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마음껏 골프를 할 수 있을까? 있다. 이르면 9월부터 가능하다.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 특구에 들어설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의 18홀 골프코스가 완성되면 누구나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세계 10대 리조트’를 꿈꾸며 건설되는 이곳 리조트에는 골프장뿐 아니라 자쿠지빌라, 유황온천, 스파, 사우나, 찜질방, 헬스센터, 산책로 등이 들어선다.

머슨퍼시픽그룹(회장 이중명)이 조성하는 이 리조트는 우리자본과 우리기술로 처음 골프장을 짓는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북한에 리조트를 건설함으로써 남·북한의 화해물꼬와 함께 교류협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세계적인 호텔 및 리조트 분야의 마켓리더인 GHM이 매니지먼트를 맡았고, 코스는 장원골프ENG(대표이사 서우현)가 설계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에머슨퍼시픽그룹은 국내에 4개 골프장과 리조트를 소유한 레저전문그룹. 중앙CC(27홀)를 비롯해 리츠칼튼CC(27홀), IMG내셔널CC(27홀), 힐튼 남해CC(19홀)를 소유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5월 공사 중인 금강산 아난티 골프코스를 돌아봤다. “지금 실제로 쳐보면 안 될까요?”하고 물어보고픈 것이 첫 느낌이었다. 눈으로는 홀을 감상하고, 머릿속으로는 코스 공략을 하며 18홀 라운드를 마쳤다. 전체적인 풍광은 금강산 자락이 모든 홀을 감싸 안고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것. 바리봉을 비롯해 수정봉, 집선봉, 비로봉, 촛대바위, 천불산, 만물상 등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면 금강산의 기암괴석이 그린과 맞닿은 듯한 절묘한 느낌이 들게 했다. 전장 7547야드, 파73. 기존 18홀과 달리 롱홀인 파7홀이 1개 있고 파3홀이 5개 있다. 비로봉과 동해를 끼고 천혜의 금강산 절경을 그대로 살렸다. 플레이하다 보면 금강산의 사계를 담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신비감을 더해 줄 것으로 보인다. 함께 홀을 돌아본 이중명 에머슨퍼시픽그룹 회장은 “첫날은 코스 주위 풍광에 반해 제 스코어를 못 내고, 다음 날은 홀들이 가진 황홀경에 빠져 스코어를 망칠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한껏 즐거움을 주는 것은 금강산만이 가진 절경의 멋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웨이는 양잔디로 조성했다. 사계절 푸른 잔디를 유지하기위해서. 코스는 웅장하게 펼쳐진 금강산과 달리 앞동산에 홀을 앉혀 고저차가 거의 없다. 클럽하우스와 자쿠지빌라는 코스 윗자락에 위치, 금강산과 동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날씨도 좋다. 눈이 와도 하루면 녹는다. 바람과 안개가 거의 없고 겨울에도 포근한 기온을 자랑한다. 코스는 전체적으로 까다롭다. 언뜻 보기에도 만만치가 않다. 홀 길이도 그렇고 파를 잡기가 수월치 않아 보인다. 버디를 못할 홀도 없지만 생각을 멈추면 보기나 더블보기도 잘 나오게끔 설계돼 있다. 금강산 골프장의 이채로운 멋은 3개 홀에서 찾을 수 있다. 비거리를 내지 않고는 파를 잡기가 난공불락인 홀이 있다. 때로 커다란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바로 3번 홀. 1014야드의 파5홀인 이 홀은 내리막이면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홀이다. 티잉 그라운드 위치에 따라 파7이나 파6으로 할 예정. 박현철 금강산사업부 차장(프로골퍼)은 “매트를 깔아 놓고 이동하면서 여러 번 이 홀에서 쳐 보았으나 4온하기가 어렵다”면서 “웬만한 장타자를 빼놓고는 버디를 잡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있다. 일명 ‘깔때기 홀’인 14번 홀은 특별한 날 ‘홀인원의 행운’을 안겨주는 홀이다. 파3에 거리는 252야드다. 그린에 올리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홀로 볼이 빨려 들어가게끔 그린을 설계했다. 이 때문에 다른 홀들이 그린이 1개인 반면 이 홀만 그린이 2개다. 하지만 365일 이 그린을 여는 것은 아니다. 기념일에만 이 그린을 오픈한다. 하지만 그린 온이 쉽지만은 않을 터. 6번 홀도 명품이다. 파5580야드로 내리막 홀. 그런데 재미난 것은 샷을 진행하면서 그린에 다가갈수록 마치 금강산 품안에 안기는 듯한 블랙홀 같은 느낌이 든다. 운영은 어떻게 하나. 자유롭게 왕래를 하며 골프를 즐기려면 회원권이 필요하다. 물론 회원권 소지자와 함께 동반 라운드를 해도 된다. 그런데 골프장 회원권은 분양하지 않는다. 대신 콘도인 자쿠지빌라의 회원이 되면 골프장은 자동적으로 회원이 된다. 이 자쿠지빌라의 회원권은 소멸성이다. 기명회원은 1700만원, 무기명 회원은 2500만원. 이용일은 30일이다. 빌라 및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비용은 이 회원권 가격에서 자동 이체된다. 회원뿐 아니라 동반자의 비용도 포함된다. 회원의 실익은 이 회원권 가격을 모두 소진하면 자동적으로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의 영구회원으로 가입된다는 사실이다. 코스보다 100m 높은 산꼭대기에 들어설 이 빌라는 수직적으로 복층, 수평적으로 합벽식 구조를 띠고 있다. 12개 빌라가 지붕을 공유하며 1개동을 이루고 각각 분리된 출입문, 개인정원이 있는 1층과 편복도를 통해 연결되는 2층으로 구성. 이런 빌라가 모여 빌리지를 형성한다. 각 빌라는 자쿠지를 두고 있는데 창문을 열면 금강산과 함께 노천탕이 되고 창문을 닫으면 실내 온천이 된다. 회원에겐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의 주중 준회원을 비롯해 리츠칼튼, 중앙, IMG내셔널 골프장의 주중 준회원 대우를 받는다. IMG스포츠클럽의 골프장 회원대우와 미국 등 35개의 월드클래스 골프코스를 회원가로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이번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 회원권 분양은 동아회원권이 맡았다.

 plus tip

참전복, 돌망챙이 ‘군침’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에 골프장만 있는 게 아니다. 먹거리의 즐거움도 크다. 북한의 음식은 대체로 푸짐하며 담백하고 매운 맛이 덜 하다. 특히 금강산에서 선보이는 음식은 청정재료에 건강식이 일품이다. 상황버섯과 송이버섯, 인삼을 능가하는 약효로 알려진 가시오가피, 참전복, 털게, 참게, 돌망챙이 등은 국내에서 쉽게 맛보기 힘든 진귀한 음식들이다. 고성횟집이 골프장 인근에 있어 자연산 회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명주(名酒)가 가득하고 옥류관의 평양냉면이 일품이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미색을 겸비한 여종업원들의 상냥함이 맛을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