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문명의 깊은 숨결이 깃든 그리스의 문화 유적지는 실로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뿐 아니라 세상의 중심임을 자처했던 델피의 유적지를 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리스가 더욱 아름답게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지중해에 점점이 떠 있는 낭만적인 그리스의 섬들이다.

 토리니를 찾은 것은 순전히 한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푸른 지중해의 물결이 부딪치는 단애 위에 마치 하얀 눈이 내린 듯 순백의 건물들이 촘촘히 자리한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여행을 떠나는 데 수많은 동기 부여가 없을까마는 산토리니만큼은 사진 한장만으로 다른 이유는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방문하게 된 산토리니는 그러한 기대감을 배신하지 않은 몇 안되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산토리니를 찾아나서는 길은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서울에서 연결되는 유럽의 주요 도시를 거쳐 아테네로 일단 들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소요되는 시간만 하더라도 10시간을 훌쩍 넘어버린다. 게다가 항공편으로 산토리니로 날아가거나 여객선을 이용하면 9시간 동안 꼼짝없이 머물러야 하는 수고를 거듭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행객의 경우 거리가 멀고 교통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직 산토리니를 찾는 이가 드물다. 그래서인지 주변국인 이탈리아나 터키 등과 같은 나라를 연계해 산토리니로의 여행을 준비한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대다수다. 

 개인적으로 아테네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번에 들고 나는 것도 시간을 절약하는 일이기에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지중해의 참맛을 맛보기 위해선 여객선을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긴 항해 시간으로 지루하다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지중해의 푸른 물결을 언제 그처럼 제대로 경험할 일인가 생각하면 그다지 후회스럽지는 않기 때문이다. 점점이 다가서다 물러서는 섬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한 데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여행객들과 가벼운 눈인사 후에 나누는 대화들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화산에 의해 생긴 인상적인 단애들

 산토리니에 대한 궁금증으로 여러 책을 뒤적거리면서 이곳에 대해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그저 아름다운 섬이란 사실만은 아니었다. 세계사 시간에 익히 들었던 고대 문명 중 하나인 크레타 문명과 같은 시기에 이미 이 작은 화산섬에 놀라울 정도로 발달된 문명이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스의 여러 섬들이 모여 이뤄진 키클라데스제도에서 최남단에 해당하는 산토리니는 이처럼 크게 번성한 도시로 영화를 누렸지만, 안타깝게도 기원전 1500년 무렵 화산 폭발에 의해 섬 절반 이상이 사라져 버리는 비운을 겪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러한 화산 폭발로 인해 다른 섬에선 찾아보기 힘든 깎아지른 절벽들이 생겨나 지금 같은 산토리니만의 독특한 모습이 형성됐다. 

 학계 의견으로는 산토리니섬의 화산 폭발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지진과 해일을 일으켰고, 그것이 크레타섬에도 피해를 몰고 와 크레타 문명의 멸망 원인이 됐다고 말할 정도니 산토리니의 화산 폭발은 단순한 자연 재해라고 보기엔 그 역사적 의미가 만만치 않다. 지난 1967년 산토리니섬의 발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옛 유적지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그 유적으로 인해 옛 영화를 가늠할 수 있었으니 산토리니는 아름다운 섬이란 자연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역사적 공간으로도 가치가 높은 섬이다.



 좁은 골목들이 그물처럼 연결된 작은 도시 피라

 배를 타고 산토리니의 앞바다로 다가서는 동안 관광객들의 입에선 탄성이 터진다. 까마득한 절벽 위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집들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은 매혹적이다. 섬의 항구에 닿기 전부터 관광객들은 섬의 전경을 찍느라 적지 않은 필름을 사용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착장에 도착한 후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케이블카로 까마득한 벼랑 위의 마을로 올라가든지, 아니면 이곳 특유의 교통 수단인 당나귀를 타고 올라가든지해야 한다. 올라갈 때 당나귀를 이용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된다. 당나귀 배설물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게 흠이지만, 조심스럽게 정상으로 올라서는 동안 섬의 전경을 천천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벼랑길을 오른 후 일단 정상에 올라서면 또다시 섬의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아기자기한 도시의 풍경이 마음을 즐겁게 만든다. 절벽 위를 따라 도열하듯 줄지어 놓인 흰색 건물들은 그림 같이 아름답고 전망 좋은 건물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카페와 레스토랑, 호텔들이 자리하고 있다. 올드 포트에 올라서서 만난 작은 도시는 다름아닌 이곳의 수도격인 피라시. 절벽을 벗어난 피라의 작은 골목 사이로 기념품점들이 늘어서 있다. 전체적으로 동서 방향으로 자리한 이 작은 골목을 걷노라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크고 웅장함보다는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풍경에 정감이 가고 작은 상점 안에 놓인 기념품들은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함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흰색의 그리스정교 건물이 지중해의 파란 물결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흰 건물과 푸른 지중해의 완벽한 조화

 산토리니에는 섬 전체로 고루 둘러 볼만한 곳들이 많다. 이 가운데 섬의 북쪽에 위치한 이아시는 석양이 특히 아름다운데, 작은 마을에서 느껴지는 안온함 또한 압권이다. 전망이 아름다워서일까, 사진작가들의 방문이 빈번한 곳으로 해질녘에 카메라를 들고 배회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피라에서 버스로 30분을 가야 하는 아크로티리는 고대 미노아 문명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꼭 방문할 만한 관광지다. 아크로티니 입구를 등지고 버스정류장 좌측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10여분간 걸으면 환상적인 또다른 장소가 있다. 병풍 같은 적갈색 절벽 아래 10여미터 폭의 해안이 수줍게 자리하고 있는 레드 비치가 바로 그곳. 적갈색의 모래알과 얇은 푸른 바다가 대조를 이루며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섬에 체류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또다른 해변으로는 페리사비치와 카마리비치가 있다. 검은 모래가 이색적인 페리사비치는 맑고 깨끗한 바닷물로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단 그늘이 질만한 건물이나 나무들이 없어 더위를 쉽게 느끼는 관광객들은 미리 준비를 해가든지 파라솔을 주변 가게에서 빌리는 게 좋다고 현지인들은 귀띔해 준다. 그런가 하면 페리사비치보다 조용한 곳이 카마리비치다. 작고 아담해서 휴양을 위해 온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가기 위해선 피라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겨울을 제외하곤 늘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고, 더구나 장기 체류를 하는 배낭족들이 많은 탓에 숙소를 잡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여름철 피라에선 숙박지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란 말이 나올 정도니 미리 알아 보거나 피라 주변의 다른 마을에서 머무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아름다운 해변이나 역사의 정취가 한껏 깃든 산토리니의 주변 관광지에서 머무는 것은 설령 너무 조용한 시간을 보내 적적한 느낌이 들지언정 결코 후회되는 경험은 아닐 것이다.



Plus Information on Greece



항공
우리나라에서 그리스로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유럽의 대도시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을 경유한 후 아테네로 입국해야 한다. 아테네에서 산토리니를 방문하기 위해선 국내 항공편이나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 선박을 이용하는 경우 아테네의 피래우스 항구에서 출발한 후 6시간 정도 항해하면 산토리니에 도착할 수 있다. 



출입국 관광 여행인 경우 3개월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입국 카드 없이 입국 심사인만 날인받으면 되며 출입국시 여권 소지는 필수다.



통화와 환전 화폐는 유로화를 사용하며, 시내 곳곳에 은행과 환전소가 있다. 은행 개점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이며(월-목요일), 금요일에는 오후 1시30분까지 근무한다.   



인구 및 면적 약 1066만명(2003년 기준), 13만2천㎢(한반도의 0.6배)



수도 아테네(인구 400만명의 수도)



시차 한국보다 7시간 늦다. 한국이 정오라면 그리스는 새벽 5시다. 3월말부터 10월말까지 서머타임이 적용되면 한국보다 6시간이 늦다.



기후와 방문 시기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남부 지역은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 봄·가을은 온화하고 쾌적하며, 여름에는 강렬한 남국의 태양이 무더위를 몰고 온다. 대체로 여름철에 해당하는 5월 중순에서 9월 하순이 여행 시즌. 단 7~8월은 유럽 각지에서 몰려 온 관광객들로 붐비므로 피하는 게 좋다.



건강 유의 사항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은 고온 건조하고, 겨울은 저온 다습하며, 봄·가을은 한국 기후와 유사하나 기간이 짧다. 여름 온도가 섭씨 39~42도까지 가끔 상승하므로 탈수 또는 일사병에 주의해야 한다. 풍토병은 없고, 특별한 전염병 예방주사는 필요치 않다. 수돗물보다는 가급적 생수를 이용하는 게 좋다. 의약분업으로 의사 처방전을 첨부해야 약 구입이 가능하므로 구급약 등 상비약은 사전에 준비하는 게 좋다.



Plus Tour



그리스가 자랑하는 또다른 섬,

미코노스



 미코노스섬은 네덜란드 풍차와는 완연히 다른 하얀색의 5개 풍차가 돌아가는 카토밀리 언덕으로 유명한 섬이다. 섬의 건물은 하얀색으로 푸른 지중해와 잘 어울려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다. 큰 볼거리는 없지만 깨끗한 섬의 모습과 해변이 볼만하다. 많은 관광객이 오는 곳이지만 겨울에는 찾는 사람이 적은 편이다. 좁은 거리 가장자리에 서 있는 수많은 상점, 작은 교회와 풍차, 많은 꽃이 피어 있는 발코니가 있는 하얀 집이 파란 하늘 파란 바다와 조화를 이뤄 여행객들을 더 없이 로맨틱하게 만든다. 해변가 레스토랑 앞 파라솔에 앉아 카푸치노를 마시며 일몰을 바라보노라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다. 미코노스를 찾기 위해선 아테네의 피레우스항에서 매일 출발하는 배를 이용하면 된다. 대략 5시간 정도 걸리며 미코노스섬의 초라 항구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