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근의 예전 삼풍백화점 자리에 지어진 아크로비스타에 ‘부엌과 서재 사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여성의 공간을 대표하는‘부엌’과 남성의 공간을 대표하는 ‘서재’를 떠올리게 한다. 부엌과 서재 사이는 어디쯤일까? 자기만의 공간은 어디쯤일까? 이곳은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로맨틱한 감각으로 이탈리아 음식 변형 추구

시적이면서, 정통 클래식과 로맨틱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 ‘부엌과 서재 사이’는 이탈리아 음식의 변형을 추구하는 곳이다. 정통 레서피를 따르지 않고, 재료와 음식 표현방법을 ‘부엌과 서재 사이’의 느낌에 맞게 새로 만들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메뉴만 보고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생각하던 사람들도 음식 맛을 보면, 그 독특함에 흠뻑 빠져든다.

낮은 조도로 꾸며진 레스토랑은 ‘부엌, 서재 그리고 소파 존’ 으로 나뉘어져 있다. ‘부엌’이라는 공간은 넓은 식탁 위에 큰 조명이 걸려있어, 마치 성찬을 즐기는 느낌을 갖게 한다. ‘서재’ 공간은 말 그대로 많은 책들이 꼽힌 책장으로 연출돼 있으며 간단한 차와 함께 독서를 즐기기에 알맞은 공간이다. 그리고 ‘소파 존’은 둥근 가죽 소파와 낮은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어 여성들이 선호하는 공간이다. 때문에 그날의 선택 요리와 취향, 기분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의 변형을 추구하는 이곳의 대표 음식인 스칼렛과 헤스터를 와인과 함께 맛봤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스칼렛’은 보기만 해도 예쁘다. 특히 ‘부엌과 서재 사이’가 아니라면,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이 집만의 독특한 메뉴라 인상적이다. 하얀 닭 가슴살 위에, 뿌려진 라즈베리소스와 매쉬드포테이토의 담백하고 달콤한 맛이 오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유지영 대표는 ‘스칼렛’을 보면, 앙칼진 여자아이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허브향이 가득한 ‘헤스터’를 맛봤다. 향긋한 허브향이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앤다. 짙은 허브향 때문에 돼지고기인줄 모를 정도다. 때문에 헤스터에 ‘이중인격’이라는 닉네임이 붙여지기도 했다. 장아찌와 비슷한 양파 발사믹 조림과 함께 먹으면, 고기의 고소함과 양파의 단맛이 어울려 입 안 가득 풍부한 맛을 느끼게 한다. 음식을 먹으며, 이곳에서 추천하는 와인 한 잔을 곁들였다. 은은한 와인으로 목을 축이자 독특한 맛들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풍부한 맛을 낸다.

멋들어진 공간에서 먹는 독특한 음식은 나만의 공간에 와있는 착각과 함께, 잠시 이색적인 문화공간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레스토랑 내부에 걸려있는 현대미술 작품들과 책장에 꼽힌 책들이 이를 더한다.

이곳은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입구에 걸린 100여 개의 거울 장식과 각종 소품이 돋보이고 실내에 놓인 가구 역시 예사롭지 않다. 또 벽을 자유롭게 이동해 새롭게 공간구성을 할 수도 있다.

3월에 문을 연 이곳은 6월, 메뉴를 개편하고 브런치도 만든다. 불과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고객에게 새로운 음식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유 대표는 말한다.

고급스런 공간에서 먹는 음식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일인당 1만~2만원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간단한 차 한 잔에서부터 맛있는 음식 그리고 향긋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을 추천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며, 마지막 주문은 오후 9시30분까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