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은 이전 계절의 낡은 옷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계절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는다. 자연은 계절 변화의 법칙에 철저하게 순종한다. 그러기에 무수한 시간이 흐르고 무수한 재앙이 있어도 봄에는 싹이 트고 여름에는 꽃이 피며 가을에는 열매가 열리고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는 그 모습만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인간도 불로장생의 꿈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자 한다면 각 계절에 맞는 섭생법을 지켜야 할 것이다. 이제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우리를 괴롭히는 계절이 다가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추운 겨울을 가장 건강하게 나는 방법이며 어떻게 해야 다가올 봄에 가장 건강한 상태로 맘껏 활동할 수 있을까.

계절에 따라 먹거리가 달라지는 것은 계절에 따라 그 기운이 왕성한 부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봄에는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순의 힘이 강하고, 여름에는 만개한 꽃에 그 정화가 들어있고, 가을에는 열매에 그 에너지가 들어있고, 겨울에는 뿌리에 그 생명력이 들어있다. 식물은 이렇게 사계절에 따른 변화 모습이 뚜렷한데 사람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세심하게 느껴보면 사람의 몸도 계절에 부응하여 변화함을 알 수 있다.

겨울철 먹거리

겨울에는 추운 날씨를 버텨내기 위한 에너지가 뿌리에 저장되어 있다. 사람도 겨울에는 기운이 뼈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여름에는 촉촉하던 피부가 겨울이 되면 푸석푸석해지고 건조해지는 것이다. 겨울을 잘 나고 추운 날씨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뿌리를 섭취해야 한다.

겨울철 먹거리 중에서 뿌리 종류로는 감자, 고구마, 마, 무 등이 있다. 먼저 감자는 예로부터 혈액을 맑게 하고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피부병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줄여서 피를 맑게 하며 위벽을 보호해 위장질환을 치료한다. 또한 만성변비를 치료하고 술독을 풀어주며 술 마신 뒤의 갈증을 멈추게 해준다. 최근에는 감자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고구마 역시 체력을 좋게 하고 비장과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식품이다. 대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변비를 예방, 치료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이 뛰어나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해 주며 위암과 폐암을 예방하고 허약 체질 개선 및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마는 겨울 동짓날 즈음에 채취하는데 허약한 체력을 보충해 주고 근골을 강하게 해주며 노화와 위궤양을 방지한다. 그래서 소화불량,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 허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에게 아주 좋아 ‘산 속의 장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무는 갈증을 멎게 하고 음식이 잘 소화되게 해준다. 대소변을 시원하게 나오게 해주고 술과 밀가루 음식의 독을 풀어주며 가래를 삭혀주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즙을 내어 먹으면 진해, 지혈, 소독, 해열의 효과가 있으며 삶아서 먹으면 담음(痰飮, 비정상 체액)을 없애주고 식적(食積, 소화불량)을 제거해 준다. 기침과 인후통에 효과가 있으므로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목이 아프다고 할 때 항생제를 먹이지 말고 무로 조청을 만들어 주면 아이들도 좋아하고 효과도 좋다.

겨울철 운동법과 목욕법

겨울철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찬바람이다. 찬바람을 피부에 맞게 되면 피부는 그 찬 기운에 의해 얼어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겨울철에는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겨울철의 찬바람은 직접 그리고 오래 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여름철이야 얼마든지 바람을 맞으면서 운동을 해도 되겠지만 겨울철에는 실외에서 하는 운동은 피하고 되도록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

또한 운동시간은 양기(陽氣)가 가장 충천한 오후 2시에서 3시경에 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은 음기(陰氣)는 성하고 양기는 쇠약해지는 계절이므로 음기가 성한 새벽녘이나 저녁 무렵에 운동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가장 햇살이 강하고 양기가 충천한 오후 2시에서 3시경이 겨울철에 가장 운동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면 외출하기 전에 반드시 보습제를 노출 부위에 바르는 것이 좋다. 찬바람을 직접 피부에 닿게 하는 것보다 보습제를 발라주게 되면 보호막이 형성되어 직접 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운동한 후 땀을 흘리고 나서 찬바람을 쐬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땀을 흘리면 모공이 열려있는 상태가 되는데 그때 바로 외출을 해버리거나 덥다고 찬바람을 맞게 되면 열린 모공으로 찬 기운이 깊숙이 들어와 버리게 된다.

운동과 함께 겨울철에 목욕법을 잘 응용하면 겨울철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목욕을 하게 되면 표피로 혈액이 몰리게 되고 혈관이 확장되며 땀이 나게 된다. 이는 양기를 피부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즉, 겨울철 외한(外寒)의 상태를 목욕으로써 풀어줄 수 있는 것이다. 외한의 상태가 풀리게 되므로 감기, 피부 건조증 등을 호전시킬 수 있다. 목욕 방법은 40℃ 전후의 물에 15~20분 정도 입욕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목욕을 하되 지나치게 땀이 많이 날 정도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땀이 지나치게 흐르는 정도로 목욕을 장시간 하게 되면 양기와 진액이 피부를 통해 소모되는 상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욕한 후에는 당연히 찬바람은 쐬지 말아야 한다. 목욕 후에 따뜻한 차를 준비하여 두었다가 마시면 목욕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식전 그리고 식후 30분 이내에는 목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목욕으로 인해 내장의 혈액이 표피로 다 몰리게 되므로 자칫 소화불량을 야기할 수 있다.

입욕제를 잘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인 목욕법이 된다. 겨울철에 좋은 입욕제로는 쑥, 국화, 청주, 당귀 등이 있다. 쑥은 성질이 따뜻해서 오래된 병이나 부인병에 효과가 좋다. 평소 손발이 차거나 저리고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경우에 쑥을 우려낸 물을 입욕제로 쓰면 좋다. 또한 냉이 있거나 신경통, 요통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도 써볼 만하다. 국화는 어지럼증이나 두통, 눈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 입욕제로 사용하면 머리를 시원하게 한다. 청주를 입욕제로 사용하면 몸이 쉽게 따뜻해지고 혈액순환이 잘 된다. 또 알코올 성분이 피부의 노폐물을 녹여 제거하기 때문에 피부 미용에도 탁월하다. 당귀는 혈액순환을 돕는 대표적인 한약재다. 수족냉증, 타박상, 신경통, 불임의 경우에 입욕제로 써볼 만하다.

겨울철 수면법과 감기 예방법

한의학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황제내경>을 살펴보면 겨울철 섭생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있다. “겨울철에는 물이 얼고 땅이 얼며 양기가 요동하지 못한다. 이때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되 반드시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고 하였다. 다른 계절보다 겨울철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오랜 수면시간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겨울철에는 더 오래 자라고 하였을까? 왜 겨울철에는 밖에 나가 활동하는 것보다 안으로 폐장하기를 더 권하였을까? 이는 봄이 되었을 때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미리 축적하기 위해서다. 땅속에서 오랫동안 웅크리지 않은 뿌리는 봄에 힘찬 새싹을 움틔우지 못한다. 마치 강하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강하게 움츠려야 하는 것과 같다. 봄에 왕성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에너지를 겨울에 충분히 축적해 놓아야 한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기를 권한 것이다.

겨울철에 빼놓을 수 없는 불청객이라면 바로 감기다.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만약 걸렸다면 무작정 앓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족욕이나 반신욕을 자주 해주면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단,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릴 정도로 강하게 해주어서는 안 되고, 목욕 후에는 반드시 찬바람을 피하여야 한다.

감기에 이미 걸렸다면 총백차나 생강차를 활용해 볼 만하다. 총백차나 생강차는 몸을 훈훈하게 하면서 표피의 차가운 기운을 녹이고 발산시키므로 감기 초기에 복용한 후에 이불을 잘 덥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 효과가 있다. 피부가 두꺼운 분들이 마셔볼 만하다.

만약 피부가 얇고 흰색이라면 황기인삼차를 권하고 싶다. 피부가 얇고 흰 사람은 차가운 기운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기 쉬운 체질을 가지기 쉽다. 이런 경우는 원기를 보강하는 방법을 써서 감기를 치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황기와 인삼을 주로 넣고 총백이나 생강을 소량 추가하여 차로 끓여 마시면 좋다.

또한 마늘을 평소에 꾸준히 복용하면 원기 증강에 도움이 된다. 아무리 찬바람이 불어도 인체의 원기가 충만하다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피곤할 때 훨씬 감기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원기를 평소에 잘 길러주면 겨울철 웬만한 감기는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봄에 새싹이 힘껏 틔어 오르지 못한다면 이는 겨울에 그 뿌리에 힘이 충분히 응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매를 실하게 하고자 한다면 그 꽃이 만개해야 하고 꽃을 활짝 피우려면 새싹이 힘차게 움터야 한다. 봄철 새싹이 겨우내 언 땅을 박차고 뚫고 올라오지 못한다면 이는 겨울철에 잎과 열매를 털어내지 않고 쓸데없이 꽃을 피우고자 힘을 허비하였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봄철에 춘곤증으로 고생하고 피로해 한다면 이는 겨울철을 마치 여름철처럼 지나치게 활동하면서 보냈기 때문이다. 겨울철은 겨울철처럼 보내자. 그래야 건강한 봄날을 맞이할 수 있다.

겨울철 건강차

겨울철에는 감기, 수족냉증, 기침, 천식 등 특유의 계절병이 있다. 그래서 겨울철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몇 가지 건강차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총백차  총백이란 파의 흰 수염뿌리를 말한다. 파의 수염뿌리는 가늘게 갈라져 있어서 피부의 가는 혈관으로 달려간다. 성질은 응축된 기운을 발산시키고 퍼지게 하므로 찬바람이 표피에 응결되어있는 것을 잘 풀어줄 수가 있다. 피부가 두꺼운 편에 속하는 사람이 겨울철에 외부에서 활동해야 할 시간이 많다면 총백차를 마셔볼 만하다. 집에서 요리할 때 미리 파의 흰 수염뿌리를 떼어내어 잘 씻어서 말려두었다가 뿌리 1~2개와 물 두 컵을 부어서 은근한 불에 잘 우려내어 한 컵 정도로 줄어들면 총백차가 완성된다. 혹은 총백을 달인 물로 죽을 쑤어서 먹는 것도 좋다.

▶ 계피차  계피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이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경락이 잘 순행하게 해주며 양기가 허한 사람이 겨울에 추위를 많이 타는 것을 호전시켜 준다. 평소 손발이 차고 겨울철 추위를 견디기가 어려운 사람이 마시면 좋다.

▶ 인삼차  인삼은 소화기의 기운을 돕는 대표적인 약재다. 평소 소화기 쪽이 약하고 변비나 설사가 잦으며 손발이 차거나 감기에 자주 걸리는 허약 체질의 사람이 복용하면 좋다.

▶ 생강차  생강은 위장을 데워주고 소화를 촉진시키며 몸을 훈훈하게 하여 땀을 내는 작용을 하여 여러 가지로 사람에게 유익한 식품이자 약재이다. 항상 소화장애가 있거나 설사가 잦거나 손발이 찬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 오미자차  오미자는 기침이나 천식에 좋은 약재이다. 겨울철 감기에 걸려 기침 증상이 멎지 않고 오래 갈 때에 복용할 만하다.

▶ 쑥차  쑥은 여성들에게 유용한 약재인데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특히 자궁을 따뜻하게 해준다. 겨울철 추위를 많이 타면서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분들에게 권할 만하다.

 Plus tip  겨울철 이것만은 피해야

- 멀리 여행하지 마라  겨울철에 멀리 여행하는 것은 좋지 않다. 멀리 여행하는 것은 되도록 여름철에 하고 겨울에는 실내에서 거주하거나 근거리에서 활동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먼 지역을 오랫동안 여행하게 되면 에너지 축적이 아니라 에너지 소모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 찬바람을 오래 쐬지 마라  당연한 이야기다. 겨울철 찬바람은 인체의 양기를 크게 손상시킨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철에는 인체의 양기가 쇠약해져 있는데 찬바람을 오래 맞게 되면 더욱 양기는 쇠약해지게 된다. 만약 평소 냉증을 앓고 있는 분이라면 겨울철 찬바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스키나 스노보드 등의 야외 운동보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러닝머신, 스쿼시, 탁구 등의 운동을 더 권하고 싶다.

- 야근을 하지 마라  직장인들에게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겨울철에는 야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철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라고 하였다. 저녁 시간의 활동을 줄여야 한다. 일이 많다면 집중력을 발휘하여 낮 시간에 빨리 끝내도록 하고 되도록 새벽까지 하는 야근은 없도록 하여야 한다.

- 지나친 성생활을 하지 마라  겨울철은 오장육부 중에서 신장이 주로 활동하는 계절이다. 신장에서 주관하는 선천의 기운을 정(精)이라고 하는데 이는 생식계통의 능력과도 관계되어 있다. 겨울철은 힘을 축적하여야 하는 계절이라고 하였다. 지나친 성생활로 정을 소모한다면 이는 근본 체력을 깎아 먹는 것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