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음악을 자신만의 색깔로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이병우씨(42). 그가 5월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스캔들>, <왕의 남자>,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 그간 작업했던 영화음악을 모으는 콘서트를 연다.
근 5년간 영화음악에 집중했다는 이병우씨는 이번 공연이 영화음악콘서트이니 만큼 공연에 시각적인 요소를 많이 넣으려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음악이 극을 보조해주는 역할이라면, 그의 영화음악콘서트에선 극장과는 반대로 음악에 무게를 두어 눈뿐 아니라 귀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 공연에서는 늘 그의 영화음악의 연주와 녹음을 해온 동료 아티스트들과 국내정상급 챔버오케스트라도 함께 참여한다.

“기타는 내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운명적으로 ‘만난’ 것 같아요.” 이병우씨가 기타를 손에 잡기 시작한 것은 11살 때이다. 형, 누나의 기타소리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무렵 어머님의 권유가 있었다. 그는 기타가 자신과 가장 비슷한 악기라고 말한다. 스스로 “‘카리스마’와 거리가 멀다”며 “기타라는 악기는 나의 소박한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것 같아요”라고 한다. 기타의 소리가 작고 따뜻하며 가지고 다니기에도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병우씨에게 음악은 목소리와 마찬가지다. 그는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만나고 싶단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어떤 목표를 둬본 적이 없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리기를 의도하고 만들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생각과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했고 그 음악이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로 재해석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굳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듣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그런 음악이면 좋을 것 같단다.

이병우씨는 최근 국악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가 작업했던 영화 <왕의 남자>의 음악 때문이다. 모든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다른 장르들만큼이나 오래전부터 국악을 좋아했다. 그는 <스캔들>에서도 그랬고 <왕의 남자>에서도 그랬듯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들의 감정변화를 적절히 표현하기 위해 국악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음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이병우씨가 가장 좋아하고 본받고 싶은 예술가가 있다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백남준씨다. 백남준씨가 한국에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세상을 뜨기 전까지 우연하게 계속 백씨의 행적을 접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뉴욕의 거리에서도 마주친 적이 있단다.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살아가면서 머릿속에 가끔씩 백남준씨가 떠오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며 “그냥 그분의 ‘팬’”이란다. 

이병우씨는 운명론자일까? 기타리스트임에도 영화음악감독의 역할을 자주하게 되는 것도 운명이고 인연이라고 한다. 영화와의 인연 그리고 인연의 경험 속에서 그는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그 모든 느낌과 인연이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이병우씨를 영화음악으로 이끄는 매력이다. 그는 최근에도 권형진 감독의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음악감독으로 작곡을 하고 있다. 문의 02-515-6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