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민족성에 따라 각 국가의 유머 수준과 이해가 다르다. 예를 들어 영국인은 유머를 다 듣고 난 다음에 웃고, 독일인은 얘기를 들은 다음날 아침에 웃는다는 유럽 유머가 있다. 그러면 프랑스인은 언제 웃을까? 프랑스인은 유머를 다 듣기도 전에 웃어 버린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조크와 유머에 익숙한 프랑스인은 웃지 않을 상황에도 배꼽을 쥐고 웃는다. 그만큼 프랑스인은 유머에 민감하고 과장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라틴 민족인 프랑스인은 이탈리아인처럼 수다쟁이고 스케일이 크다(과장법이 심하다). 입심이 세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상상력과 논리 및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인과의 대화에서 상상력과 논리는 필수이다. 그러나 그들이 구사하는 조크와 유머는 미국인만 못하다. 그들은 약간의 유머에도 놀라고 과장되게 반응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구사하는 유머는 좀 유치하고 썰렁한 것도 많다.

 프랑스인의 기질과 감각적 유머를 보여주는 프랑스의 고전 만화 <아스테릭스>가 프랑스 국내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실패한 것은 프랑스식 유머가 다른 민족에게는 좀 낯설기 때문이다. 어쩌면 프랑스인은 유머보다 예술을 먼저 생각하는지 모른다. 프랑스인의 유머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은 유머와 예술이 조화된 만화 장르이다. 프랑스인은 주로 공상, 엽기, 추리 등의 만화를 즐기지만 유머가 가득한 만화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책표지, 포스터, 기업 홍보물과 광고물에도 유머러스한 만화 컷이나 그림이 많이 보인다.

 예술과 유머를 결합한 대표적인 현대 만화가로서 클로드 세르가 있다. 흰 가운을 입은 의료인들의 의술 행위를 발칙한 블랙 유머로 풍자한 그의 만화 컷은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게 하였다. 그리고 개와 고양이, 금붕어 등 일상생활에서 인간과 친숙한 동물들을 소재로 하여 폭력과 섹스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유머 만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각 문화예술 장르에서 표현되는 프랑스적 유머를 가만히 관찰해 보면 성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다음 유머는 프랑스인의 성적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끼리 연구를 하라고 유럽인들을 아프리카로 보내면, 독일인은 코끼리의 소화기관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네덜란드인은 상아의 밀무역 루트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영국인은 코끼리 사회 내부의 질서와 규율에 대한 보고서를, 프랑스인은 코끼리의 성생활에 대한 보고서를 낸다.



 이렇게 프랑스인은 연애지상주의로서 일상생활에서 섹스를 유머러스하게 다룬다. 프랑스인은 부끄럽고 야한 얘기에 유머를 가미하여 공개적으로 즐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신체 노출과 섹스에 대해 매우 관용적인 프랑스에서는 섹스 유머가 다른 종류의 유머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포스터, 광고 등에서도 섹스 유머가 많이 보인다.

 수년 전 출산율을 높이고자 프랑스 정부가 길거리에 건 캠페인 포스터에는 벌거벗은 두 청춘남녀의 사진이 등장하는데, ‘둘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것은 둘 사이에 진정한(?) 사랑이 없다는 것’이라는 글이 덧붙여 있다.

 지난여름 파리 시내에서 흔히 보였던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에이즈 예방 포스터도 상당히 에로틱하면서 예술적이고 유머러스한 이미지로 처리되었다. 심지어 남녀노소가 다 보는 TV 광고 중 낙엽 두 개가 포개져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가볍고도 깔끔하게 처리하는 재치와 유머는 프랑스인의 감각을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현대판 프랑스 유머 한두 개 더 소개하겠다.



 세 남자가 스트립 댄서가 나오는 술집에 갔다. 첫 번째 사내는 댄서의 왼쪽 엉덩이에 10유로 지폐를 끼워 넣었다. 두 번째 남자는 반대편 엉덩이에 20유로를 찔러 넣어 주었다. 그러자 세 번째 남자는 신용카드를 꺼내 엉덩이 사이를 그었다.



 어린 아들이 콘돔을 손에 들고 물었다.

“엄마, 이게 뭐야?”

“응. 그건… 과자 포장지야…”

“그러면 이 속에 묻은 크림을 엄마가 만들어 준 과자에 발라 먹어야지.”



 프랑스인은 예술뿐만 아니라 성적 상상력과 유머에 강하다. 프랑스인에게 ‘생명 또는 삶(La Vie)이란 섹스를 통해 전염되는 하나의 병’일 뿐이다.

/ 정리 : 현택수 고려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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