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의 여행은 강렬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코밑에서 항상 당당하게 맞서는 이 작은 나라에 대해 어찌 호기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흔히 쿠바를 이야기하면 우리와 올림픽에서 복싱, 배구와 야구 등의 종목에서 일합을 겨루어온 나라라는 것을 기억해 내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대학시절 사회주의에 심취한 사람이라면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에 열광하고 그를 통해 쿠바를 엿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쿠바를 홍보한 최고의 공신은 역시 살사 춤과 음악이 아닐까. 사회주의와 스포츠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육감적이며 매력적인 춤과 음악을 접하면 단번에 매혹 당해 늘 쿠바를 동경하게 되고, 가고 싶은 나라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쿠바 여행에 있어 음악과 춤은 중요한 테마이다. 그리고 춤과 음악을 푸지게 듣고 누릴 수 있는 밤은 소중한 시간이다. 낮 시간 강렬하게 내리쬐는 카리브 해의 태양을 맞으며 느긋하게 때로는 물에 젖은 식빵처럼 처진 어깨를 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를 거닐다가도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여행객들은 금방 생기가 돈다. 예스러운 골목 사이 작은 바와 레스토랑에서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어르신들 같은 연주자들이 음악을 쏟아낸다. 그 가락에 맞춰 살사를 추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몸이 들썩거리며 리듬을 따라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중남미에서 가장 화려한 공연, 트로피카나 쇼

 밤에 분위기 좋은 클럽이나 나이트클럽을 순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바나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트로피카나 쇼를 관람하는 일이다. 쿠바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공연으로, 그 화려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눈을 어지럽히는 아찔한 무대 의상은 여느 세계적인 공연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선보이는 공연 내용은 쿠바의 역사와 문화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트로피카나 쇼가 최초로 무대에 오른 것은 1939년의 일. 한창 쿠바가 카리브 해 지역에서 최고의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던 때였고, ‘카리브의 몬테카를로’라는 별명답게 화려한 휴양지의 면모를 보였다. 이때 최고의 무대 기획자로 알려진 세르지오 올타(Sergio Orta)가 돈이 많은 귀부인의 든든한 재정 지원을 받아 가장 쿠바적인 나이트클럽을 만든 것이다. 이 나이트클럽의 화려함과 트로피카나 쇼의 명성은 전 세계에 퍼져나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 <대부>에도 트로피카나 쇼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1940~50년대를 주름잡았던 마피아들이 쿠바에서 휴양을 하면서 이 공연을 즐겨 보았다고. 

 공연이 시작된 지 벌써 7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예전과 다름없는 공연장은 거대한 열대나무로 둘러싸인 자연 무대공간으로, 밤마다 아름다운 별빛 아래 매력적인 공연을 진행한다. 밤 9시에 시작한 공연은 자정이 다 돼야 끝이 난다. 그 사이에 펼쳐지는 룸바, 차차차, 살사, 손, 팀바에 이르는 연주는 쿠바 음악을 총 집대성하는 듯하고, 수십명의 무희들은 화려한 의상을 매번 바꾸어 가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공연이 끝난 무대는 나이트클럽으로 바뀌고 관객이 주체가 되어 흥겨운 밤을 이어 간다. 쿠바의 밤은 또 다른 열기에 휩싸여 낮보다 뜨겁게 달구어진다.

오상훈 특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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