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지중해식 건강법’이란 말은 지중해 국가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1960년대에 미국 학자들에 의해 대두되었는데, 지금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 지역의 건강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그리스 크레타 등의 섬 지역 노인들이 특별히 건강과 장수를 누린다는 점에 착안한  이런 연구가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되고 있다.

 대체로 섭생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그 중심에는 와인이 있다. 생선, 특히 정어리와 멸치 같은 등푸른 생선, 해물류, 파스타의 재료인 거친 곡물, 채소와 과일 같은 요소들은 진작부터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어떤 연구는 삶은 돼지고기 같은 육류에서 장수의 원인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삶은 돼지고기는 기왕지사 고기를 먹을 바에는 삶아서 먹는 것이 낫다는 의미였고, 이는 쇠고기 같은 붉은 살코기를 구워서 먹기를 즐기는 미국인들에게나 하나의 대안일 뿐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들 지역 노인들의 장수 요인 중에 큰 몫을 차지하는 와인은 어떨까. 모든 연구 결과가 와인에 주목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적포도주파’와 ‘백포도주파’가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포도주는 미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프랑스인이 비슷한 양의 고기를 먹을 경우 미국인보다 심장질환이 훨씬 적다는 데서 착안한 ‘프렌치 패러독스’(고기를 먹는데도 심장병 발병이 적다는 결론)로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 지중해 지역의 대다수는 적포도주보다 백포도주를 즐긴다는 사실이 혼란을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레드와인만이 건강에 좋은 것처럼 인식되어 있고, 그래서 원래 훨씬 많이 팔리던 백포도주보다 적포도주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지중해식 건강식단 한가운데 백포도주 있어

 필자가 지중해 지역, 특히 유명한 장수지역인 사르데냐와 시칠리아 등지에서 목격한 바도 유사하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백포도주의 소비량이 훨씬 많다. 특히 노인들은 대부분이 백포도주를 마신다. 식사에 곁들이기도 하고 물에 타서 음료처럼 마시기도 한다. 마치 한국의 주막에서 노인들이 막걸리를 마시듯 이들 노인들은 바나 카페에서 물탄 백포도주를 즐긴다.

 이곳 노인들(물론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도 비슷하다)이 백포도주를 즐기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값이 싸다는 것이다. 보통 레드와인의 반값 정도밖에 안한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가격대의 두 포도주를 비교하면 레드와인은 값이 싼 것들은 대부분 풋내가 심하고 거칠어서 선뜻 마시기 힘들다. 둘째, 마시기에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적포도주는 맛이 진하고 텁텁함이 심해서 아무 때나 식사에 곁들이기에는 부담이 크다. 한국에서 적포도주가 많이 팔리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포도주 대중화에 역행하는 내용이 많다. 싼 것보다 유독 비싼 것들이 많이 팔린다는 사실이다. 보통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많이 사는 와인의 가격대는 2만원대다. 그런데 이 정도의 값은 통관비용과 세금, 수입상 마진을 제외하고서도 현지에서는 비싼 와인이다. 반면, 비슷한 품질의 백포도주를 산다면 1만원대로 충분하다. 마실 만한 백포도주라면 5000~6000원만 해도 괜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현지 가격은 물론 1병에 1000~2000원이다. 어떤 경우에는 어지간한 생수 값과 백포도주 값이 비슷한 게 현지의 실정이다.

 셋째, 백포도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다는 점이다. 보통 1도에서 2~3도는 낮다. 넷째, 음식과의 조화 문제다. 적포도주는 맛이 진하고 타닌이 많아서 미각을 일정 정도 감퇴시킨다. 그래서 음식의 맛을 가려 버리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으로 구운 고기 같은 음식을 먹지 않는 이들에게 레드와인은 분명 부담스러운 존재다.

 다섯째, 지중해 지역 포도주 산지의 절대량이 백포도주다. 신토불이라고, 흔하게 나는 백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오랜 관습인 셈이다. 여섯째, 생선과 해물, 채소 요리, 파스타나 쌀 요리를 먹는 식습관과의 관계다. 이런 요리들은 가벼운 소스와 드레싱을 쓴다. 레드와인과 어울리지 않는 요리들이다. 서양은 마치 고기 요리를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 지역의 고기 소비량은 미국과 견주어 10분의 1 이하로 보고되고 있고, 특히 장수하는 노인들은 과거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식생활을 해 왔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남부 이탈리아와 그리스 지역의 고기 소비량이 크게 늘어 시칠리아의 경우 최근 20년간의 고기 소비량이 7배 늘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이미 전 세기를 살아 왔던 노인들은 대체로 과거의 식습관을 지켜 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관점을 가지고 봐야 한다.

 적포도주가 백포도주보다 건강에 우월한 요인들은 대개 포도 껍질의 성분의 차이에서 나온다. 두꺼운 적포도의 껍질에는(우리가 흔히 먹는 식용 포도보다 양조용 포도의 껍질은 엄청나게 두껍고 알이 작다. 그래서 같은 무게의 포도를 달았을 때 껍질의 양이 훨씬 많은 것이다) 폴리페놀 유발 성분이 유독 많다. 심장병과 동맥경화 같은 순환기계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백포도주에는 유독 미네랄이 많다. 마그네슘과 칼슘의 함유량이 월등하다. 우유 섭취량이 미국보다 월등히 적은 데도 골다공증과 같은 질환이 적은 것은 이 같은 백포도주 섭취와 깊은 연관이 있다. 물론 우유를 마셔 봐야 골다공증 예방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유발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는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할 것이지만 말이다. 또 백포도주에 많은 미네랄인 붕소는 여자들이 잘 걸리는 골다공증에 효과가 뛰어나다. 칼슘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적정량 유지되도록 돕는 것도 백포도주의 역할이다.

 백포도주를 주목할 이유 중의 하나는 호르몬 분비와의 관계다. 백포도주에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유발 물질이 적포도주보다 많다. 페로몬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낙천적이고 유쾌하게 살아야 장수한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고, 낙천적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지중해 노인들이 백포도주를 즐긴다는 것은 중요한 암시를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Plus 이 달의 …

 Wine  비꺄르 살몽 브뤼 레제르브

 Billecart Salmon Brut Reserve



 최근 한국에 수입되는 샴페인의 구색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그 중 핵심에 있는 샴페인 중의 하나가 비꺄르 살몽이다. 프랑스 현지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샴페인임에도 최근에서야 한국에 소개됐다. 전통적인 양조 방법(Classic Method)과 현대의 양조 방법이 조화된 보기 드문 와이너리인 이 회사는 1818년에 창립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비꺄르 살몽 레제르브는 좋은 가격에 ‘그랑크뤼’ 샴페인의 품질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1945년 이래로 내려오고 있는 블렌딩 기법과 부르고뉴의 작은 바리크를 사용하여 독특한 향과 맛을 뿜어낸다. 블렌딩에 쓰는 포도는 전통적으로 피노 누아, 샤르도네, 피노 메니에인데 담황색 색깔이 우아하고 매우 천천히,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거품이 매력적이다. 특히 레제르브라는 말에서 연상되듯 숙성된 풍부한 부케와 풀바디한 촉각은 이 샴페인이 매우 세련되고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 준다.

8도에서 서빙하는 게 좋으며, 10년 정도는 거뜬히 셀러에서 숙성시킬 수 있는 제품이다. 소비자가 10만원. 문의 한독와인 02-551-6874

박찬일 와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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