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휘어잡는 한국 뮤지컬계 스타 최정원씨(37)가 자신의 삶을 녹여낸 작품 <비밀의 정원>을 선보였다. 그녀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출을 맡았다는 동료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의 표현대로, 이 작품에서 최정원씨는 최고의 춤과 노래로 무대를 달군다. <오페라의 유령>, <렌트> 등 유명 뮤지컬 명곡들과 어우러진 열정적인 춤동작은 화려함 그 자체. 그러나 화려한 무대 뒤에는 뮤지컬 배우들의 애환과 인간적인 정이 공존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목소리를 내봅니다. 그리고 공연할 수 있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스스로 무대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최정원씨는 벌써 데뷔 17년차인 한국 뮤지컬계의 원조이자 최고 스타다. 그럼에도 그녀는 공연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며 하루도 쉬지 않고 노래와 춤 연습을 한다. 또 장기간에 걸쳐 라이브로 진행하는 공연을 위해 꾸준한 체력 단련은 필수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에 두 시간씩 조깅을 해요. 수영도 이틀에 한 번꼴로 꼭 하지요. 라이브로 장시간 노래하며 춤추려면 늘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야 해요. 긴장의 연속으로 살아야 하니 술 한 번도 마음 편히 마시기 어렵죠.”

 어떻게 항상 긴장 상태로 살아가느냐는 주변의 반응에 뮤지컬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통은 충분히 감수한다는 그녀의 말에 단호함이 배어난다. 인내의 과정은 쓰지만 그만큼 무대의 결실은 달고, 그런 무대는 그녀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를 아끼는 동료와 후배가 있기에 무대를 떠날 수 없다.

 “이번 작품도 나를 위해 남경주씨가 연출해 주었지요. 17년 동안 함께 일해 온 동료지만, 같이 일할 수 있다는 데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 함께 이번 무대에 서는 12명의 후배들도 연습시간에 자신들도 지칠 법한데 내 물통을 먼저 챙겨 줄 만큼 배려심이 깊은 후배들입니다. 사실 이번 작품에서 나는 조연이고 그 후배들이 보석같이 귀한 주연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은 데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배우 최정원의 자전적 스토리가 드라마의 축이다. 오디션에 늦은 에피소드나 데뷔 무대에서 <아가씨와 건달들>의 6번 아가씨로 공연했던 것 모두 실제 그녀 이야기다. 특히 딸과 영상을 통해 대화하는 8번째 ‘비밀의 문’은 현재 그녀의 고민을 담고 있다.

 “공연 연습으로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게 미안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내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미안함보다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합니다. 딸에게 발레나 텝 댄스를 가르쳐 주었는데 참 잘해요. 아이가 뮤지컬배우가 되겠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겁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더 많이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비밀의 정원>에는 신비한 정원의 9개문이 나온다. 이 9개의 문을 열면 한 여배우의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는 인생사가 화려한 춤과 노래로 펼쳐지는데, 사실 이는 모든 배우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나아가 우리 모두가 인생을 살면서 겪는 공통의 과정이기도 하다. 관객에게 세상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싶다는 그녀의 희망처럼 공연장에는 감동과 전율이 가득했다.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12월31일까지 공연한다. 문의 02-501-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