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피터 드러커(11월11일 작고)는 신과 같은 존재다. 기업 경영에 대해서라면 그는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혜안을 소유한 사람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비즈니스 세계를 예측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본질을 꿰뚫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새로운 원칙이나 사상을 창조해 낸다. 독자들이 똑같은 서적을 반복해서 읽게끔 유도하는 유일무이한 저자다. 성경처럼 말이다.

 최근 저술한 <21세기 지식경영>은 비즈니스 이론과 예측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피터 드러커 스타일의 책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다른 저술서가 그러하듯이, <21세기 지식경영> 역시 이론 수준에 머무른다. 특정 기업이나 조직의 예를 들기보다는 보다 거시적 관점인 산업 전반적인 차원의 주요 흐름을 진단하고 분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여러분이, 또는 여러분이 속한 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한 신속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면, 그의 책은 그다지 유용하지 못하다. 대신 비즈니스 전반이나 전문 경영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시각을 얻기 원한다면, 피터 드러커의 책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보기를 적극 권한다.

 그는 ‘전문가의 전문가’로도 통한다. 누군가의 인도가 필요할 때 나 같은 사람들은 그의 책을 뒤적인다. 다양한 인용구나 예측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례로 그가 얘기하는 경영의 패러다임 변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그는 21세기에는 경영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경영이란 사업경영을 의미했다. 오늘날, 이는 조직 전반을 경영하는 것을 뜻한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는 단 하나의 올바른 조직구조만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패러다임에서는 수행업무의 성격에 따라 적합한 조직구조가 다를 수 있고, 이런 조직구조를 모색·구축하며, 이를 테스트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는 올바른 인력관리 방법은 하나만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인력을 관리하는 것보다 이들을 앞에서 이끄는 능력이 중요하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는 기술, 시장, 최종 소비자를 당연시했다. 오늘날에는 고객의 가처분소득을 기반으로 정책 과 전략을 결정한다. 개별 산업에서 사용하던 기술을 교차 사용한다.

 과거에는 경영의 범위를 법으로 결정지었다. 오늘날에는 운영에 의해 결정한다. 과거에 경제는 국가 장벽에 의해 정의되었다. 오늘날에 국가 장벽은 경제활동을 제약할 수는 있으나 정의하지는 못한다.

 위 문장들을 얼핏 보면 불명확한 용어와 문장의 나열 같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각 아이디어에 얼마나 많은 지혜가 담겨 있는지를 살펴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심오한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책을 최소 두 번은 읽어야 한다. 첫 번째는 내용 파악을 목적으로, 두 번째에는 시사점 도출을 목적으로…. 내가 경영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한 교수가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고,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500자의 자기 언어로 요약해 보라고 과제를 내준 적이 있다. 이는 매우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용을 자체적으로 소화해 나만의 언어로 요약을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세 번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때 동일한 내용을 몇 번씩 되새김질하면서도 단 한 번도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1939년 출간된 그의 첫 서적인 <경제인의 종말>에서 그가 소개한 예측과 이론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95세의 고령에도 작고하기 직전까지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뒤쳐지지 않고 예리한 관찰력을 토대로 이 같은 경제서적을 끊임없이 출간한 그를 보면 존경심이 앞선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기업들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진 것뿐 아니라, 전문 경영인의 경력, 특히 중년기 이후의 경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 흐름을 자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년 이후의 삶은 젊은 시절만큼이나 중요하고, 인생을 계획하는 데에 더없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이디어와 행동의 관점에서 경영진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를 범하지 마라. 아이디어를 행동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훌륭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소수다. 많은 이들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산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산을 움직이는 것은 불도저다. 계획을 수립했다고 손을 털고 일어서지 마라.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피터 드러커가 ‘경영이라는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성경 한 권 소지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칭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피터 드러커의 서적 한 권 없이 자신을 경영인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