론과 사내 실습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사직을 찍는 각도나 빛을 조절하는 방법 등을 배운 그는 첫 출사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고 한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수없이 봐 왔던 나무인데도 일반 사물이 아닌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혹 ‘저 나무가 내게 사진을 찍게 하려고 저기 서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그 느낌. 아마도 여행을 가서 멋진 풍경을 보고 느낀 적이 있을 거예요. 초짜였지만 그때 저는 카메라와 사진, 그리고 사물에 대해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서운 법. 이후 그는 카메라에 푹 빠졌다고 한다. 사진 전문서적을 사와 밤새워 공부하고 주말이면 단독 출사를 감행, 말 그대로 ‘보이는 대로 찍었다’고 한다. 그는 “늦깎이 열정에 빠진 그때는 모든 걸 카메라와 사진 속에 담고 싶었다”며, “당시 찍었던 사진을 보면 우스운 사진도 많지만, 초짜의 기특함이 곳곳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1992년 만들어진 우리투자증권(구 LG투자증권) 사내 사진동호회는 1999년부터 전사적인 사진동호회로 발전했다. 회원은 물론 비회원까지 언제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참여인원이 가장 많은 동호회로 발전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구자열 LG전선 부회장(당시 LG투자증권 부사장)도 고문으로 활동을 했을 정도.

 2005년 4월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이 합병하면서 이 상무는 사진동호회 회장을 맡았다. 동호회 회장으로 이 상무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이름을 바꾼 것이다. 13년간 써 오던 ‘사진동호회’란 이름을 버리고 ‘사진여행 동호회’로 개명한 것. 합병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기존 회원과 신입회원의 단합을 위해서는 같이 떠나는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사진도 찍으면서 직원들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했더니, 가장 먼저 여행이 떠올랐어요.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더욱 친밀해집니다. 콘크리트 속에서는 일상을 등에 지고 살기 때문에 서로에게 벽을 두지만, 자연으로 나가면 금세 본연으로 돌아가게 되어 사람 사이에 놓인 벽도 사라지게 되죠.”

 효과는 만점이었다. 사진과 여행이 만나면서 가입을 원하는 신입회원들의 신청서가 선발하기 힘들 정도로 넘쳐났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의 사진여행 동호회 회원은 58명.

 또 직원간 단합은 물론 동호회 교류문화가 업무로 이어지면서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 상무는 “본사와 지점 곳곳에 배치된 동호회 회원들은 사내 인트라를 이용해 동호회 활동은 물론 상품 개발과 업무 효율화 등 아이디어를 교환한다”며, “합병하기 전 이질적인 문화에 있던 직원들이 서로 교류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면서 합병 시너지는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사진여행 동호회는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전국 방방곳곳으로 출사를 나간다. 오는 12월3일에도 동해로 일출을 맞이하러 갈 계획이다. 그곳에서 도시의 찌든 때도 훌훌 벗고, 추억도 찍고, 사람도 찍으며 자연을 카메라에 담아 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