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풍경을 즐기며 맛있는 요리까지 즐길 수 있다면…. 누구나 꿈꾸지만, 쉽지 않은 이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 맞은편에 위치한 ‘푸른 별 귀 큰 여우’를 찾았다.

예로부터 산과 물,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맑았다는 동네 삼청동. 삼청동 골짜기의 나무에서 바위로 떨어져 생긴 물 구슬들이 이 골짜기 길 위로 떼구르르 굴러 내려온다던 위암선생의 말이 여기를 설명하기에 ‘딱’이다.

과거 세도가들만이 호젓하게 풍광을 즐겼다는 이곳을 걷다 보면 총리공관 앞의 아담하고 깔끔한 레스토랑 겸 와인 바 ‘푸른 별 귀 큰 여우’를 만날 수 있다. 맛집이 모여 있는 삼청동 길은 조밀하고, 복잡해 골짜기 전체를 볼 수 있는 음식점이 드물다. 하지만 이곳 2, 3층에서는 골짜기의 은은한 풍경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엔 와인 한잔이 땡기는 멋진 테라스와 통나무를 잘라 벽을 장식한 실내 인테리어가 푸근하다. 시원하고 탁 트인 풍경과 함께 흘러나오는 재즈음악은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푸른 별 귀 큰 여우는 삼청동 역사에 비하면 그리 오랜 전통을 자랑하진 않지만 색 다른 맛을 볼 수 있는 맛집 중 하나다. 라이브 공연으로 유명한 이태원 ‘올 댓 재즈’ 진낙원 사장이 친구들(박인갑, 정시형)과 동업해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특별한 이름은 ‘어린왕자’에서 따왔다. 이름처럼 예쁜 간판도 눈길을 끈다.

“산과 물,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푸르다는 푸른 별에서 호기심 많은 귀 큰 여우가 멋진 풍경을 즐기며 맛있는 요리를 찾아 모인다는 콘셉트죠.” 레스토랑 운영을 맡고 있는 박인갑 사장은 이름이 삼청동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느냐며 웃는다.

음식은 깔끔하다. 독특한 향과 부드러운 맛의 ‘양갈비 구이’는 마니아층을 확보하기에 충분하다. 돼지갈비도 아닌 것이, 소고기도 아닌 것이 그 맛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보면 반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양갈비가 부담스러운 이에겐 ‘오징어 먹물 파스타’가 있다. 오징어 먹물을 뒤집어 쓴 면과 해물들이 검은색 사이에 숨어 있다. 다만 ‘검정’ 사이에서 윤기를 발하는 ‘주홍색’ 날치알이 색에서, 맛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요즘 블랙푸드(Black Food)에 대한 예찬론이 끊이질 않으면서, 오징어 먹물 파스타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박 사장의 설명이다. 한입 크기로 덜어 놓고 예쁘게 먹어야 하지만, 먹물을 온 얼굴에 칠했다 지웠다 하는 번거로움도 싫지는 않다.

해가 지면 3층에서 와인을 즐기는 것도 제격이다. 프랑스, 칠레, 이탈리아, 호주 등 각국별로 60~70여 종의 와인 리스트가 잘 갖추어져 있다. 여기에다 따로 조명 없이 촛불만으로 밝히는 분위기가 그만이다.

큼지막하게 썬 참치회에 올리브오일과 알싸한 마늘 즙이 뿌려진 ‘참치 카르파치오’가 입안에서 와인의 풍미를 더해 준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삼청동의 제 멋을 알기에 충분하다.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는 1만원 정도의 간단한 파스타로 구성된 런치메뉴가 제공되고, 오징어 먹물 파스타 같이 독특하고 이색적인 저녁메뉴는 오후 4시 이후부터 2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삼청동 산책과 함께 연인과 저녁 즈음 찾으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