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대륙은 원주민인 인디오족은 물론 유럽인과 아프리카인, 아시아인까지 어울려 살고 있는 인종의 ‘백화점’이다. 때문에 중남미 지역에선 인종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쪽엔 백인이 많고 브라질, 멕시코, 페루 쪽은 유색인이 많은 것이 인종 구성상의 특징이라면 특징. 이렇다보니 음식문화 또한 굉장히 다채롭다. 중남미 국가들의 맛을 찾아 떠나본다.

페루

페루의 요리문화는 크리오야 요리로 대변된다. 크리오야는 식민지 태생의 스페인 사람이란 뜻으로, 이들 크리오야는 페루 고유의 농수산물과 스페인의 요리법을 결합해 새로운 음식문화를 탄생시켰다.

크리오야 요리의 대표주자는 쎄비체다. 일종의 회무침인 쎄비체는 문어, 새우, 조개를 잘게 썬 후 레몬즙과 후춧가루를 뿌려 먹는 것. 이밖에도 감자를 삶아 으깬 뒤 고기, 계란 등을 집어넣고 빵 모양으로 만든 뒤 튀겨낸 ‘빠빠레이예’나, 쇠고기 등심 부분과 양파와 토마토를 간장에 살살 볶아낸 ‘로모살따또’도 페루의 맛을 잘 보여주는 음식이다. 옥수수 막걸리인 치차, 설치과 동물인 ‘꾸이’를 바비큐한 꾸이깡까도 페루의 별미.

페루 요리에서 중요한 재료는 고추, 감자, 옥수수와 레몬이다. 페루는 고추의 원산지로 고추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페루에서 야생종 고추의 재배를 시작한 것은 2000년 전쯤으로 고대문명인 케추아 말로 우추라고 불렸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식재료’ 감자의 원산지 역시 페루다. 감자의 종류는 고추보다 더 많아서 수백여 종에 달한다. 때문에 페루에선 가게마다 자신들이 취급하는 감자를 쌓아놓고 고유의 이름까지 붙여놓는다고 한다. 또 감자를 저장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발전해 고산지대의 특성을 이용한 동결건조법도 이 지역이 시초다. ‘추뇨’라 불리는 동결건조 감자가 그것.



쿠스코

가게 이름인 쿠스코는 페루의 옛 수도로 잉카문명의 마지막 유적지 마추피추로 향하는 관문이다. 레스토랑 쿠스코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페루 음식을 전문으로 선보이는 곳. 페루 국기와 남미풍 그림, 여행 책자, 기념품 등으로 장식된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페루인 주방장과 종업원이 밝게 웃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쿠스코의 간판메뉴는 페루 대표 음식인 ‘세비체’다. 생선과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레몬즙에 절인 다음 초록색 소스를 버무려 먹는다. 각종 향신료 때문에 꽤 맛이 강한 편인데도 현지에선 아침 해장용으로 으뜸으로 쳐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회는 저녁이나 점심으로 먹는데 비해 페루 사람들은 아침으로 즐긴다는 것이 이채롭다. 또 회가 해안지방은 물론 고산지방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요리라고.

쿠스코에선 세비체와 함께 해산물 튀김인 치차론 데 마리스꼬스, 감자 크로켓 같은 빠빠레예나를 한 접시에 담아 세비체 모둠으로 선보이는데, 초보자거나 술안주로 세비체를 즐길 게 아니라면 이쪽을 권한다. 고소한 빠빠레예나와 상큼한 세비체가 잘 어울려 든든하고 칼칼하다.

해산물 튀김도 있는데 색다르다. 레몬즙을 뿌려 숙성시킨 다음 튀기기 때문에 튀김 맛이 훨씬 깔끔하다.

라틴 아메리카를 수시로 드나드는 지역 전문가인 이원종 사장에게 여행의 팁이나 그의 경험담을 들어보는 건 쿠스코의 덤이다. 서울 합정역 부근에 있다.

▶ 문의 : 02)790-3474

멕시코

중남미 음식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멕시코 음식은 여러 민족, 부족들로 구성된 원주민들의 음식문화와 스페인, 프랑스 점령자들의 음식문화가 혼재 돼 있다. 여기에 가톨릭 수도원 음식문화의 영향과 그 후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이민자들의 영향을 받아 발전하고 완성된 역사적, 문화적 퓨전음식이다.

멕시코 음식은 중남미 음식 중에서도 칠리, 파, 마늘을 많이 사용해 자극적이다. 또 실란트로, 오레가노, 큐민 등과 같은 향신료를 사용해 독특한 향을 가미한다. 주재료는 옥수수와 칠리.

옥수수는 주로 토르티야를 만들어 먹는데 쓰인다. 토르티야는 옥수수를 물에 불려 만든 전병으로 여러 요리에서 다양하게 응용된다. 예를 들면 토르티야를 튀긴 뒤에 고기나 내장, 콩, 소시지를 넣어서 먹는 타코, 튀긴 토르티야 조각에 노란 치즈를 부어 먹는 나초, 토르티야 사이에 치즈, 소시지, 감자 등을 넣고 반으로 접어 구운 케사디야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멕시코하면 생각나는 선인장의 가시를 긁어내고 껍질을 벗겨 양파와 함께 볶아 먹는 놋빨, 삶은 닭고기나 칠면조 위에 달콤한 소스를 얹어 내는 몰레, 토르티야에 고기, 야채 등을 넣고 옥수수 잎에 싸서 쪄내는 타말도 이 지역의 대표음식. 더불어 유명한 독주 ‘데킬라’와 라임을 병 안에 빠뜨린 후에 먹는 맥주 ‘코로나’도 멕시코가 고향이다.

까사마야

까사마야는 멕시코 음식 고유의 맛을 지키려 노력하는 곳. 식당에 가면 멕시코 본토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멕시코 사람들이 가장 즐겨 주문한다는 ‘타코 알 빠스또르’가 이 집의 대표음식. 얇고 부드럽게 만든 옥수수 전병에 다진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를 넣고 다진 양파와 할라피뇨(매운고추절임)를 조금 얹어 서너 번 접어 먹으면 된다. 고소한 타코와 감칠 맛 나는 고기가 잘 어울리고 매콤한 할라피뇨와 양파가 뒷마무리를 해준다. 담백하고 간결하다. ‘부리또’도 좋다. 커다란 밀전병에 구수한 콩과 각종 고기를 푸짐하게 얹어 네모나게 싸먹는다. 부드럽고 든든하다. 더불어 아직 한국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멕시코 토속음식 ‘몰레’도 이곳에선 맛볼 수 있다.

멕시코에서 오랜 생활을 하고 돌아온 사장이 챙겨온 선인장 모양의 토기, 알록달록하게 수놓은 챙 넓은 모자, 마야문명의 신들을 묘사한 조각품 등이 가게에 들어차 있어 멕시코의 분위기를 흠뻑 느껴볼 수 있다. 맛은 패밀리레스토랑의 규격화(?) 된 멕시코 요리에 비해 감칠맛 나고, 가격도 그리 높지 않은 편. 서울 홍익대 부근에 있다.

▶ 문의 : 02-326-3250

브라질

브라질의 열대, 온대, 아열대 등 여러 기후대가 광대한 영토에 펼쳐져 있어 다양하고 독특한 식재료가 풍부하다. ‘브라질 문화는 아프리카의 덴데, 인디오의 마니오카, 포르투갈의 올리브가 모여 만들어졌다’는 말처럼 각 인종의 문화와 그 문화를 대변하는 식재료 등이 독특한 브라질 음식을 탄생시켰다.

브라질 음식은 전체적으로 좀 짠 편이고 올리브유를 많이 섞는 게 특징이다. 이는 날씨가 더운 편이기 때문에 땀으로 빠져나간 염분의 보충과 식물성 지방의 섭취를 위해서라고 한다.

각 지역별로 나눠보면 브라질의 오지인 북부와 북동부는 마니오카, 옥수수, 열대과일을 사용하는 인디오 음식이 발달했고, 남부권은 스파게티 등 이탈리아식, 버터나 치즈 등을 사용한 독일식이 발달했다. 특히 남부의 상파울루나 리우데자네이루에선 전통 포르투갈식 대구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브라질의 경제권은 유럽계 백인들이 잡고 있지만 문화의 측면에선 흑인 중심의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브라질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은 흑인 노예들로부터 유래한 것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음식의 대표주자격이 ‘페이조아다’이다.

페이조아다는 우리말로 ‘검은 콩 스튜’인데 브라질 경제의 중심지 리우데자네이루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페이조아다는 원래 흑인 노예들이 백인들이 먹다 남은 허드레 고기인 돼지 발, 꼬리, 귀 등을 콩과 함께 끓여서 먹던 것인데 현재는 수요일과 토요일 점심으로 많은 브라질리안들이 즐기고 있다고 한다. 쌀밥이나 마니오카 가루를 곁들여 먹는다.

이빠네마
이빠네마

페이조아다가 평상시에 먹는 서민음식의 대표격이라면 추라스코는 브라질의 ‘잔치음식’의 대표다. 추라스코는 남부 목동들에게서 유래한 일종의 바비큐 요리인데 생일이나 특별한 날이면 빼놓지 않는 음식이다.

추라스코는 생고기를 부위별로 크게 썰어 덩어리째로 1m 길이의 쇠꼬챙이에 끼운 다음, 숯불 위에 걸쳐놓고 구워 먹는다. 20~30분 이상 구우면 기름이 아래로 떨어지고 겉에 발라놓은 굵은 소금이 배어들어 간간하고 담백하게 익는다. 이렇게 익은 바깥 부분의 고기를 조금씩 잘라 쟁반에 올려놓고, 나머지는 다시 불 위에 올려놓아 덜 익은 속 부위를 다시 구워 먹는다.

브라질 요리 전문점인 이빠네마에 가면 이런 추라스코를 말 그대로 ‘실컷’ 먹을 수 있다. 한때 유행하던 ‘고기 뷔페’처럼 손님이 원하는 대로 추라스코를 내오기 때문이다. 브라질리안 조리사와 종업원들이 직접 양념하고 구워 쟁반에 썰어주는 것이 색다른 점. 또 구석에 마련한 샐러드 바에 샐러드는 물론 우리 입맛에 맞는 김치, 부추무침 등을 마련한 센스도 좋다.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해안가의 이름을 딴 이빠네마에서 브라질 전통 칵테일 ‘까이삐라’도 즐길 만하다. 보드카에 설탕과 레몬, 얼음, 사이다를 넣어 만든 칵테일로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부담 없어 보인다. 서울 정동에 있다. ▶ 문의 : 02-779-2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