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뮤지컬 전용극장인 상상나눔씨어터를 개관한 서승만씨(41)가 2003년 초연한 창작뮤지컬 <터널>을 새롭게 선보인다. 허준호, 남경읍 같이 실력 있는 스텝과 배우들의 참여로 <명성황후>의 윤호진 교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터널>은 주인공의 성장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알아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춤, 노래, 드라마 3박자를 고루 갖춘 뮤지컬은 예전부터 제가 관심을 가져 왔던 분야입니다. 얼마 전에는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편입한 국민대 공연예술학부를 졸업했습니다.”

 40세에 늦깎이 학생으로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는 서승만씨의 모습에서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무대에 서는 사람의 기본이 무용이라고 말하는 그는 실제로 탭댄스를 비롯해 모든 춤에 일가견이 있다.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에 출연했지만, 배우보다 연출에 욕심이 나 2003년 뮤지컬 연출가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외국 메이저급 제작사들이 만든 뮤지컬은 음악도 현란하고 춤도 화려해 눈을 즐겁게 해주긴 하지만 어떤 감동이나 여운이 남질 않더군요. 마치 줄거리는 없고 액션장면만 가득한 홍콩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처럼 허전했죠. 우리 국내 창작뮤지컬같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번으로 3차 공연을 맞이한 <터널>은 서승만씨가 82년 ‘청춘만만세’라는 프로그램의 대본을 쓰면서부터 준비한 작품.

 “이명박 시장님도 보고 울고 간 공연이에요. 저에게 술까지 사 주시며 <터널>은 우리나라의 모든 중·고등학생들이 꼭 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죠.”

창작뮤지컬 <터널>에 대해 묻자 곧바로 자랑이 이어진다. 3차 공연으로 이어질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처음엔 기획단계에서 실패해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3차 공연은 예전에 비해 드라마를 가볍게 다뤄 어린 학생들도 보다 편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연출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래서인지 관객 중에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눈에 띈다.

 “<터널>을 연출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가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휴대폰을 꺼내 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이게 바로 창작뮤지컬 제작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죠.”

 고등학생 ‘민구’의 성장기 내용을 다룬 <터널>은 옆방에 세 들어온 연상의 여자 ‘혜진’을 보며 애틋한 첫사랑을 느끼게 되고, 이 과정에서 어머니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느끼며 스스로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터널’은 터널 안에 멈춰 서지 않고 터널을 통과해 달려가는 기차처럼 우리의 인생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더 밝은 미래와 꿈과 희망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민구’역에는 김성웅, ‘혜진’역에는 임지혜, ‘민구모’역에는 최혜수, 허선영 등이 열연한다. 영화, 뮤지컬, 가요 등 수많은 분야에서 작곡가로 활동해 온 송시현의 감미로운 음악과 보아의 안무를 담당했던 강옥순의 화려하면서도 경쾌한 안무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상상나눔씨어터에서 12월31일까지 공연한다. 문의 02-741-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