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구룡산 중턱서 가부좌 명상



“남들 잘 때 산에 올라 명상 한 번 해봐요. 하루가 다릅니다.” 홍성원 현대홈쇼핑 대표(53)는 산을 좋아한다. 매일 새벽 5시15분 서울 양재동 집문을 나서는 것도 근처 구룡산에 오르기 위해서다. 그런데 특이하다. 산꼭대기까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산 6부 능선쯤 펑퍼짐한 바위가 최종 목적지다. 산행 목적이 등반이 아닌 ‘가부좌 명상’이기 때문이다.





 또 명상 시간도 딱 10분이다.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아프다는 게 이유다. 6시20분 집에 돌아오기까지 걸린 산행 시간은 불과 1시간 안팎. 그는 “새벽에 진을 뺄 필요 있겠느냐”라며 반문한다.

  홍대표는 비가 오면 산행을 하루 건너 뛴다. 1년 365일 산에 오른다는 쓸데없는 오기는 ‘객기’라는 얘기다. 남들처럼 전국의 유명한 산을 누비는 스타일도 아니다. 가까운 뒷산에 오르는 게 전부다.

  그가 산과 인연을 맺은 것도 벌써 19년차다. 87년 현대건설 차장 때부터다. 이때는 서울 우면산에 올랐고 98년 현대백화점 울산 근무 시절엔 인근 염포산을 오르는 식이다. 명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식사 때 의자에서도 가부좌로 앉아 밥을 먹는다고 웃는다.

  홍대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시작한 산행이 지나고 보니 건강의 비결이 됐다”고 말한다. 남들처럼 술, 담배를 끊는 노력은 그에게 없다. 담배도 하루 반갑은 피우며 즐겁게 살자는 게 그의 건강론이다.



 색소폰 연주 위해 2차는 노래방으로

 산행 후 밥을 챙겨 먹고 한강로3가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는 시각은 오전 8시. 다른 CEO들처럼 새벽 출근은 그의 사전에 없다.

  첫번째 일과는 전직원에게 사내 메일로 ‘일일 쪽지’를 보내는 일. 하루 5~10줄씩 새벽 명상 때 떠오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작업이다. 2004년 1월 대표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쪽지를 모으면 “A4 용지 빽빽하게 80쪽은 된다”고 그는 말한다.

  매일 아침 8시25분께 5분간 국민체조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평소 ‘펀(FUN) 경영’을 강조하는 그답다. 자신은 산행으로 재미를 찾는다면 직원들에겐 회식을 권장하는 스타일이다.

  홍대표는 “비서를 통해 부서 회식 땐 꼭 부르라고 지시를 해놓았는데, 요즘엔 연락이 없어 직접 찾아다닌다”고 했다. 1차를 부서에서 사면 2차 노래방은 자신이 책임진다고 얘기한다.

노래방을 고집하는 이유는 색소폰 연주를 뽐내기 위해서다. 1년 전부터 학원까지 다닌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이때다. 이를 위해 그는 차에다 색소폰을 싣고 다닌다고 했다.

  마이크는 한 번 잡으면 몇 곡은 뽑아야 직성이 풀린다. 레퍼토리도 트롯부터 신세대 발라드까지 다양하다. 플라워의 ‘눈물’(발라드)과 이상용의 ‘당신이 최고야’(트롯)가 요즘 그의 애창곡이다. 그는 새벽 명상을 통해 건강을 챙기고 노래로 스트레스를 푸는 셈이다.

  현대홈쇼핑은 홍성원 대표 취임 원년인 지난해 첫 흑자를 기록하며 신바람을 내기 시작했다.

박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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