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본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있는
벨기에의 브뤼셀은 명실상부한 유럽의 수도이다.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는 아니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수많은 정책들이 이 작은 도시에서 결정된다.
유럽의 떠오르는 중심지 브뤼셀에서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유럽에서 브뤼셀만큼 비즈니스 여행자에게 적합한 도시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관광지와 레스토랑, 상점 등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그랑플라스에 집중되어 있어 걸어서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좀처럼 시간을 내기 힘든 비즈니스 여행자가 잠시만 틈을 내어도 관광과 쇼핑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도시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브뤼셀은 다른 국가의 수도에 비하면 아주 작은 곳이지만 유럽의 그 어떤 도시보다도 역동적이고 국제화한 도시다. 약 100만 명의 인구 중 20퍼센트 정도가 외국인으로, 외교관 신분을 가진 사람만도 수만 명에 이른다. 해외 각국에서 몰려든 특파원 또한 1000여명이 넘어서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워싱턴보다도 더 많다. 유럽 전역을 통틀어 브뤼셀보다 더 국제적인 뉴스를 쏟아내는 도시를 찾아볼 수 없으니 브뤼셀을 유럽의 정치 1번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국제화한 도시이다 보니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맨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관광지로서의 브뤼셀은 그리 매혹적인 도시만은 아니다. 사실 유럽의 대도시 중 브뤼셀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도시도 드물다. 웅장한 중세의 건축물이 밀집된 그랑플라스와 구시가지만 본다면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칙칙하고 음울하게 느껴지는 도시의 외곽을 본다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브뤼셀에서 꼭 가 볼 만한 곳은 그랑플라스와 시청사, 왕의 저택, 오줌 누는 소년상 등으로, 모두 한곳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1~2시간만 투자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만약 시간을 좀 더 낼 수 있다면 벨기에 최고의 미술관인 왕립미술관이나 유럽 각국의 명소를 25분의 1로 축소해 놓은 미니유럽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브뤼셀의 매력이 한자리에 모인 그랑플라스

 브뤼셀에서 가장 먼저 가 볼 곳은 두말할 것 없이 그랑플라스이다. 이 광장만 돌아보면 브뤼셀의 관광지는 모두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볼거리가 광장 주변에 밀집해 있다. 그랑플라스는 15세기 고딕양식의 첨탑이 있는 시청사와 중세의 길드하우스 등 고색창연한 건축물로 둘러싸여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꼽힌다. 일찍이 빅토르 위고는 그랑플라스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했고, 장 콕토는 ‘화려한 극장’이라고 격찬했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광장에서는 뜨내기 예술가들의 즉석 퍼포먼스가 행해지기도 하고, 진한 러브신을 벌이는 청춘 남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장 귀퉁이의 작은 카페에라도 들어가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광장 풍경은 그야말로 눈길 닿는 곳마다 낭만이 흘러내린다. 단순히 한 컷의 사진으로 남기기보다는 가슴에 영원히 담아가고 싶은 그런 장소가 아닐까 싶다. 야경 또한 환상적이기 때문에 업무를 마치고 여유롭게 돌아보는 것도 좋다. 비즈니스 중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잠시 쉬며 아름다운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시름을 한순간에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랑플라스의 남쪽 면에 있는 시청사는 브뤼셀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벽에 장식된 수많은 조각과 높이 96미터의 고딕 타워가 인상적이다. 13~15세기에 세워진 시청사는 1695년 프랑스군의 포격을 받고 파괴되었다가 다시 복원된 것이다. 탑의 꼭대기에는 브뤼셀의 수호천사인 미카엘의 황금상이 장식되어 있다. 그랑플라스를 사이에 두고 시청사와 마주 보고 있는 왕의 저택(Maison du Roi)은 16세기에 만든 것을 19세기에 다시 복원한 것으로, 지금은 시립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박물관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브뤼셀의 과거 역사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물이 많아 가 볼 만하다. 특히 이곳 3층에는 브뤼셀의 상징인 오줌 누는 소년의 의상 수백 벌이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보낸 한복도 있다. 시청사와 왕의 저택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시청사가 웅장하고 당당한 남성미를 표현하고 있다면 왕의 저택은 우아하고 품격 있는 귀부인을 연상케 한다. 시청사와 왕의 저택 외에 그랑플라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길드하우스들은 지금은 대부분 고급 레스토랑과 술집으로 바뀌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브뤼셀 시민의 애정을 듬뿍 받는 오줌 누는 소년

 시청사 왼쪽의 좁은 골목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오줌 누는 소년’(Manequin-Pis)의 동상이 나온다. 막연히 쳐다보면 너무나 볼품없어 한숨마저 자아내게 하는 이 동상은 침략과 약탈로 점철된 벨기에의 역사와 운명을 함께해 브뤼셀 시민들에게 아주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꼬마 줄리앙’으로 불리는 이 동상은 1745년 영국으로 약탈됐다가 2년 후 다시 프랑스에서 가져갔다. 그 후 루이 15세가 약탈을 사죄하는 뜻에서 화려한 옷을 입혀 돌려보냈으나 19세기 초 다시 프랑스인에게 도난당했다. 결국 조각이 난 채 발견되었고 현재의 동상은 그 때 발견된 조각으로 다시 만든 것이다. 비록 단순한 동상에 지나지 않지만 벨기에 사람들이 자신들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꼬마 줄리앙’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눈요기로서의 관광지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연까지도 사랑하는 유럽인의 마음에서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된다.

 그랑플라스 주변의 골목에는 퍼브와 선물가게, 레스토랑 등이 밀집되어 있어 거리 자체가 훌륭한 관광지 역할을 한다. 간단한 기념품에서부터 브뤼셀 특산인 최고급 레이스와 초콜릿, 크리스털 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경우는 드물지만 워낙 물가가 비싼 나라라 어느 것 하나 싼 것이 없으니 차분히 돌아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거리 곳곳에서 맛볼 수 있는 전통과 자유의 느낌은 일의 부담에서 벗어나 실바람 같은 설렘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아무리 출장 여행이라 하지만 때로는 잔잔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니, 이곳을 걷는 동안에는 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골목에 대기하고 있는 마차를 타고 차분히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세계인과 어울리는 흥겨운 나이트 라이프

 그랑플라스 주변을 모두 돌아봤으면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왕립미술관으로 향하자. 그랑플라스에서 걸어서 15분 남짓 걸리니 걷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고전미술관과 현대미술관으로 나뉘어 있는 왕립미술관에는 주로 플랑드르와 초현실주의, 상징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고전미술관 30, 31전시실에 있는 피터 브뤼겔의 작품이다. 16세기 북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로 꼽히고 있는 브뤼겔은 주로 농민과 민중의 삶을 소재로 삼았는데, 왕립미술관에는 그의 작품이 가장 많이 전시되어 있다. 이 밖에 루벤스와 한스 메믈링크, 보쉬 등의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저녁에는 다시 그랑플라스로 가서 라이브 바에서 음악을 듣거나 퍼브에서 간단하게 한 잔 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것이 좋다. 벨기에는 독일, 체코와 함께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로 세계 최대의 맥주 회사 또한 벨기에의 인베브이다. 벨기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는 유럽 최고의 프리미엄 라거맥주로 꼽히는 스텔라 아르투와(Stella Artois), 벨기에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람빅(Lambic), 주필러(Jupiler) 등으로 모두 우리에게 잘 맞는 편이다. 그랑플라스 광장과 주변 골목에 바와 퍼브가 즐비하니 적당한 곳을 찾아 들어가면 된다.

 브뤼셀은 유럽 최고의 국제도시답게 밤이 되면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마주 앉아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속에 끼어들어 잠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스스럼없는 친구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의 수도라는 거대한 수식어보다 지나가는 연인들의 소박한 꿈과 낭만이 더욱 인상적인 브뤼셀의 밤은 영원히 잊기 힘든 감동으로 다가온다.



Plus Information

항공편  파리나 런던, 암스테르담 등 주변 도시 경유.

네덜란드항공(KLM)-암스테르담 경유 (주 6회)

에어프랑스-파리 경유 (매일)

소요시간-약 12시간.



공항에서 시내로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14킬로미터.

택시-약 25~30유로.

기차-공항 지하부터 Airport City Express,

6시~자정까지 15~30분 간격

시내 중심지의 남역, 중앙역, 북역까지 운행.

2등석 2.60유로, 1등석 3.90유로.



Plus Recommendation

호텔

브뤼셀은 유럽의회 본부가 있는 도시답게 다양한 호텔을 갖추고 있으나 숙박비는 비싼 편이다. 그리고 유럽의회가 열리는 기간 중에는 숙소를 잡기가 힘든 경우도 있으니 국제회의 기간 중에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Euroflat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하는 별 4개의 호텔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다.  회의실과 바, 레스토랑 등의 편의시설뿐 아니라 방마다 직접 취사를 할 수 있게 주방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호텔이다. 객실요금은 1박당 1인실 195유로, 2인실 215유로.

주소 50, Boulevard Charlemagne, 전화 02-230-0010



Meridien Hotel 세계적인 체인망을 갖춘 특급 호텔로 럭셔리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한 위치이다. 브뤼셀 중앙역 바로 앞에 있어서 다른 도시에서 기차로 올 때 편리할 뿐만 아니라 쇼핑과 관광의 중심지인 그랑플라스 광장까지도 10분이면 걸어서 갈 수 있다. 객실요금은 1박당 145~440유로.

주소 3, Carrefour de l`Europe, 전화  02-548-4211



Hotel Manos Premier 브뤼셀에서 가장 매력적인 특급 호텔 중의 하나로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꾸며진 객실이 인상적이다. 테라스와 아름다운 정원이 있어 고풍스런 옛 저택에서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격조 높은 서비스 또한 이 호텔의 자랑거리로 관광과 상업 지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객실요금은 1인실 295유로, 2인실 320유로.

주소 100~106, Chaussee de Charleroi, 전화 02-537-9682



Royal Windsor Hotel 브뤼셀의 최고급 호텔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고풍스럽게 꾸며진 객실 내부에는 각종 편의시설은 물론 비즈니스 여행자를 위한 인터넷 시설도 갖추고 있다. 그랑플라스에서 가깝기 때문에 업무를 마치고 편안하게 관광과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 호텔의 장점이다. 객실요금은 400~440유로.

주소 5, Rue Duquesnoy, 전화 02-505-5555

김선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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