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범람 수준이다. 언제부턴가 어느 곳에서라도 이탈리안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너무 많기 때문일까. 만족스런 요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미식가들의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곳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바로 테이스티 블루바드(Tasty BLVD)다.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의 테이스티 블루바드는 이탈리아식으로 나오는 코스 요리와 지글지글 구워져 나오는 푸짐한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통유리, 블랙톤과 대리석을 이용한 깔끔한 외관이 독특하다. 레스토랑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방. 1층 한가운데 들어선 오픈된 주방이 보인다. 천장도 뚫려 있어 2층에서도 주방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깨끗한 요리복을 입은 요리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 무대처럼 연출된 주방은 손님과 친근한 공간이 됐다. 그렇다고 고기 굽는 냄새나 연기가 자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냄새와 연기는 중앙환기장치를 통해 말끔히 없앴다. 그리고 군데군데 공기청정기를 두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수석 쉐프인 최현석 이사가 ‘강추’하는 메뉴는 꽃등심 스테이크인 ‘립 아이(Rib eye)’. 뜨겁게 데운 접시 위에 두툼한 스테이크가 맛도 보기 전에 군침이 돌게 한다. 소금과 통후추 외에 따로 소스를 뿌리지 않은 2cm 두께의 스테이크는 말 그대로 원초적이다. 장식도 없고, 구운 마늘만 달랑 나온다.

참숯에 구워선지 향긋한 참나무향도 일품이다. 칼질을 하자 배어 나오는 육즙이 뜨거운 접시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낸다. 눈과 귀, 코가 모두 즐겁다. 씹히는 맛은 부드럽고 담백하며, 육즙은 풍부하다. 2006년 11월초 문을 열었음에도 벌써 스테이크 마니아가 생겼다는 입소문에 믿음이 간다.

스테이크의 부드럽고, 풍부한 맛의 비결은 양질의 고기와 숙성. 일단 고기는 곡물로만 키운 비육일 300일의 호주산 블랙 앵거스를 쓴다. 호주에서 들여온 고기는 레스토랑 지하에 따로 둔 숙성실에서 30일 정도 숙성을 한다.

그리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빵은 모두 유기농 재료만 사용해 만든다. 샐러드 등에 들어가는 재료도 모두 매일 아침 공급돼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파스타도 생면으로 요리를 한다. 여기에다 설거지하는 물까지 모두 정수해서 사용한다.

테이스티 블루바드는 음식의 온도와 접시의 온도를 맞추는 것에 신경을 썼다. 스테이크는 뜨거운 접시에, 샐러드는 차가운 접시에,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얼음 접시 위에 담아 블루치즈 드레싱을 곁들인 양상추 샐러드는 뜨거운 접시의 스테이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최 이사는 스테이크가 부담스러운 이에겐 그릴 시푸드를 권한다. 가재, 전복, 왕새우, 갈비, 농어 등의 모둠 그릴이다. 점심에는 해물 모둠 스파게티가 제격이다.

가격은 착한 편. 최 이사는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다른 곳과 비교하면 가격은 저렴하다고 자신했다. 파스타는 1만8000원, 스테이크는 3만6000원에서 4만2000원선. 수프, 샐러드, 파스타와 스테이크가 제공되는 점심 세트메뉴는 3만5000원으로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