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이름이 ‘TG’인 4세대 그랜저가 선보였다. 쏘나타와 함께 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그랜저 4세대 버전은 출시와 함께 예약 주문이 1만대를 넘어서는 등 호응이 뜨겁다. 새 모델 출시는 변화를 조건으로 한다. 얼마나 변화했는지, 혹은 진화했는지 궁금증을 안고 L330에 오른다.

 입견이란 무서운 것이다. 그랜저란 이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의 밑그림에는 흔히 ‘각 그랜저’라 부르는 ‘1세대 그랜저’의 잔영이 있다. 1998년 이후 유선형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시작한 뒤 XG에 이르러서는 럭셔리 카에 버금가는 성능과 편의성을 갖췄다는 평을 들었다. 세계적인 명차 반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근처에는 갔다는 평이었다. 무엇보다 고속 주행 안정성, 승차감, 접지력 등에서 그랜저는 ‘성능’의 우수함을 상대적으로 드러내는 차였다는 평을 받았다.

 TG는 어떨까. 먼저 외양에 있어서는 이전 세대인 XG와 별반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다만 전체적인 분위기 면에서 기존 XG에 비해 세련된 느낌을 준다. 이는 유럽쪽 메이커의 스포츠 세단에서 볼 수 있는 바디 라인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액티브하기보다는 차분하면서 절제된 느낌, TG를 만난 첫 인상이다.

 실내 분위기도 밖에서 받은 인상의 감정 곡선을 크게 흔들지 않는다. 이채롭게 보이는 건 도어에서 대시보드로 이어지는 라인을 우드트림으로 처리해 고급스러움을 준 점, 컵 홀더 덮개 등을 메탈로 처리한 점 등이다.

 AV모니터 네비게이션과 에어컨의 조절을 모니터 아래에 있는 버튼을 기본으로, 터치 스크린으로 조절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버튼에 한글로 기능이 표시된 점도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형국. 한 두 번의 조작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금세 익숙해질 정도로 나름대로 배열과 조화에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시승차에는 JBL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다. 프론트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음은 풍부하면서도 질감이 넘친다. 문제는 뒷부분 스피커. 조작 기능을 몇 번씩 찾아 보아도 좀처럼 스피커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시승이 끝날 때까지 뒷좌석 탑승자는 운전자와 조수석을 거쳐 나오는 왜곡된 소리로 만족해야 했다.

 그랜저 L330에 탑재된 엔진은 3342cc의 V6 DOHC 람다엔진. 2.7모델에는 2656cc V6 DOHC 사양의 뮤 엔진이 장착된다. 수출 사양에는 3.8리터 람다 엔진도 탑재된다. 4세대 그랜저에도 스마트 키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홀더에 스마트 키를 꼽고 오른쪽으로 돌려 시동을 건다. 키를 몸에 지닌 채 키홀더를 돌린다면 스마트 키 시스템이 편리하겠지만 키홀더에 스마트 키를 꽂은 상태에서 시동을 건다면 굳이 스마트 키 시스템을 장착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급가속이 아닌 순차적이고 부드러운 가속으로 엔진 상황을 살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부터 140km를 오가며 평시 주행 상태를 살폈다. 별다른 속도감이 없이, 조용하게 미끄러지듯 달린다. 가속 시 들리는 소리도 소음이라기보다 부드러운 BGM처럼 귀를 즐겁게 하는 쪽에 가깝다.

 액셀러레이터와 제동 성능 모두 대체로 만족스럽다. 다만 초반 발진 시 액셀러레이터에 조금 강하게 가속을 하면 휠 스핀이 일어나 헛바퀴가 도는 느낌이 조금 있다. 또 엔진을 초기 발진할 때 급가속하려고 킥 다운 하면 즉각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정숙한 주행에 무게를 두었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코너링을 할 때 자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제어가 된다. VDC(Vehicle Dynamic Control:차량 자세 제어)시스템 장착 덕분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큰 각으로 회전한다는 느낌이다.

 시속 140km 이상의 고속 주행에 들어갔다. 안팎의 속도로 달리자 L330은 비로소 본색을 드러냈다. 고속 주행 정숙성에서 현대차 성능의 가늠자 역할을 했던 명성 그대로 떨어지지 않는 힘과 스피드, 정숙성에 리듬감이 조화를 이뤘다. 준마로 평원을 달리는 느낌이 중세에 이러했으리라.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그랜저 L330은 ‘썩 괜찮은 느낌’으로 남는다. 경쟁 차종이 렉서스 ES 330이라 할 때 구매 욕구 측면에서 별반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XG에서 TG로의 진화가 보다 설렐 정도로 폭이 컸으면 하는 점이다. 쏘나타가 새로운 스타일로 도로를 누비듯 그랜저의 변화도 그 정도 폭은 기대했기 때문이리라.



 주요 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4895×1865×1490mm

   베이스 2780mm 차량중량 1689kg

  트레드 앞/뒤 : 1580/1565mm

  최저 지상고 171mm 트렁크 용량 469리터

  엔진 3342cc V6 DOHC 최고출력 233ps/6000rpm, 

  최대토크 31.0kg·m/3500rpm

  구동방식 앞바퀴 굴림방식

  서스펜션 앞/뒤 더블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랙&피니언

  트랜스미션 5단 AT

  타이어 앞/뒤 235/55VR17

  연료탱크 용량 70리터

  최소회전반경 5.6m

  연비 9.0km/ℓ

  차량가격 3564만원(L330 Top Memory Pack), 

  (Q270-2527만원, Q270 Premier-3097만원,

  L330 Top-346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