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晋) 나라 때 갈홍(葛洪)이라고 하는 유명한 도가가 쓴 <포박자(抱朴子)>라고 하는 서적이 있다. 여기에는 무병장수와 양생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12소(十二少)라는 것이 소개되어 있다. 12소란 되도록 해서는 안 될 12가지 행위를 말하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소사(少思), 소념(少念), 소욕(少慾),소사(少事), 소어(少語), 소소(少笑), 소수(少愁), 소락(少樂), 소희(少喜), 소노(少怒), 소호(少好), 소오(少惡)” 라고 하였다. 즉, 생각하는 것, 걱정하는 것, 욕심내는 것, 일하는 것, 말하는 것, 웃는 것, 근심하는 것, 즐거워하는 것, 기뻐하는 것, 화내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이 12가지를 되도록 적게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을 많이 할수록 정신이 위태로워지고 몸이 피로해지며 오장(五臟)이 상하고 결국엔 생명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하였다.

갈홍의 말대로라면 도대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 감정도 느끼지 말라는 소리인 듯한데 과로나 스트레스는 없겠지만 과연 이렇게 한다는 것이 가능할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이 내용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현대의 직장 생활이 이와는 정반대라는 걸 알 수 있다. 열심히 일해야 하고, 그래서 열심히 성취해야 하며, 동료 및 선후배와 경쟁에서도 지지 않아야 하고, 좋은 사람과도 일해야 하고 무지 싫은 사람과도 일해야 하는 것이 직장의 미덕인데 갈홍의 무병장수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이는 직장 생활이 건강을 해치는 여러 가지 요소들로 둘러싸여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건강 위협지대인 직장이란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건강을 지켜 낼 수 있을까, 흔히 오장(五臟)이라 부르는 간, 심, 비, 폐, 신의 건강 유지 요령을 살펴보자.

간(肝)간은 우리 몸에서 혈액을 가장 많이 저장하고 있는 장기이다. 정서적으로는 분노의 감정을 배출하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눈, 손톱, 인대 등의 상태를 보고서 간의 상태를 판단한다.

32세의 직장여성 김씨는 평소 성격이 깔끔하고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었다. 책상에 있는 물건은 항상 흐트러짐 없는 상태로 정돈이 되어 있어야 하고 팀원들이 일을 수행함에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것을 용납하지를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팀원들과 갈등이 많았고 별 것 아닌 일에도 화를 잘 내었으며 항상 편두통과 안구충혈증을 느끼고 있었다. 동시에 손발톱이 잘 마르고 잘 부러지며 대소변이 시원하게 나가지 않는 증상도 있었다.

김씨와 같은 경우 간의 기능에 문제가 있다. 타고난 성격으로 인하여 분노가 잦다 보니 노화(怒火 : 분노로 인한 불기운)가 일어나 자꾸 간의 혈(血)을 말려 손발톱이 건조해지고 편두통과 안구충혈증이 생기는 것이다.

심(心)심은 우리 몸에서 혈액을 박동하여 온몸으로 보내 주는 장기이다. 온몸에서 혈액이 원활히 돌 수 있는 것은 바로 심장이 끊임없이 박동을 해주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는 기쁨의 감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혀나 혈관 등의 상태를 보고서 심장의 상태를 판단한다.

35세 직장여성 최씨는 얼마 전부터 이유 없이 심장이 자꾸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혓바늘이 잘 돋고 마음이 불안하고 건망증이 심해졌으며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숙면을 취하기 힘들고 자더라도 온갖 꿈을 꾼다. 게다가 뺨 부위가 붉게 잘 달아오르고 갈증을 잘 느끼게 되었다. 이런 증상은 최근 회사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부터라고 하였다.

이런 경우는 심장의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심장은 정신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기이다. 서양의학에서는 정신 활동은 뇌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지만 한의학에서 정신은 심장에 깃들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심장에서 주관하는 혈액이 부족해지면 최씨와 같은 증상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비(脾)비장은 우리 몸에서 소화 작용을 담당하며 또한 혈액의 원활한 순환을 주관하는 장기이다. 정서적으로는 고민하고 사색하는 감정과 관련이 있으며 입술과 살 등의 상태로 비장의 상태를 판단한다.

28세 직장인 황씨는 평소 얼굴색이 누렇게 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부서 이동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한 이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식욕이 완전히 떨어졌으며 배는 고파도 밥을 먹고 싶지가 않으며 먹으면 체한 듯 속이 불편하였고 머리가 아프고 토할 듯 메슥거리고 시야가 뿌옇고 팔다리에 힘은 하나도 없으면서 시간만 나면 드러눕고 싶기만 했다.

27세 직장여성 강씨는 얼마 전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끼니를 거르면서 무리하게 야근을 하였다. 마른 체격에 원래도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하였는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체력적으로 무리를 하면서부터 월경이 원래 기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속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5일이면 끝나는 월경이 2주일이 지나도록 그치지를 않았다. 

이런 경우는 비장의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위의 황씨의 경우는 비장이 수행해야 할 소화 기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경우이고, 아래의 강씨의 경우는 비장이 담당하고 있는 또 다른 기능인 혈액이 혈관 밖으로 터지지 않도록 하는 기능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폐(肺)폐는 호흡을 주관하는 장기이면서 외부의 기온 변화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장기이다. 정서적으로는 슬퍼하는 감정과 연관이 있으며 털이나 코 등의 상태로 폐의 상태를 판단한다.

40세 직장인 서씨는 여름철만 되면 감기로 고생하였다. 피부색이 백짓장처럼 하얀 편인데 여름철에 사무실에 틀어 놓은 에어콘 바람을 계속 쐬다 보면 어느새 감기에 걸리게 된다. 올해는 여름 감기가 낫지를 않고 계속 되더니 계절이 바뀌면서 마른기침으로 바뀌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래가 나오는 기침이었는데 이제는 가래가 없는 마른기침이면서 특히 밤이 되면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기침이 나왔다.

이런 경우는 폐장의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폐장이 약하여서 외부의 기온 변화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여서 병이 더욱 깊어지게 된 것이다.

신(腎)신은 비뇨와 생식을 주관하는 장기이다. 정서적으로는 두려워하는 감정과 관련이 있으며 귀, 뼈, 머리카락 등의 상태로 신장의 상태를 판단한다.

46세 직장인 박씨는 몇 년 전부터 요통으로 고생하기 시작했다. 입사한 이후로 야근을 밥 먹듯 하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회복되지를 않고 낮에는 계속 하품이 나고 피로가 심할 때는 귀에서 소리가 나기까지 하였다. 부쩍 머리카락도 빠지기 시작하는 것 같고 운동을 하건 운동을 하지 않건 계속 느껴지는 요통 때문에 항상 몸이 불쾌했다.

이는 오랜 기간 극도로 무리하여 신장의 상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신장은 사람이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받은 선천적인 체력과 관련이 있는데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 무리하게 되면 신장의 기능이 허약해지기 시작하고 이것이 요통, 탈모, 만성피로 등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직장인의 세계는 끊임없는 경쟁의 세계이다. 계속해서 자기개발을 해야 하고 계속해서 업무를 성취해야 하며 상대방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고 만다.

동의보감에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欲治其疾 先治其心)”는 구절이 있다. 이는 질병의 대부분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을 암시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그럼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다른 구절을 보면 “사람에게 마음이 없으면 곧 도와 합일하고, 마음이 있으면 도에 어긋난다(人無心則與道合 有心則與道違)”고 적고 있다. 여기서 마음이란 온갖 감정의 고해를 말하는 것이다. 온갖 욕심의 질곡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비워야 도(道)와 합일이 되며 이것이 곧 그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란 참 힘든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위 구절이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으므로 이를 잘 받아들이고 해소할 수 있는 마음 자세가 더 중요하다. 오늘부터 사무실 한편에 빈 종이에 ‘無心’이라고 크게 써서 붙여 놓는 것은 어떨까?

 음식과 질병

질병을 음식으로 치료하기는 쉽지는 않다. 음식과 약재를 비교한다면 음식은 성질이 온화하고 약재는 성질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음식은 누가 먹어도 큰 탈이 나지 않지만 약재는 잘못 먹으면 심한 부작용을 낳는다. 음식이 약재에 비해 온화한 성질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쪽으로 치우친 성질을 조금은 지니고 있다. 그래서 어쩌다 한번 먹는 것은 큰 작용을 하지 못해도 오랫동안 먹는 경우에는 약재처럼 일정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대략적이나마 오장의 병리를 개선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음식이 있다.

간(肝)에 좋은 음식과 건강법

●결명자 : 간의 열을 내려 주는 작용을 한다. 평소 조금만 피곤하거나 혹은 음주를 하고 난 후에 혹은 화나는 감정을 느끼고 나면 쉽게 눈이 충혈되는 경우에 좋다. 차로 복용하거나 가루 내어서 먹으면 된다.

●복분자(산딸기) : 간의 기능을 보강하여서 눈을 밝게 하는 작용을 한다. 모니터를 많이 보거나 책을 많이 보아서 눈이 피로하고 시력이 떨어졌을 때에 좋다.

●모과 : 운동 부족이나 과로로 인해 약화된 힘줄을 강하게 한다. 달여서 차로 마신다.

두 손바닥을 서로 열이 날 정도로 비빈 후에 손바닥으로 두 눈을 비벼 준다. 하루에 20번씩 하면 눈이 밝아지고 충혈 되지 않는다.

심(心)에 좋은 음식과 건강법

●팥 : 심장의 열을 꺼 주고 소변을 시원하게 나가게 해준다.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하여 혀끝이 붉고 상체에 열감을 느낄 때 좋다. 죽을 쑤어 먹거나 달여서 물을 마신다.

●대나무 잎 : 가슴이 답답할 때 좋다. 흉격 부위의 열을 꺼서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달여서 마신다.

●박하 : 심장의 열을 없앤다. 차로 마시거나 즙을 내어 마신다.

비(脾)에 좋은 음식과 건강법

●귤껍질차 : 소화불량에 좋다. 물에 달여서 차로 마시거나 가루 내어서 먹어도 좋다.

●대추 : 소화기를 편안하게 해주고 비위의 기능을 강화시킨다. 생으로 먹거나 말린 것을 먹고 차로 우려내어 마셔도 좋다.

●곶감 : 소화기가 약하여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될 때 좋다.

●맥아(식혜) : 소화기를 보강하여 음식을 잘 소화시키게 한다.

●꿀 : 소화기를 보강한다.

●소고기 : 소화 기능을 강화시킨다. 소의 곱창을 자주 먹으면 더욱 좋다.

●붕어 : 진흙을 먹고 사는 물고기라서 비장과 위장 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식사를 한 후에는 그냥 바로 자리에 앉지 말고 100걸음을 걸으며 산책을 하되 두 손으로 배를 문지르면서 걷는다. 소화가 잘 되도록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

폐(肺)에 좋은 음식과 건강법

●인삼 : 기운이 없고 호흡이 깊이 되지 않을 때 좋다. 생으로 씹어 먹거나 말린 것을 가루 내어 먹는다.

●오미자 : 기침에 좋다. 차로 우려내어 마신다.

●도라지 : 기침으로 숨이 찰 때 좋다.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다.

●우유 : 폐를 윤택하게 한다.

●호두 : 기침하고 숨이 찰 때 좋다.

손으로 코의 양쪽을 위아래로 수십 번씩 문지른다. 이렇게 하면 코가 외부의 기온 변화에 덜 민감해지도록 해준다.

신(腎)에 좋은 음식과 건강법

●녹용 : 과로로 인한 요통에 좋다.

●밤 : 구워서 먹으면 신장 기능을 강화시킨다.

●검은콩 : 소금과 함께 삶아 먹으면 신장 기능을 강화시킨다.

아침에 일어나 윗니 아랫니를 서로 부딪치기를 아홉 번, 침 삼키기를 아홉 번 한다. 오른손을 머리 위로 넘겨 왼쪽 귀를 14번 잡아당기고 또 왼손을 머리 위로 넘겨서 오른쪽 귀를 14번 잡아당긴다. 치아를 튼튼하게 하고 청력을 강화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