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IMF이후 감소했던 기업 내 동아리 활동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길어진 여가시간 활용을 위해, 조직과 임직원 간 커뮤니티를 위해,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개인은 물론 기업들마저 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코노미플러스>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감성경영과 생산성 향상을 실현하고 있는 경영진들을 찾아 ‘그들만의 동아리 활용법’을 들어 봤다.
 라톤은 단체운동은 아니지만 그 어떤 운동보다 파트너와 강한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인간의 한계라는 42.195㎞를 혼자서 완주하지만, 결승점을 통과하면 파트너는 곧 내가 돼 있죠. 오랜 시간 같은 길 위에서 똑같이 힘든 경험을 하기 때문이에요.”

 정채영(46)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재무 및 리스크관리 담당)은 마라톤 예찬론자다. 185㎝가 넘는 키에 긴 팔과 다리 등 장거리 주자로서는 다소 불리한 신체 조건을 가졌지만, 뛰는 것을 남달리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회사 내 마라톤동호회인 굿러너스(Good Runners)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매달 둘째 주 열리는 동호회 정기모임 이외에도 매주 3~4번은 꼭 헬스장이나 한강 둔치를 찾아 10㎞를 달린다고 한다.

 그는 마라톤을 좋아하긴 해도 스스로 마니아(Mania)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건강을 위해 재미있게 뛰고 직원간 유대감을 쌓아 나가는 것이 뛰는 목적이다.

 “Fun Run! 우리 동호회의 슬로건입니다. 기록보다는 재밌게 뛰자는 거죠. 일부 동호회 회원들은 실제 마라톤 주자처럼 잘 달리기도 하지만, 같이 뛰고 같이 땀 흘리는 것이 굿러너스가 추구하는 겁니다.”

 회원이 50명인 굿러너스는 지난 2000년 회사의 동호회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결성된 마라톤동호회로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들로 구성됐다고 한다. 이 동호회는 매달 둘째 주 수요일 한강 둔치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10㎞를 달린다. 친목도모가 이 동호회의 가장 큰 목적이지만, 지난 5년간 미국, 일본 등 세계대회에 나갈 정도의 유망한(?) 선수를 배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 부사장 역시 그 어렵다는 풀코스, 42.195㎞를 다섯 번이나 완주했다. 매년 한 번은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 셈. 그는 오는 10월23일 열리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5년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등 다섯 번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모두 완주했죠. 기록은 해가 갈수록 저조하지만요.(웃음) 한 해 한 번은 42.195㎞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큰 재미입니다. 그동안 준비성과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조직과 나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니까요.”



 강한 조직문화 형성에 도움

 개인적인 취향과 스트레스 해소 등 건강을 위해 굿러너스의 회장을 맡고 있으나, 동호회가 조직의 화학적 통합과 생산성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동호회 활동이 회사의 발전과 시장경쟁에 필요한 ‘조직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 2001년 구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을 합병해서 만들어진 회사죠. 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직간 화학적 통합입니다.  합병을 통해 규모가 커졌다고 시장경쟁력도 함께 커지는 것은 아니죠. 회사가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게 된 것도 이질적인 두 조직이 화학적으로 잘 융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과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조직간 화학적 통합을 이루고, 강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로 굿모닝신한증권은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은 동호회를 보유하고 있고, 동호회 활동도 가장 왕성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회사 차원에서 동호회 결성을 적극 권장하고 재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 현재 굿모닝신한증권이 보유한 동호회는 굿러너스를 포함해 칼리오페(연극영화감상), 사사모(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자원봉사), 산악회, 축구회, 사진부, 야구부 등 16개에 달한다. 또 직원은 물론 사장을 제외한 전 임원이 모두 1~2개 동호회에 참가해 활동자금 마련 등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임직원들이 마주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인간관계도 무미건조한 사회적 관계로만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죠. 이런 분위기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조직문화를 바로잡는 방법은 바로 다양한 동호회를 만들어 활성을 시키는 거죠. 기업 내 건전한 동호회가 활성이 되려면 직원들의 자발적 의지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재밌게 뛰는 것’ 가장 좋아

 정 부사장이 동호회 회장으로서 최근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신입회원 모집과 일명 ‘골드멤버’로 불리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다. ‘골드멤버’란 한 달에 1만원인 회비만 내고 참석률은 저조한 회원들을 말하는 것으로, 동호회 활동은 부진하지만 재정을 풍부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반어법적인 명칭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회사 내 동호회가 많아 비회원이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회원 모집시 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회원 추가모집과 참석률을 높이려고 그가 생각해 낸 묘안은 ‘마일리지’제도. 회원이 뛴 거리만큼 포인트를 쌓아서 연말에 해외 마라톤대회 참가비 지원 등 포상을 하는 것이다.

 “동호회가 많아 회원 추가모집 경쟁이 심하고 마라톤이라면 힘들다는 인식마저 강해 신입회원 가입이 저조한 편입니다. 또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인해 50명의 회원이 모두 정기모임에  동참하는 건 힘듭니다. 마라톤에 대해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마일리지’제도입니다. 일종의 당근책이죠. 그다지 썩 반응이 좋지는 않지만요.(웃음)”

 정 부사장은 금융기관 임원이면 누구나 한다는 골프를 전혀 치지 못한다. 신체적 조건으로 보면 오히려 골프가 어울리지만 관심 밖이라고 한다. 몇몇이 어울리는 골프보다는 직위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모여 하는 운동, 특히 재밌게 뛰는 것(Fun Run!)이 좋다는 것이다.

 “골프요? 못 쳐요. 많이들 하지만, 저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고, 또 운동을 하는 동안에 자신과 가족, 회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마라톤이 제겐 가장 적합한 운동인 것 같아요. 아마 뛰어 보시면 마라톤이 왜 좋은 줄 아실 거예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