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cm 생선회 보셨나요



접대는 비즈니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식사 대접 때 첫 손에 꼽히는 게 일식집. 포인트는 품격과 맛이다. 조용한 분위기에 널찍한 테이블, 입을 즐겁게 하는 요리는 대화의 좋은 재료다. 주중엔 비즈니스, 주말엔 가족 접대로 나무랄 곳 없는 일식집을 추천한다.





 울 삼전동 석촌호수 옆에 위치한 일식집 ‘호림’. 1985년 문을 열었으니 만 2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평 1000여평에 매장 면적만 500평 3층짜리 일식집이다. 주차 대수만 100대 규모다. 대형 업소 치곤 마케팅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입소문으로 단골이 많기 때문이다. 고건 전 총리,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 정겴怜?인사들도 한번쯤 다녀간 집이다.

 1층 홀에 들어서면 테이블 공간이 넉넉한 게 한눈에 띈다. 6인 테이블에 식사 인원은 2~3명이 고작이다. 장삿속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여타 일식집과 다르다. 2층엔 룸, 3층엔 50인석 등 연회석으로 꾸며졌다.

 대표 메뉴인 호림 정식을 시켜봤다. 보통 횟집이라면 주요리 전 ‘스키다시’가 줄줄이 나온다.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주문 10분 후에야 도착한 첫 메뉴가 주요리. 도미와 광어, 메로, 연어, 혼마구로 등 라인업이 고급 생선회다. 눈에 띄는 건 회 한 점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이다.



 횟감 재료도 큰 것만 고집

 굵게 썬 광어 한 점을 자로 재봤더니 10cm가 훨씬 넘는다. 보통 13~17cm에 달했다. 입 안에 가득 찰 정도다. 특히 이 광어는 인삼과 유자, 황토, 쑥, 당귀 등 20여가지 한약재를 먹여 키운 ‘한방 광어’란 점이 특징이란다. 2년여 전부터 완도 양식장에서 독점 공급받고 있다. 회는 포를 뜬 뒤 O℃에서 4~5시간 숙성하는 게 쫄깃한 맛의 비결이라고.

 횟감 재료도 큰 것만 고집한다. 광어는 보통 3kg짜리, 도미 3.5~4kg, 방어는 10~15kg짜리가 원재료다. 장성순(51) 호림 대표는 “고기가 커야 맛도 좋다”며 웃는다.

 생선회 후에는 구이류, 새우튀김, 민물장어, 초밥, 알밥과 매운탕이 곁들여진다. 자질구레한 스키다시는 없다. 시기별로 달라지는 구이류는 도미 대가리 조림이 특히 인기다. 생선초밥은 밥을 회로 말았다고 할 정도로 회를 많이 쓴다.

 평일 낮과 주말에 맛볼 수 있는 1인 2만5000원짜리 정식 요리다. 가격대에 맞춘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평일 저녁에 판매되는 7만원짜리 정식과 차림 내용이 같다. 다른 게 있다면 어떤 혼마구로를 쓰느냐 하는 점이다.

 호림의 별미는 바로 혼마구로다. 대부분 단골은 이 혼마구로 마니아들이다. 일반적으로 고급 횟집 메뉴판에는 혼마구로의 가격이 적혀 있지 않지만 이 집은 10만원으로 가격표가 붙어 있다.

 혼마구로는 특급부터 5급까지 다섯 등급이 있다. 우리말로 참다랑어로 표현되는 혼마구로는 350~400kg짜리 한 마리가 2000만원일 정도로 고급 요리다. 한 마리가 EF쏘나타 승용차 한 대 값이다. 이 중 특급은 호텔에서 먹으면 1점에 2만5000~3만원짜리다. 이곳에선 1만원 정도면 먹을 수 있다.

 제대로 먹는 요령은 어금니로 씹지 말라는 점. 앞니로 조물조물 잠깐 씹기만 하면 저절로 입 안에서 녹는 맛이 일품이다.

 갑자기 의문이 생긴다. 호림은 왜 쌀까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장대표는 “유통 단계를 죄다 없앴기 때문”이라고 짧게 말한다.

 호림은 일식집과 참치 전문점 원조로 통하는 ‘유진’ 브랜드 중 판매업소는 한 곳일 뿐이다. ‘유진’은 생산, 유통과 판매까지 담당하는 ‘원스톱 체제’다.

 장대표의 친형인 장공순(59)씨가 유진수산 회장이다. 70년대초 염천교 수산시장 시절 생선도매상으로 시작한 장회장은 노량진 중매인 88번이다. 맨 밑바닥에서 출발, 유진을 내로라하는 수산유통업체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본사는 직판장과 함께 노량진에 있다. 공장은 부평의 유진참치공장이 유명하다. 자회사 중 유진수산과 씨탑은 납품 회사다. 유진수산은 전국 호텔에 참치와 광어, 도미 등 활어를, 씨탑은 노르웨이산 연어 등 냉동 식품을 납품한다.

 납품처만 롯데, 신라, 하얏트, 인터콘티넨탈, 힐튼 등 특급 호텔이라면 안 가는 곳이 없다. 지난 79년 롯데호텔이 문을 열었을 때 호텔측으로부터 생선을 살아 있는 채로 가져오라는 주문에 ‘활어수족관’을 처음으로 선보인 곳이 바로 유진이다. 호림에서 맛보는 회는 특급 호텔과 동급 제품이란 얘기다.



 호텔 납품하는 ‘혼마구로’호평

 판매업소로는 서울 삼전동 호림과 바로 옆엔 참치전문점 유진참치가 이름나 있다. 부평에도 같은 이름의 호림이 있다.

 지난해 8월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에 문을 연 대지 3000평 4층짜리 종합수산물센터가 바로 유진수산 작품이다. 서운동의 명물로 자리잡은 이곳은 1층엔 수산물백화점, 2층 퓨전레스토랑, 3층은 수산물 연회석이다. 4층은 손님이 많아 대기실로 꾸며 놓았다. 일식 재료와 건어물, 일반 수산물, 참치, 새우, 연어, 조기 등 150여종의 수산걋?시중가 대비 50~70% 싸게 판매하고 있는 게 인기 비결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2년 전부터 장씨 형제가 ‘100만인 생선초밥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 이를 위해 센터에선 3000원에 생선초밥을 제공중이다. 새우, 훈제연어, 문어, 참치, 도미살로 만들어진 생선초밥이다. 회로 밥을 쌌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두툼한 생선초밥이 알당 300원인 셈이다. 주말이면 1500인분씩 판매된다. 장대표는 “솔직히 원가도 나오지 않는다”며 “생선초밥 대중화를 위한 서비스 상품”이라고 말한다.

 올해로 35년째 수산물회사를 운영중인 장씨 형제는 “서울에선 정통 횟집 ‘호림’으로, 인천선 ‘수산물백화점’으로 사랑받는 수산물업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서울 호림에서 비즈니스 접대로 잘 나가는 메뉴는 모듬생선회(6만원)와 참치모듬회(8만원)다. (02-415-3411-4)

박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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