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Night Life 



 키의 이스탄불을 일컬어 동양의 정신에 서양의 옷을 걸친 관용의 도시라고 말한다. 이스탄불은 지정학적으로도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곳으로 문화적인 색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강렬하여 볼거리가 풍성해 여행객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이다. 터키의 밤 역시 여느 이슬람 국가의 밤 풍경과는 사뭇 달라 즐거운 여정이 늦게까지 이어진다.

 터키에서 저녁나절 가장 인기 있는 대표적인 여흥은 터키의 민속춤인 벨리 댄스를 보며 흥겨운 식사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일반적으로 이슬람 국가에서는 술의 판매가 엄격하게 금지되지만 터키의 바와 레스토랑에서 술을 마시며 눈치를 보는 관광객은 한 명도 없다. 터키의 전통주인 라키(raki)를 한 잔 마셔 보도록 하자. 코란에서는 발효주를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터키인들은 영리하게도(?) 증류 알코올인 라키를 예전부터 즐겨 마셨다. 이 술은 물과 섞으면 맑은 빛깔에서 어느새 우윳빛으로 흐려지는 독특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터키의 전통 춤인 벨리 댄스를 구경하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는 오스만제국 시절의 건축물들이 많은 술탄아흐메트에 자리한 알틴 쿠파(Altin Kupa, 212-519-4770)나 프레지던트호텔에 자리한 오리엔트 하우스(Orient House, 212-517-3488)를 강력 추천한다. 볼륨감 있는 아름다운 무희들의 춤이 꿈결처럼 펼쳐지는데, 화려한 색과 선정적인 의상은 눈을 어지럽히고 공연에 절로 몰두하게 만든다. 웅장하고 화려한 톱카프 궁전에 하렘을 만들고 세계 각지에서 뽑은 수백 명의 애첩을 두었던 옛 술탄의 기분만은 못하겠지만 눈으로 즐기는 호사만은 그와 못지않다.



 밤 문화의 중심지, 탁심과 라레리 

 만일 본격적인 터키의 밤 문화를 즐기고자 한다면 이스탄불에서 가장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으로 장소를 옮겨야 한다. 우리의 명동이나 강남에 해당하는 곳이 탁심(Taksim)과 라레리-악사라이(Laleli-Aksaray) 지역. 이곳에는 밤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여행객들과 뜨거운 피를 가진 현지인들이 뒤섞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이트클럽이나 바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그 가운데 탁심의 바빌론(Babylon, 212-292-7368)은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 곳으로 라이브 음악이 끊임없이 연주된다. 그런가하면 좀 더 젊은 층에게 호소할 수 있는 탁심의 록시(Roxy, 212-245-6539)는 언더그라운드와 록 음악을 신나게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찾는 것은 그다지 큰 위험은 없지만 분주하고 정신없는 곳에는 소매치기가 늘 존재한다는 점만 유의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곳들은 관광객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어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거의 없으니 문제가 없다. 또 하나의 매력적인 공간인 라레리-악사라이 지역은 더 라이브한 분위기에서 술을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두 지역 대부분의 나이트클럽과 바에는 동유럽이나 러시아에서 넘어온 팔등신의 아가씨들이 유혹적인 눈길을 보내 여행객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삐끼를 따라가면 대부분 바가지

 혹여 밤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호의를 베푸는 척하면서 즐길 만한 곳을 안내하겠다고 말한다면 절대 따라가지 말기를 바란다. 십중팔구 유흥주점과 연결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아름다운 무희들과 접대를 하는 아가씨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이에 이미 바가지를 엄청 쓰고 있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불과 몇 달러면 마실 수 있는 음료가 그곳에서는 수백 달러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실제로 여행객 이모씨는 절친한 동료와 함께 단둘이서 탁심의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우연히 만난 현지인의 꾐에 빠져 음침한 카바레에 들어갔다가 단 20분 만에 15억 터키리라(한화 150만원)의 돈을 내고 나온 경험이 있었다고. 그 엄청난 돈에 해당하는 술이란 고작 러시아 아가씨들이 마신 샴페인 한 병과 그들 둘이 마신 맥주 4병이었다. 도리어 현지에서 물이 좋은 곳을 알고 싶다면 택시운전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빠르다. 적어도 그들은 약간의 수수료를 업소에서 받아 챙길지언정 터무니없는 사기를 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밤 거리로 나설 때는 여권을 비롯한 신용카드 그리고 많은 현금은 소지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수위를 넘나드는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면 잘 아는 현지인이나 경험이 많은 여행자와 동행하지 않으면 시도도 하지 말 것을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다. 볼거리가 차고 넘치는 이스탄불의 여정을 한밤의 어설픈 도전으로 망치지 않아야 하기에.

오상훈 특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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