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빛 지중해를 바라보며 한 남자가 비치베드 위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빛이 부담스러운지 짙은 색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그 남자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칵테일 한 잔을 들이키며 말한다. “그래, 아아! 최고다.” 지중해 연안의 한 항구도시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한 장면이다. 한 남자는 물론 이 영화 한 편으로 ‘만인의 연인’인 된 알랭들롱이다. 꼭 그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가면 말할 것이다. “그래, 아아! 최고다”라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코발트 빛 바다와 함께 지중해 연안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지중해식’으로 대변되는 그 지역의 요리들이다. 풍부한 농수산물과 오랜 역사에서 태어난 지중해식 요리들은 다른 서양식에 비해 맛이 칼칼하고 조금 짠 편이라 느끼한 것을 싫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또 다른 서양 요리에 비해 고기가 덜 들어가고 과일과 야채, 올리브유를 많이 사용해 전 세계인들의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지중해식 요리라 하면 이탈리아 요리만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범람하는 이탈리아 요리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그리스, 스페인, 터키 등 여러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 곳을 찾아 떠나본다.

한겨울에 즐기는

푸른 지중해Mediterranean Sea 낭만 음식

신들의 나라 그리스

그리스 음식은 지중해식 요리 중에서도 해산물을 많이 사용하고 올리브유를 듬뿍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식에서 많이 쓰는 생선과 새우, 오징어 등의 해산물과 마늘을 많이 써 부담스럽지 않다.

대표적인 음식으론 터키의 케밥과 비슷한 ‘기로스’가 있다. 기로스는 덩어리 고기를 통째로 구워 자른 후 피타(빵)에 끼워먹는 음식이다. 고기와 채소를 꼬치에 끼워 구운 ‘수블라키’도 즐겨볼 만하다. ‘무사카’는 대표적인 그리스의 가정식으로 계란, 치즈, 토마토, 감자, 가지, 쇠고기 간 것을 층층이 쌓아 그릴에 구운 음식이다. 맨 위에 있는 달걀은 우리나라의 달걀찜과 맛이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부드럽다.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터키 음식과 비슷하나 향이 덜하고 맛이 담백해 지중해식 요리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그리스 요리의 특징이다.

::산토리니

그리스 유명 휴양지의 이름을 딴 산토리니는 기로스, 수블라키, 무사카 등 그리스 전통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주꾸미 샐러드와 구운 치킨 요리 등은 외국 음식이라는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양젖이나 염소젖으로 만든 요구르트에 오이와 마늘을 갈아 넣은 ‘차지키’에 피타를 찍어 먹으면 새콤한 맛이 입안을 감돈다. 특히 차지키에 찍어먹는 바삭한 감자튀김은 별미 중 별미다.

산토리니에선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리스 와인도 맛볼 수 있으며 식후 향이 진한 그리스 커피로 입가심하면 금상첨화다. 종업원들이 모두 한국인이라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서울 이태원 해밀턴호텔 뒤편에 있다. ▶ 문의 : 02-790-3474

정열의 나라 스페인

정열의 나라로 불리는 스페인은 육류, 생선, 야채, 과일 등 식재료가 풍부해 음식문화가 매우 발달했다. 오징어와 문어, 마늘, 토마토를 즐겨 쓰기 때문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요리가 많다. 다른 지중해식 요리에 비해 약간 맵고 짠 것이 특징이다. 쌀에 닭고기와 해물을 넣고 토마토, 샤프란 등을 얹어 요리한 ‘빠에야’가 이 지역의 대표음식이다. 돼지 다리를 숙성시켜 만든 햄 ‘하몬’과 돼지 내장으로 만든 소시지 ‘초리소’ 등 육류를 응용한 요리가 다양하며, 스테이크와 바비큐 등 고기 요리가 흔하다. 여름철엔 토마토, 양파, 오이, 마늘을 갈아 차게 식힌 수프 ‘가스파초’를 즐긴다.

::엘 쁠라또

“제대로 된 스페인 요리 좀 먹어보자”고 부르짖던 청년 세 명이 스페인으로 훌쩍 떠나 배워온 ‘가정식 요리’가 엘 쁠라또의 자랑거리다. 가정식 요리가 주메뉴니 당연히 스페인의 대표음식 빠에야가 이 집의 대표음식이다. 스페인식 볶음밥인 빠에야 그릇 밑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긁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빠에야에 들어가는 쌀 대신 파스타를 넣은 ‘피데오’도 이 집의 주메뉴다.

접시에 간단한 요리를 담은 ‘따빠스’는 에피타이저나 사이드 디쉬로 가볍게 먹을 수 있다. 한가할 때 가면 서비스로 따빠스를 공짜로 맛볼 수 있다. 빠에야와 따빠스에 잘 어울리는 음료 ‘상그리아’는 스페인의 전통 와인 칵테일로 맛이 달콤하고 상큼하다.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 부근에 있다.

▶ 문의 : 02-325-3515

평화의 나라 터키

동서양이 만나는 곳 터키. 이곳은 풍부한 식재료와 과거 오스만제국의 화려한 궁정문화가 만나 최고의 음식문화를 만들어 낸 곳이다. 이곳의 주식은 빵으로 종류는 크게 ‘에크멕’과 ‘피데’로 나뉜다. 에크멕은 프랑스의 바게트와 비슷한 형태로 꿀이나 잼을 발라먹는다. 피데는 일종의 밀가루 전병으로 야채나 고기 등 갖가지 재료를 싸먹는다. 피자처럼 피데 위에 갖가지 토핑을 올려 요리하는 방식도 있다.

이탈리아 요리 다음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터키 요리의 중심에는 ‘케밥’이 있다. 케밥은 ‘고기’란 뜻으로 둥글고 넓적하게 썬 양고기와 쇠고기를 켜켜이 쌓아올린 원통형 고깃덩어리를 불 곁에서 굴리며 굽는 ‘뒤네르 케밥’이 잘 알려졌다. 이를 칼로 저며 야채와 함께 밀병에 싸먹는 게 대표적인 식사법. 구워지면서 기름기가 쪽 빠지기 때문에 건강식이나 다이어트식으로도 좋다. 각종 요구르트나 커피, 차 등도 매우 발달돼 있다.

::살람

‘살람’은 ‘평화’란 뜻이다. 독실한 무슬림으로 자이툰부대 군무원으로 근무했으며 이슬람성원에서 강의도 맡은 정진수씨가 이집의 주인이다. 주요리는 케밥으로 뒤네르 케밥과 더불어 한 입 크기로 싹둑 썬 고기를 꼬챙이에 끼워 구운 ‘쉬쉬 케밥’, 양고기를 갈아 매콤하게 양념해서 오븐에 구운 뒤 칼로 저며 야채와 밀병에 싸먹는 ‘아나다 케밥’도 추천요리다. 살람의 요리는 정통 이슬람식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절대 취급하지 않는다. 주메뉴인 양고기가 입에 맞지 않으면 닭고기나 쇠고기를 주문하면 된다.

살람의 또 다른 재미는 달콤한 맛이 나는 수틀라치 같은 각종 요구르트와 터키식 커피도 맛볼 수 있다는 데 있다. 터키식 커피는 아라비아산 원두를 아주 곱게 갈아 물과 함께 끓여 마시는데 그 진한 맛이 일품이다. 커피 마니아라면 도전해 봄직하다. 또 영화에서나 보는 물담배도 피워볼 수 있다. 서울 이태원 이슬람성원 1층에 있다.

▶ 문의 : 02-793-4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