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만대 vs 2만3000대. 2004년 국산차와 수입차 시장의 차이다. 수치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완성차시장에 비해 수입 자동차시장의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성장 추세만을 놓고 보면 달리 보이는 것이 수입차시장이다. 단적인 예로 서울 강남의 허름한 아파트단지에도 수입차들이 국내 중·대형차들과 함께 주차돼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수입차시장을 진단해 본다.

 2004년 국내 내수 경기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이 가운데서도 수입차시장만이 성장세를 구가했다. 2004년 수입차 판매대수는 2003년 1만9461대보다 20% 증가한 2만3345대였다. 1987년 수입차시장 개방 이후 연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특별소비세의 한시적 인하, 5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신모델 투입, 혼다의 추가 진출 및 수입차 업체들의 활발한 프로모션 활동 때문이었다.

 반면에 국내 신차 판매는 호황을 누리는 수입차시장과는 반대의 길을 걸었다. 판매 가격 면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3000cc 이상 국산 대형 승용차 판매 대비 수입차의 점유율은 27.2%로 2003년의 21.1%를 앞질렀다. 대형 승용차 4대 중 1대가 수입차인 셈이다. 2004년 시장은 일본 수입차들의 시장점유율 증가(전년 대비 9.9%)로 다른 주요국들의 시장점유율이 감소했다. 독일 수입차가 전년 대비 9.2% 낮아짐으로써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메이커별 시장점유율에선 BMW가 23.6%로 도요타의 세컨드 브랜드인 렉서스의 23.0%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다음으로 벤츠 13.7%, 크라이슬러 7.4%, 혼다 6.3%, 포드 5.9%의 순이었다. 올 들어서도 수입차시장의 신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1·4분기 판매 실적은 5811대로, 전년 동기의 5168대에 비해 12.4% 증가했다. 특히 3월 실적은 2345대로 전년 대비 24.7%의 신장세를 보였다.



 자동차 유통 전문업체들도 수입차시장 진출

 수입차시장이 고도의 신장세를 보이자 국내차 유통 전문업체도 수입차 판매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GM대우차와 쌍용차의 판매를 맡았던 대우자판은 쌍용자동차가 독자 판매망 구축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자체 수익성 확보 차원으로 수입차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캐딜랙, 사브를 시작으로 폴크스바겐, 아우디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대우자판은 2002년 GM코리아로부터 캐딜랙과 사브 딜러권을 넘겨받아 수입차시장에 진입했다. 100% 지분을 투자해 폴크스바겐 판매를 위한 메트로모터스(서울 서초)를 2003년 8월에, 아우디 영업을 위한 에이엠모터스(경기 분당)를 2004년 9월 각각 설립했다.

 대우자동차의 대형 상용차 부문인 군산공장을 인수한 타타는 인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소형 저가차를 이번 서울모터쇼에 선보였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1000만원대 미만의 타타 소형 저가 승용차를 대우자판을 통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SK네트웍스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푸조의 지역 딜러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재규어 & 랜드로버, 볼보 등 지역 딜러십 확보를 진행중이다. 이 두 회사는 전문 자동차 유통업체를 지향한다기보다 아직까지는 종합상사의 사업 영역 확대 차원이다. 경정비 사업 체인인 스피드메이트, 중고차 거래 사업시스템인 엔카 역시 자신의 기반 사업인 주유소 체인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들과 분리한 독자적인 경쟁력 유지 여부는 미지수다. 국내 현지 법인 입장에서 두 회사는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갖추고 있는 장점이 있다. 대우자판은 전국에 직영 정비센터가 10곳을 넘는다. SK네트웍스는 경정비의 한계가 있지만 고객 접근성이 뛰어난 스피드메이트란 전국 정비망을 갖추고 있다.

 기존 딜러들은 수입 업체들의 국내 영업망 확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국내 수입차시장이 빠른 성장세에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외국에 비해 턱없이 협소해 시장에서의 플레이어만 많으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국내 현지 업체들은 딜러들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오히려 현지 업체들을 압박하기 때문에 사업 주도권 장악 측면에서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복수 딜러제를 선호하고 있다.

 딜러들은 부산, 대전, 광주 등 지역 기반이 겹치지 않는 신규 딜러 선정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지만 서울, 경기 일원의 수도권은 ‘원딜러 멀티숍’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딜러들은 BMW의 딜러 정책에서 많은 교훈을 얻고 있다. 볼륨 지향의 BMW 코리아의 정책 때문에 산하 딜러들이 가격 경쟁을 벌이다가 수익성이 악화되는 누를 범했기 때문이다. 이의 근본 원인은 시장에 비해 과다한 딜러들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평가다.

 수입차 사업에 뛰어든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적자 요인은 딜러간 과당 경쟁이 문제지만 대형 전시장의 과다한 임대료가 주요 원인이다. 수입차는 국산차와 달리 고객의 절반 이상이 방문 고객으로, 서울 노른자위 땅에 전시장을 갖는 것은 수입차 사업의 필수 조건처럼 돼 있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의 요지에 있는 한 전시장은 매월 70~80대를 판매하는 데도 과도한 임대료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혼다의 딜러 중 한 군데는 전시장 위치를 잘못 잡아 내방 고객이 많지 않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에 지방 딜러들은 이러한 과중한 임대료 및 초기 전시장 투자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다.

작년 10월 국내 법인을 설립한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4월 경기 분당과 서울 서초·송파에 전시장을 개장하는 등 4월에만 수도권에 3개의 전시장을 잇달아 열었다. 이번 판매망 확대로 아우디는 서울·경기지역에만 7개, 전국적으로 11개의 전시장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 1월 국내 법인을 설립한 폴크스바겐 코리아도 현재 5개인 딜러망을 5년 안에 2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판매망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 5월부터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시작한 혼다코리아는 지난 1월 첫 지방 판매망인 부산 광안리 전시장을 개설, 총 4개의 전시장을 갖춘 데 이어 올해 안에 분당에도 전시장을 개설키로 했다. 작년 국내 법인을 설립한 한국닛산도 오는 7월 ‘인피니티’ 출시에 맞춰 판매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닛산은 인피니티가 출시되는 7월초 서울 강남구에 전시장을 여는 것을 필두로 서울 서초구와 부산에 전시장을 잇달아 열 예정이다. 또 차량 출시 전까지 분당 지역 판매를 담당할 딜러를 추가 선정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신규 국내 진출 업체의 거센 공세에 맞서 기존 업체들도 취약했던 지방 판매망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4월 부산 전시장 개설에 이어 5월에는 인천에도 진출했으며 하반기에 일산에 전시장을 추가 개설키로 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지난 3월 대구 수성구에 렉서스 전시장을 개설한 데 이어 4월에 대전 유성구에 전시장을 열었고, 푸조의 수입 판매원인 한불모터스는 지난 5월 부산 남천동에 이어 하반기에는 서울 대치동에 각각 전시장을 열 계획이다. 이밖에 재규어 & 랜드로버코리아는 4월 개장한 대전 전시장에 이어 5월에 분당 전시장을 새로 열었다.



 수입차시장 1위 BMW가 직면한 도전

 BMW가 최근 몇년간 한국 시장에서 수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적인 시장 환경에 부합한 것과 함께 BMW의 공격적인 마케팅의 결과였다. BMW는 1995년 직판 체제를 조기에 구축한 이후 전시장 및 애프터서비스 설비를 확충하는 등 영업 인프라 구축에 힘쓴 결과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반면에 1995년까지 판매 실적에서 앞섰던 메르세데스 벤츠는 국내 현지 딜러 체제 중심의 방어적인 정책을 견지한 데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40~50%의 비중을 차지하는 5천만~7천만원대의 제품 라인업에서도 BMW에 비해 뒤졌다. 이후에도 BMW는 7시리즈로 1억원 이상대의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BMW는 최근의 5~6년 동안 딜러망 확충, 딜러간 판촉 경쟁 등 시장점유율 지향의 마케팅 정책을 편 결과 부정적 측면들도 나타났다. BMW는 2004년에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딜러 가운데 이익을 낸 기업은 인천의 바바리안 모터스 한 곳뿐이란 것이 업계 관측이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전세계 시장에서 BMW는 메르세데스 벤츠에 비해 전체적으로 열세에 있었다. BMW는 5시리즈를 주력으로 한 중형차 메이커였고, 벤츠는 S클래스를 주력으로 한 대형 고급차 메이커였다. 하지만 BMW가 7시리즈를 중심으로 벤츠의 주력 시장에 참여한 데 이어, 벤츠 역시 E클래스나 C클래스로 중형차 부문에 뛰어들어 지금은 엇비슷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선 고급차 시장에서 BMW의 뉴7시리즈가 사양이나 가격 면에서 벤츠의 S클래스를 앞서고 있다.

 BMW코리아는 기존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기본으로 미니, 뉴3시리즈 등을 통해 수요층을 넓히면서 보다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갖출 계획이다.  BMW코리아는 BMW와 롤스로이스에 이어 미니(MINI)를 국내에 들여왔다. BMW코리아는 연간 1만대의 판매와 시장점유율 1%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BMW는 현재 10개 딜러와 36개 전시장, 그리고 30개의 서비스센터를 보유함으로써 국내 수입차 업체 중 최대 규모를 갖고 있다. 그러나 딜러들의 수익성 악화는 BMW코리아가 해결해야 할 최대 난제다.      

 

 반일 감정과 일본차에 대한 인식 변화

 닛산 인피니티 서울의 강남 딜러인 에스에스 모터스의 권기연 사장은 “소비자들이 일본 차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한다. 불과 수년 전에 그레이 임포터 형태로 일본차를 들여오던 업체가 차 발표회를 하면 그 앞을 지나던 할머니가 늘씬한 모터걸들에게 “할 일이 없어 일본 업체 일을 하느냐“고 야단치던 게 불과 몇년 전의 일이다.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는 정작 도요타 브랜드를 아직도 한국에 런칭시키지 않고 있다. 대신 캐나다 및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를 한국 시장에 성공리에 안착시켜 그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하던 BMW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렉서스 딜러인 프라임모터스는 전시장도 없이 영업 개시 10개월만에 1000대를 파는 괴력을 발휘했다. 2001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렉서스는 2003년 19%였던 수입차 시장점유율을 지난해에는 23%로 높였다. 3년 연속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인 ES330은 지금까지 3000여대가 팔렸다. 렉서스의 선전과 관련, 벤츠의 딜러인 한성자동차의 김종민 이사는 “도요타코리아의 전략이 좋아 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차들은 기본적으로 가격 대비 품질을 고려했을 때 유럽이나 미국 차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렉서스도 억대의 고가 차종이 있지만, 주력 차종이 대부분 4000만~6000만원대이고, 이 가격대가 수입차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크다”고 언급한다. 한국도요타는 올해 6000대의 판매 목표를 정하고 있다. 한국도요타는 9곳(서울 3, 분당 1, 인천 1, 부산 1, 광주 1, 대구 1, 대전 1)의 딜러를 확보, 전국 주요 거점 도시를 망라하는 딜러망을 갖추게 됐다.

 혼다는 국내에 런칭한 지 1년만에 어코드와 CR-V 두 차종만으로 업계 3~5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혼다는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가격이 비싼 데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품군 때문에 최근 실적에서 뒤처지는 실정이다. 국내에 들어온 어코드는 2.4와 3.0이 있다. 차량 가격(등록세 등 제외)이 3400만원과 3900만원이다. 미국 시장에서 주로 팔리는 2.0과 2.2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혼다 관계자는 들어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3~4월에 한·일간에 야기된 독도 분쟁으로 일본 차 업계는 긴장했다. 그러나 차량 판매에는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중국과 달리 한국 시장은 정치적 요인을 덜 받으면서, 자동차에 대해서만큼은 반일 감정이 거의 해소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벤츠 딜러인 한성자동차의 김종민 이사는 “수입차시장이 커진 만큼 시장점유율 순위를 소형에서 대형 럭셔리카까지 통틀어 어느 업체가 차를 가장 많이 팔았는지를 놓고 결정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벤츠는 렉서스를 경쟁 차종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 대신 BMW, 아우디와 같은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를 경쟁 차종으로 본다는 얘기다. 그는 “수입차시장 전체를 가격대별, 사양별, 배기량별로 세부적으로 구분해서 평가하자”고 주장한다.

 렉서스를 파는 한국도요타는 딜러 수나 애프터서비스망에 있어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에 비해 열세다. 한국내 판매 정책도 별로 다르지 않다. 결국 일본 자동차 자체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선호와 품질·가격 부문에서 경쟁 우위가 있는 셈이다. 향후 일본 차들의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시 일본 차는 무관세 수입으로 가격경쟁력 확보에서 지금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에 진출했어도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않은 아우디는 지난해 11월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신차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아우디의 주력차는 중형 A6와 소형 A4다. 가격대가 6000만~8200만원인 A6는 전체 판매량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4월초에 선보인 뉴A4는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와 경쟁한다. 대당 가격이 2억원대를 넘는 A8 6.0 역시 호조다. 아우디의 빠른 시장 장악은 수입차 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손을래 아우디코리아 회장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아우디코리아는 2005년 2000대, 2008년 5000대의 판매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4년 9월 2개의 신규 딜러 추가로 서울겙黎?지역에 총 3개의 딜러와 7곳의 딜러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한편, 향후 전국적으로 5개의 딜러를 추가할 예정이다. 아우디는 판매망 확충과 함께 서비스망 강화에도 적극 나서 지난 4월 서울 가락동에 연면적 1200평 규모의 아우디 전문 종합 서비스센터를 열었다.

 수입차 업체의 2005년 판매 목표는 2004년 실적 대비 무려 32.8%가 증가한 3만1000대 수준.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인 인피니티 진출에 이어 BMW의 미니 디비전이 추가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또 알파 로메오 등 니치 시장을 겨냥한 메이커들이 진출을 모색함에 따라 경쟁 심화와 함께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 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푸조는 디젤 엔진 탑재차 등 새로운 모델의 지속적인 출시로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지방 주요 도시로 유통망을 확장하는 한편, 매장 대형화 및 인테리어 고급화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국내 경기 흐름에 관계없이 지난해보다 15~20% 가량 성장한 2만7000~2만8000대 정도는 무난하게 팔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를 30~40대의 수요가 점화되는 전환점으로 보고, 이를 겨냥한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을 도입하는 등 수요층 확대 방안을 추진중이다.

 아우디코리아는 2008년까지 10개의 신모델을 국내에 출시, 더욱 세분화된 모델 라인업을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시장에 런칭한 BMW의 3000만원대 미니는 20대로까지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고가격의 고급차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던 비정상적인 시장이 정상적으로 환원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수입 자동차시장이 우리 경제에 고용 및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의 의미를 가지려면, 국내 전체 시장에서 5%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6만대 시장 규모는 돼야 한다”고 한성자동차의 김종민 이사는 언급한다. 김이사는 “현지 법인이든 딜러든 경제성 있는 판매 규모는 판매 네트워크나 애프터서비스망이 대충 갖춰져야 하는데, 향후 5% 정도까지는 3~5년 정도 걸린다. 따라서 업체들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춰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면서 ”외국 메이커들도 생산 라인에서 한국 사양을 위한 전용 라인이 생길 정도가 돼야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수입차’ ‘수입차시장’ 개념 변화

 지난해 말 언론인 정모씨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M-클래스를 지인을 통해 6000여만원에 구입했다. 이 차종은 정상 가격이 7000여만원이었지만 상당 금액을 할인받은 셈이다. 그동안 국산차만 타던 그는 M-클래스에 대만족하고 있다. 이 차종은 미국에서 생산, 브랜드는 벤츠지만 미국 차인 셈이다.

 3년 전 도요타가 직접 진출하기 전 국내 그레이 임포터를 통해 대형 승용차인 아발론을 한국 시장에서 팔았다. 아발론은 도요타 브랜드가 부착된 미국 차다. 도요타는 도요타 브랜드로 한국 시장에서 테스트한 셈이다. 이후 도요타는 제2 브랜드인 렉서스로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국내 내수 시장에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대형 승용차시장을 목표로 GM대우는 5월말 GM의 호주 자회사인 홀덴사가 만든 ‘스테이트맨’을 국내로 들여온다. 100% 완성차 형태다. 과거 기아자동차가 포드로부터 세이블을 들여와 팔았는데, CKD(Complete Knock Down) 방식(덩어리 부품<모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던 방식)과는 다르다. CKD 방식은 LC(Local Contents;부품 국산화율) 의무 비율을 적용한 국내법에 따르기 위해서였다. 과거 대우자동차가 아카디아를 혼다로에서 들여올 때도 사실상 완성차였음에도 CKD 방식을 적용했다. 이는 관세 적용을 피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GM대우가 CKD 방식을 택하지 않은 것은 제품 라인업에 있어 신제품의 긴급성, 관세(8%)를 물더라도 최근 환율(1달러에 1000원 이하)로 볼 때 경쟁 차종과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쌍용자동차는 이미 3년 전 소형 상용차 이스타나의 생산 라인을 중국 SAIC로 이전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인도에 경승용차 ‘아토스’의 전용 공장을 지은 다음 현지에서 생산된 차를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처럼 국산차와 수입차의 개념이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제 국내 시장도 오로지 브랜드 파워와 품질, 영업 네트워크(애프터서비스 포함), 가격에 의한 차종간 경쟁만 있는 진검 승부의 시장으로 급속히 변모하는 추세다.



 Plus TIP  핀셋 마케팅



구매력 높은 특정 고객만 골라내



 
아우디코리아는 성장 비법을 ‘핀셋 마케팅’이라고 설명한다. 핀셋 마케팅이란 특정인을 대상으로 펼치는 마케팅 기법. 와인 수입 업체와 ‘와인과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거 초청, 파티를 열었다. 또 4륜 구동 콰트로(Quattro) 25주년을 맞아 직접 차량을 운전해 보고 콰트로의 성능과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인피니티 강남 딜러인 ‘에스에스모터스’는 프라이빗뱅킹 업체와 쿠킹 클래스 강좌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입차시장에서 사실상 의사 결정권을 가진 30~50대 여성층을 겨냥한 프로모션이다. 에스에스모터스는 또한 경매 업체와 제휴, 강남·강북 지역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고가의 미술품 경매시 차를 전시 홍보하는 공동 프로모션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롯데 명품관 애비뉴얼과 제휴, 애비뉴얼 고객이 집에서 백화점까지 손님을 무료 탑승케 하는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