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의 대사실로 들어서자 거구의 백인이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서툰 나의 영어 인사를 그렇게 받아들이듯, 우물거리는 듯한 백인의 서툰 한국어 인사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제 겨우 석 달. 스테파너스 요하네스 스쿠만(60)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지난 7월 부임 이후 먼저 세 마디의 한국어를 배웠다. 기자를 맞이하며 건넨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아해요’가 그것이다. ‘Hi’, ‘Thank you’, ‘I love you’를 가장 먼저 배웠던 우리와 다를 게 없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그는 한국에서 석 달 동안 불과 두 번의 라운딩밖에 하지 못했다며 몸이 달아 있었다.



 25년 구력, 최고 79타

 학창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스쿠만 남아공 대사는 골프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육상, 체조, 럭비 등으로 몸을 단련시켰다. 특히 럭비는 대학시절 학교 선수였을 만큼 능력을 발휘했으며, 졸업 후에는 아마추어클럽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거구의 그에게 걸맞은 운동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격렬한 운동이 부담스러웠던 그는 평소 별다른 집착 없이 즐겼던 골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60대, 70대가 되어서도 즐길 수 있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골프였기 때문이다.

 그의 구력은 25년. 웬만한 프로선수의 구력을 능가한다. 최고 스코어는 79타. 그러나 지금은 보기플레이(bogey play) 수준이다. 부임 이후 두 차례의 라운딩에서 92타와 89타를 쳤다.

 “젊었을 때는 힘이 좋았어요. 비거리(飛距離)가 괜찮았거든요. 또 그때는 라운딩을 자주 했어요. 그러나 나이가 든 지금은 그런 실력이 나오질 않아요. 그만큼 자주 골프장을 찾지도 못하고요.”

 사실 외국에서는 보기플레이 정도면 뛰어난 실력자로 불린다. 한국과 달리 보다 여유롭게 즐기는 운동으로 골프를 대하기 때문이다. 스쿠만 대사 역시 부임 이후 두 번의 골프 라운딩에서 한국인들의 골프실력에 놀랐다고 한다.

골프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벌써 우리와 차이가 난다.

 “어렵거나 힘든 것은 없어요.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이 아니라 즐기면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너무 바쁜 업무와 골프장이 너무 먼 거리에 있다는 점, 그리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불편할 따름이죠.”

 그러나 이런 점이 또 골프의 매력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골프는 체육관에서 한두 시간 뛰고 올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 하루 종일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라운딩이 기다려지고, 한 번의 라운딩도 흥미롭다는 것이다.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

 남아공에서 그는 일주일에 평균 두 번 정도의 라운딩을 즐겼다. 특히 그의 집이 골프장 안에 조성한 단지 안에 있어 시간이 허락할 땐 언제든지 라운딩이 가능했다. 골프장을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에 조성한 한국에서는 월 2~3회 정도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스쿠만 대사는 내기골프도 좋아한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러나 내기에 거는 금액은 1달러 이하의 아주 적은 금액이라고 말한다.

 “마음은 항상 따고 싶지만, 언제나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지 않은가.”

 갤러웨이 골프클럽을 사용하고 있는 스쿠만 대사에게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은 7번 우드(Woods). 드라이버(Driver)보다 샷(shot)이 편하고 비거리도 좋아 아주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 클럽이다. 아이언은 피칭웨지(Pitching wedge)를 선호한다. 페어웨이에서 7번 우드로 샷을 한 후 가장 정확하게 어프로치(Approach)할 수 있는 클럽이 바로 피칭웨지라는 것이다. 

 400여개의 골프장이 산재해 있는 남아공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한국 골프장의 아름다운 경관, 잘 조성된 페어웨이(Fairway)와 그린(green)은 그에게 인상적이었다고도 말한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골프코스였다는 칭찬도 덧붙여진다.

 스쿠만 대사는 골프의 매력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했듯이, 나이에 구애받고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다.

 “걸을 수만 있다면 가능한 운동이다. 그러나 럭비는 이 나이에 하기 힘들지 않은가.”(웃음)

 두 번째는 핸디캡(Handicap)제도. 실력이 다르더라도 핸디캡제도를 활동해 동등한 조건에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테니스나 럭비 등 다른 운동은 초보자와 수준급의 선수가 함께 즐기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골프만이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사교적인 운동이라는 점이다. 골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그 사람들의 성격도 골프장에서 함께 운동하며 파악할 수 있었다. 즉, 공이 잘 맞았을 때와 잘 맞지 않았을 때 어떤 식으로 감정을 표출하는지를 보면서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도 함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활동에서도 골프를 통해 인맥을 넓힐 수 있고, 그들과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때문에 골프는 그의 외교인생에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다.

 이런 점에서 스쿠만 대사는 골프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홀에서 플레이가 잘 되었다고 해서 다음 홀에서도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계속 집중하고 노력할 때 좋은 득점이 나오는 운동이 골프라는 것이다. 항상 순탄하진 않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그 현실에서부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인생이나 골프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남아공 FTA 추진

 중국과 싱가포르 대사를 역임한 스쿠만 대사는 남아공 외교가에서 아시아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주한 한국대사로 부임한 그는 두 나라간의 건전하고 우호적인 관계강화를 중심에 두고 외교활동을 해나가며, 양국 교역증진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들이 생산공장을 남아공에 건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게 대사로서 갖는 그의 각오다.

 “이미 남아공에는 한국산 제품이 널리 판매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은 우수한 품질로 인기가 높습니다. 물론 남아공 제품도 우수한 제품이 많습니다. 이들 제품을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스쿠만 대사는 한국 정부와 정책협의회를 마련하고, FTA 의제로 채택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해 냈으며, 실행 가능성을 조사하는 중이다.

 “한국과 남아공은 서로 경쟁적인 산업구조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남아공의 풍부한 자원은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남아공이 가진 뛰어난 제조기술 때문에 이미 BMW나 벤츠 같은 회사들은 현지에 공장을 세워 가동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관문이기 때문에 아프리카 전 지역으로 진출하는 게 용이합니다.”

 이와 함께 스쿠만 대사는 민간교류 활성화에도 적극 힘을 쏟고 있다. 양국 국민 사이에 아직까지는 이해의 폭이 좁지만, 이를 더 넓히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