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말했다. 가슴이 답답해지면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고. 하지만 최근 들어 하늘을 ‘보는’ 것을 넘어 ‘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초경량 항공기로 레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승진항공을 찾아 ‘초경량 항공기 즐기기’에 대해 알아봤다.
비행의 ‘맛’만 따진다면 전투기보다 훨씬 나을 겁니다.”

김상태 승진항공기술비행학교 교장은 초경량 항공기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그는 반평생을 전투기 조종사로 푸른 하늘을 날아온 ‘빨간 마후라’다. 그가 지난 6월 경기도 여주에 문을 연 승진항공기술비행학교(이하 승진항공)는 국내 최초의 ‘초경량 항공기 조종학교’다.

사실 이전에도 항공클럽을 통해 초경량 항공기를 즐길 수 있었다. 1980년대 중반 행글라이더에 소형엔진을 달아 하늘을 난 것을 시작으로 초경량 항공기 조종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현재 전국에 695명. 전국에 활주로 등을 갖춘 항공클럽은 28곳에 달한다. 하지만 건설교통부 실사를 거쳐 승인을 받는 전문조종교육기관은 승진항공이 처음이다.

초경량 항공기는 항공법상 자체중량 150kg(1인승) 또는 225kg(2인승) 이하, 연료탱크의 부피가 최대 38리터 이하로 휘발유를 가득 채우면 두 시간 정도를 날 수 있다. 황태희 정비사는 “승진항공에서 쓰는 ‘스토우치’ 기종의 경우 서울에서 대구나 광주 정도의 거리는 거뜬하게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임 소재도 가볍고 단순한 편이다. 항공법상에서 초경량 항공기를 정식 항공기가 아닌 동력 비행 장치로 분류하고 있어 규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을 ‘항공 레저의 천국’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먼저 20시간의 실습 비행을 거친 후에야 단독 비행이 가능하고, 단독 비행이 가능해진 후에야 자격증 취득 시험을 볼 수 있죠.”(박한나씨)

박한나씨는 승진항공에서 지난 9월 배출한 1기 졸업생이다. 우연한 기회에 초경량 항공기를 타러 왔다가 하늘의 매력에 푹 빠져 아예 이곳의 일을 돕기로 했다. 그는 앞으로 교관 자격증에도 응시할 계획이다. 그는 “조종간을 잡으니 이제껏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가 단박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며 첫 비행을 회상했다.

박씨처럼 초경량 항공기로 하늘을 날고 싶다면 꼭 자격증이 필요하다. 교통안전공단이 주관하는 이 자격증을 따려면 먼저 이론 교육과 실기 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이론은 항공법규(2시간), 기초항공역학(8시간), 비행운용이론(7시간), 항공기상(3시간) 20시간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 실기는 공중 조작과 이착륙, 비상상황 시 조치 등 총 20시간을 교육받는데 그 중 15시간은 교관과 함께 나머지 5시간은 단독 비행으로 진행된다.

만 14세 이상이라면 누구라도 배울 수 있으며 교육과정을 마치려면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주중이나 주말 모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비용은 이론과 실기를 포함해 390만원으로 좀 비싼 편이지만 자격증을 취득할 때까지 추가 부담은 없다. 단 개인적으로 기본 비행 훈련 시간 외의 ‘과외’를 받고 싶다면 추가 교육비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교육을 마치면 자격증에 도전할 차례. 자격증시험은 승진항공 안에서 치루는데 전문조종교육기관 허가를 받은 승진항공의 경우 필기 과정이 면제되는 이점이 있다. 합격률은 70% 수준. 백병기 교관은 “자동차 운전면허처럼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것’이 초경량 항공기 조종 자격시험이다”며 “단 하늘에선 자동차처럼 정차를 할 수 없으니 너무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럼 하늘에서 ‘정차’를 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초경량 항공기는 동력 없이 글라이더비행도 가능해 생각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자격증을 따고 나서야 드디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볼 수 있다.  비행에 드는 비용은 30분에 5만원 정도. 단 안전을 위해 최종 비행일로부터 60일 이상 경과 시 1시간, 30일 이상 60일 이내 시 30분의 관숙 비행(교관 동승 비행)은 필수다.

김 교장은 최근에는 아예 “자가용 비행기를 구입할 수 없느냐”는 문의도 늘었다고 했다. 초경량 항공기의 가격은 2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3000만원 정도면 괜찮은 중고 비행기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초경량 항공기 동호인 2000여 명 가운데 200명 정도가 자가용 비행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승진항공에선 체험 비행도 가능하다. 승진항공 뿐 아니라 대부분의 항공클럽엔 간단한 조종 원리를 배운 뒤 교관과 함께 비행을 즐길 수 있는 ‘맛보기’ 비행이 마련돼 있다. 승진항공의 경우 약 20분이 걸리는 이천(24km)까진 5만원, 약 30분이 걸리는 일죽, 음성(47km)까진 8만원, 약 50분이 걸리는 곤지암까진 10만원이 든다. 14세 이상이면 가능하다. 주중 주말 모두 가능하지만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은 경우엔 체험 비행이 불가능할 수 있으니 사전 문의는 필수다.

“얼마 전까지도 초경량 항공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고소득 전문직이나 군 장교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휴일 오후 가족 단위로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한국이 ‘항공 레저의 천국’이니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초경량 항공기를 타고 하늘을 날게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김상태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