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변화를 중심으로 한 환경 변화로 암 발생 패턴도 바뀌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과 식도암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에게는 드문 암이었다. 급증하고 있는 이들 증상과 치료법을 전문가에게 알아봤다(구체적인 내용은 CD 부록 참조).



대장암의 증상, 치료법과 예방



 암 발병률 4위, 10년간 발병 증가율 1위

 대장암은 주요 암 중에서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꼽힌다. 서울 아산병원 김진천 소장은 “1980~1990년대보다 70~80% 정도 환자가 급증해 남자 4위, 여자는 3위에 올라 있다”고 했다. 대장암 발병의 주요 원인은 서구화된 인스턴트식품의 범람을 비롯, 고열량·고지방 식사 습관과 운동 부족이 꼽힌다. 문제는 대장암만의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 다른 소화기 질병과 혼동되는 자각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소화나 배변 장애, 혈변, 설사와 변비의 반복이 그것이죠. 조기에 대장암을 의심할 만한 증상들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있으면 일단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김진천 암센터 소장)

 대장암의 진행 경과는 1, 2, 3, 4기로 나뉜다. 흔히 말기라고 할 땐 4기 이상을 말한다. 5년 생존율(5년 이내 재발치 않을 경우 완치됐음을 뜻한다)을 기준으로 할 때 1기 95%, 2기 80~85%, 3기 65~70%, 4기 40% 순이다. 대장암은 대부분 60세를 전후한 연령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진단·치료법의 발달로 의학계는 현재 3기 환자의 완치가 목표일 정도로 치료에 효과를 보고 있다. 또한 말기 환자라 불리는 4기 환자의 경우도 방사선, 약물 병행 치료로 생존 기간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대장암의 유전적 이유는 5% 정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넓게 보면 40% 정도가 가족력과 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를 가족성 암이라고 하는데, 대장암뿐 아니라 가족 중 다른 사람이 암에 걸렸을 경우 나타날 확률을 뜻합니다. 사전 예방 차원에서 가족성 암 상담을 받는 것도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김희철 외과)

 대장암 예방을 위한 생활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과거 선조들이 먹던 식습관으로의 복귀가 그것이다. 김진천 암센터 소장은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밥상이 바로 대장암 예방 식단”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어 무서운 병이지만 그렇다고 걱정하거나 공포에 빠지는 게 더 안 좋습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걸리지 않도록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면 대장암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어요. 아니, 걸리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어렵지 않게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앞서 말한 증상을 갖고 있다면 정기 검진 기간이 아니라도 병원을 찾는 게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이지요.”(김진천 소장)



 식도암의 증상, 치료법과 예방



 암환자의 98%가 남자인 ‘남자병’

 현재 국내 식도암 환자는 매년 1000명에서 1500명 가량 발생하고 있다. 발병 환자 가운데 사망률이 높아 여러 암 질병 중 사망률이 7위일 정도로 5년 이상 생존율이 낮다. 치료가 어려운 만큼 조기 진단이 필수인 질환이 바로 식도암이다.

“식도암 환자의 경우 남자 환자 98%, 여자 환자가 2%일 정도로 성비가 현격하게 차이가 납니다. 그만큼 남자 환자에게서 절대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질환이에요. 식도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흡연과 음주입니다. 이로 인한 식도의 손상이 암으로 이어지는 거죠. 여기에 뜨거운 음식을 즐기거나 탄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식도암의 주요 원인입니다.”(이진혁 소화기내과)

 연령대로 보면 50~60대에 주로 발생한다. 신체 활동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 시기 식도암의 발생은 환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음식물을 공급하는 주요 장기인 까닭에 수술 등의 치료에 필요한 체력 보강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식도암 환자 치료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영양 공급이다.

 “식도암 수술은 절개 부위가 목부터 가슴, 배까지 이어집니다. 발생 부위에 따라 때론 목부터 가슴까지, 가슴부터 배까지 절개를 해야 합니다. 또 식도 수술은 암 세포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대개의 경우 식도를 함께 절개합니다.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환자 체력이 중요하지요.”(박승일 흉부외과)

 식도는 신축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특징이 있다. 소화 불량, 음식물을 삼킬 때의 불편함, 신물이 넘어오는 정도가 자각 증상의 전부다. 그러나 조기 발견은 의외로 쉽다.

 “위 내시경을 하게 되면 식도부터 위장, 십이지장의 일부까지 볼 수 있어요. 따라서 식도암의 조기 발견은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만 해도 가능합니다.”(김종훈 방사선종양학과)

 수술로 식도를 절개하더라도 위 등 다른 장기로 식도를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기존의 식도 사용과는 약간 달라 2~3개월 정도 음식 섭취 요령이 필요하다. 1년 정도 지나면 정상 생활에 별로 지장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식도암이 발생하면 방사선과 항암제 치료가 선행됩니다. 그 다음에 수술을 하는데 이들 치료만으로 육안으로 보이는 암 세포 제거는 가능하지요. 그러나 식도암의 경우 수술이 필수입니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로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암 세포를 제거하더라도 수술을 하지 않으면 식도암은 반드시 재발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에요.”(김성배 종양혈액내과)

 식도암 예방에는 금주와 금연이 필수다. 다른 암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식도암에 흡연과 음주는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과거 식도암은 걸리는 즉시 사망이라 할 정도로 사망률이 높았으나 수술·방사선 치료·약물 요법을 병행하는 치료술의 발전, 조기 진단 시스템 개발로 완치율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예방만큼 좋은 치료는 없다는 전문가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