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BMW라는 럭셔리 자동차회사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가 선보인 소형차 스마트와 미니. 하지만 엇갈리는 시장 반응에 스마트는 모기업 벤츠마저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마트(SMART)와 미니(MINI). 럭셔리 자동차회사를 대표하는 브랜드 벤츠와 BMW가 새롭게(SMART) 혹은 재출시(MINI)한 소형 브랜드다. 

 현재 유럽에서의 시장점유율은 두 차 모두 비슷하다. 스마트(Smart For Two, 700cc)는 미니카 부문에서 11.2%로 경쟁 차종인 피아트 Panda(25.5%), 르노 Twingo(11.6%)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니(1600cc)도 엔트리 프리미엄 부문에서 17.4%로 경쟁 차종인 아우디 A3(25.6%), 메르세데스 A-클래스(19.9%)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샴페인 터뜨린 미니 vs 고전 면치 못하는 스마트

 외형으로 보면 미니와 스마트는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BMW는 미니의 성공에 샴페인을 터뜨렸고, 벤츠는 스마트의 부진에 모기업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외신들은 지난 4월6일 베를린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정기 주총장이 경영진에 대한 성토장이 되었다고 전했다. 2004년 승용차 부문에서 거둔 순이익이 전년도의 절반 수준인 16억7000만유로에 그쳤기 때문이다. 5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주가도 주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대명사로, 또 프리미엄 브랜드로 위상을 드높이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이처럼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된 이유는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벤츠는 주행 도중 문이 저절로 열리고 각종 전기 장치가 잦은 고장을 일으킨다는 등 소비자 불만에 시달렸다.

 독일 자동차잡지 <오토 모토르 운트 슈포르트(AMS)>의 여론조사는 벤츠가 직면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응답자 10만8000명 가운데 벤츠를 신뢰하는 비율은 40%에 그쳤다. 5년 전에는 72%였다. 품질 평가도 76%에서 58%로 떨어졌다. 지난해 승용차 부문의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도 벤츠가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비용을 지출한 탓이다.

 여기에 4월초에는 벤츠 역사상 최대 규모인 130만대에 대한 리콜 조치가 내려졌다. 2001년 6월부터 2004년 11월까지 생산된 벤츠 6기통 및 8기통 가솔린 엔진 모델은 제너레이터 전압조정기에 대한 점검과 필요 시 부품 교체, 2002년 1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나온 E클래스·CLS클래스의 경우엔 배터리 컨트롤장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그리고 2001년 6월부터 2005년 3월까지 생산된 E클래스·SL클래스·CLS클래스는 브레이크시스템에 대한 업데이트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야심차게 선보인 미니카 스마트 때문이란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시제품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초기 개발비가 너무 많이 든 데다, 가격에 민감한 미니카시장의 특성을 고려치 않은 모델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시장의 반응은 업계 분석과 일치해 연간 20만대가 팔려야 수익을 맞출 수 있는데 2004년에야 겨우 15만5000대를 팔았다.



 로버 팔고 BMW가 살았다!

 스마트 버려야 벤츠도 산다?

 스마트는 애초 메르세데스-벤츠와 스위스의 시계업체 스와치가 합작한 회사 MCC(Micro Compact Car Smart Gmbh)에서 만들었다. 판매가 부진하자 스와치가 손을 들고 나갔고, 지금은 벤츠가 모든 짐을 혼자 떠안고 있다. 스마트 모델 개발 비용으로 이미 26억달러를 투자했던 벤츠는 지난해에도 6억유로 이상의 순손실을 떠안았다. 스마트에 대한 지원을 업계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표현한다.

 모건 스탠리는 대놓고 스마트를 포기하라고 충고했다. 모건 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를 폐쇄하는 데 3조8000억원이 들어가지만, 곧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스마트를 유지할 경우 2년 이내에 그만한 손실을 낼 것으로 분석한다.

 모건 스탠리는  이 보고서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BMW를 본받아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이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BMW 또한 1994년 영국 로버그룹을 인수했다가 재정 붕괴 상태까지 간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로버와의 결별에서 찾았고, 그 즉시 BMW 주가는 35% 정도 수직 상승했다.

 미니는 BMW가 로버그룹을 인수할 때 같이 사들인 브랜드로, 로버를 포드에 넘길 때도 미니만은 남겨둘 정도로 헬무트 판케 BMW 회장이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이후 BMW는 미니를 2001년에 프리미엄 브랜드로 새롭게 재구성, 전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새롭게 탄생한 미니는 2004년 18만4000대가 판매됐고, 올해 물량도 모두 예약 판매됐다.

 BMW에게 있어 미니의 가치는 2004년에 미니를 3만대 판매한 수익이 GM이 셰비 캐벌리어를 20만대 판매한 수익보다 많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눈을 감으면(디자인과 브랜드가 보이지 않으면) 미니가 1만9000달러 정장을 입은 1만4000달러짜리 자동차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BMW의 마케팅 솜씨와 탁월한 브랜드를 알아보는 감각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