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 사절’. 파인크리크 컨트리클럽(Pine Creek Country Club)을 대변하는 한마디다. 국내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는 파인크리크CC는 초보 골퍼들에게는 골프 라운딩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스코어 카드를 확인한 중급자들도 자신의 골프 실력을 의심한다. 자연을 그대로 살린 코스 레이아웃과 정교한 그린 때문이다.
 인크리크CC는 골퍼들 사이에서 숨은 진주로 불린다. 한 번이라도 플레이 경험이 있는 골퍼라면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으로 파인크리크CC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명성은 빈약하다. 국내외 골프대회 유치 등 각종 홍보성 이벤트를 통해 관심을 유도할 만도 한데 경영진의 생각은 다르다. 회원제 골프장이 회원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으면 그만이지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느냐는 것이다.

 "골프대회를 하게 되면 매스컴에도 노출되고 홍보효과도 높아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회원들의 권익보호와는 다소 상충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싶다”는 박수건(57) 대표이사의 말에서 파인크리크CC의 경영철학이 드러난다. 특히 개장 이후 단 한 차례도 8분 티업 룰을 어겨본 적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철저한 관리시스템을 엿볼 수 있다. 비회원만의 플레이는 대표이사 지인이라도 가능하지 않다. 끼어들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골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국내에도 이런 골프장이 있나’ 하는 탄성 뒤편에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원망이 들려온다. 수준급 골퍼와 초보 골퍼의 차이다.

 27홀의 파인크리크CC는 만만한 홀이 단 한 개도 없다. 홀마다 레이아웃도 제각각이다. 매일 라운드를 한다 하더라도 느낌은 전혀 다르다. 산을 깎고, 계곡을 메워 코스를 조성한 다른 골프장과는 달리 자연 그대로 설계를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초보자가 덤비기에는 난해한 코스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파인크리크CC에서의 플레이를 고집하는 초보자에게 던지는 한마디가 있다. “볼 많이 가져오세요.”

 2000년 6월 개장한 파인크리크CC는 무성한 소나무 숲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알을 품은 형상을 하고 있는 경기도 안성의 봉황산 기슭에 자리해 있다.  주변의 넓은 호수와 빼곡히 들어선 소나무가 어우러져 자연경관이 수려하다. 특히 이를 그대로 살린 설계 탓에 27홀 가운데 17개 홀이 물이나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다. 벙커도 102개에 달한다.

 그린은 국내에서 가장 정교하고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균면적 700평방미터, 평균경사 3% 이내로 설계자가 의도한 앵글, 어프로치 라인, 해저드 등의 상관성을 파악해야만 공략이 가능하다. 그만큼 재미도 배가된다.  그렇다고 플레이에 장애가 되는 것들만으로 파인크리크CC를 말할 수는 없다. 다른 골프장에서는 찾을 수 없는 배려가 있다.

 파인크리크CC 27홀 전 코스는 남북향으로 놓여있다. 햇볕을 마주볼 일이 없는 것이다. 태양광선에 의한 장애를 받지 않고 플레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또 5개로 구성된 티잉 그라운드를 모두 오픈해 기량에 맞게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27홀 중 26개 홀이 티에서 그린이 보인다는 것도 눈에 띈다. 그린이 보이지 않아야 좋은 골프장이라는 인식이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김계환 본부장은 “그린이 보인다고 홀 공략이 쉬울 것 같지만 계곡과 호수가 많아 실제 플레이는 결코 쉽지 않다”고 장담한다. 초보자와는 달리 중급 이상의 골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 50만평의 부지에 펼쳐진 27홀은 3개의 커다란 능선을 활용해 파인, 크리크, 밸리 코스로 나뉜다.

 3498야드의 파인 코스는 파3, 파4, 파5홀이 각각 2, 5, 2로 배열된 정형화된 기준에서 탈피해 자연지형에 적합하도록 3, 3, 3으로 배열했다. 커다란 바위와 원시림이 잘 어우러진 송림계곡을 원래 지형대로 최대한 보존하고자 한 것이다. 때문에 천연지세를 트러블 요소로 활용했으며 각 홀마다 감성적인 해저드 배치로 다양하고 변화 있는 홀을 구성, 지루한 느낌이 전혀 없다.

 3513야드의 크리크 코스는 서구적인 전략형 스타일의 변화감이 강한 코스다. 5개 홀에 걸친 천연계곡을 활용한 초대형 워터해저드를 감성적으로 배치해 그린 공격 경로를 다양화함으로써 기량에 따라 공략 루트를 설정하도록 했다. 특히 디자인 기능이 뛰어난 코스로 각 홀마다 티잉 그라운드, 벙커 등 개별성을 주면서 전체적인 일관성을 부여했으며 티샷과 세컨샷에서 모험을 할 수 있는 도전적인 고난도 코스다. 멀리 송전 저수지를 바라보며 플레이하는 즐거움도 크리크 코스의 묘미다.

 3521야드의 밸리 코스는 능선의 모양을 따라 골프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착시현상을 유도한 설계가 독특하다. 즉 블라인드 홀이 거의 없어 티잉 그라운드에서 바라보면 만만하게 느껴지지만 그린에 이르기까지는 고난의 연속이다. 그린에 올라갔다 해서 끝은 아니다. 밸리 코스의 그린은 국내에서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매 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파인크리크CC 27홀 가운데 골퍼들이 꼽는 최고의 홀은 역시 크리크 코스 4번 홀. 파5홀로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장타자라면 투 온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그러나 페어웨이가 좁고 주변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단타가 유리할 수도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산 정상에 서 있는 듯하다. 착각과 함께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절경이다. 산 아래로 향한 내리막 티샷의 좌측은 OB, 우측은 워터해저드다. 페어웨이는 보이는 것보다는 넓어 거리 욕심만 버리면 무난한 코스다. 워터해저드가 감싸고 있는 그린은 2단 형태로 핀 위치에 따른 낙하지점 선택이 공략의 핵심이다. 티샷만 좋다면 버디가 충분히 가능한 홀이다.

 크리크 코스 4번 홀이 최고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면 파인 코스 4번 홀은 최악의 플레이를 각오해야 하는 난코스의 백미다. 파4홀로 우측이 OB지역이며 티샷과 세컨샷 모두 계곡을 건너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심리적인 영향도 많이 받는 홀이다. 특히 좁은 페어웨이로 정확한 거리와 탄도가 중요하다. 때문에 드라이버보다는 스푼 혹은 롱아이언으로의 티샷이 안전하다.

 개장 시부터 근무했다는 캐디 김영아씨는 “티샷이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고민을 하게 되는 홀”이라며 “양파로 홀 아웃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웃는다. 박수건 대표이사도 이 홀에만 오면 ‘무너진다’고 엄살을 피운다.

 쉬운 홀이 없는 탓에 파인크리크CC는 ‘+5타 골프장’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계속된 긴장감과 솟구치는 도전의식은 파인크리크CC에서의 복수전을 꿈꾸게 한다.



 plus interview

 박수건 - 동양레저 대표이사

 

 회원 권익보호와 상충되는 골프대회 NO!



  “막노동 하는 화류계다.” 박수건(57) 동양레저 대표이사는 골프장 대표라는 자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관리는 농사일과 다를 바 없는 막노동에, 고객 서비스는 화류계에 빗댄 것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비가 오지 않으면 오지 않은 대로 골프장은 자연과의 싸움이라고 박 대표는 말한다. 또 만인만색(萬人萬色)의 고객들에게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 역시 화류계 종사자들과 무엇이 다르냐고 되묻는다. 두 가지 모두 박 대표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낯설고 힘든 일이었다. 2004년 말 취임했으니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 있지 않을까.

 그러나 여전히 손사레를 친다. 발령받고 부임 전 이틀 동안 골프장을 둘러본 후 서울로 올라갔을 때 다리가 퉁퉁 붓고 몸살이 났던 기억만큼은 아니지만 파인크리크CC에 내려오는 일주일에 3일은 아직도 파김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도 화류계 생활은 조금 나아졌다. 90명에 달하는 캐디들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외우고 거리감을 좁히면서부터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단다. 오히려 이들이 ‘사장님’ 하고 부르며 달려와 초콜릿, 사탕, 호떡 등을 쥐어줄 때 파인크리크CC 대표이사로 보람을 느끼기까지 한다고 털어놓는다.

 구력 18년에 핸디 12정도라고 밝힌 박 대표의 골프실력에도 파인크리크CC 4번 홀은 가장 어려운 코스란다. 또 시그니쳐홀이라 할 수 있는 크리크 4번 홀을 가장 아름다운 홀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 회원 그린피를 받지 않고 있는데 경영에 부담요인은 아닌가.

 물론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개장 7년차에 접어드는데 그동안 인상을 자제해 왔지만 코스관리비와 노후 시설·장비 교체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린피 인상이 필요하지만 업계나 내장객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단순하고 쉬운 문제는 아니다. 다만 회원 그린피는 면제되지만 비회원들을 많이 데려와 먹고 살만은 하다.(웃음)



 - 수익사업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골프장의 수익사업은 다양하게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는 회원제 프리미엄급 골프장 파인크리크CC와 동해안에 체류형 회원제 골프장 파인밸리CC, 그리고 현재 공사 중인 수도권의 퍼블릭 골프장이 있다. 이 세 골프장의 특성을 잘 살려 조화롭게 운영하면서 수익사업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하고 있다.



 - 외국 명문 골프장과 같이 그린피 차별화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간헐적으로 들린다.

 현재의 추세대로 골프장의 수요와 공급이 가속화되다 보면 골퍼들은 그들만의 필요에 따라 골프장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골프장의 품격이 차별화될 것이며 그린피 또한 자연스럽게 차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골프장 눈치 볼 필요는 없다. 요금이 차별화된다고 해서 골프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이 먼저 변화하고 발전한다면 그린피 차별화 문제는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교통정리가 될 것이다.

 - 그린이 매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 스피드는 골프장 관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우리 골프장의 그린은 빠르다는 표현보다 ‘그린 스피드가 좋다’고 말하고 싶다. 관리가 잘 된 그린은 그린의 스피드가 빠르면서 동일한 컨디션을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인데 여기에 특별한 노하우가 숨어 있다.



 - 파인크리크CC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많은 골프장이 계단식으로 산을 깎아서 만든 인위적인 골프장이라면 우리는 자연지형을 살린 자연친화적 골프장이라고 자부한다. 따라서 지형과 숲, 꽃 그리고 물이 잘 조화를 이뤄 자주 오는 플레이어라도 날씨마다, 계절마다 풍광이 다르다. 자연의 변화를 잘 반영하기 때문에 느낌과 컨디션이 다르다.



 - 한국 10대 골프장으로 연속 선정되기도 했는데 세계 100대 골프장도 욕심을 내볼 만하지 않은가.

 최근 3년 연속 한국 10대 골프장으로 선정된 것도 무척 영광스럽다. 이는 우리의 노력보다 플레이한 내장객들의 소문 덕이라 생각한다. 이미 한국의 몇몇 골프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코스와 조경, 서비스 등에서 수준급이다. 물론 경영자로서 세계 100대 골프장에 든다는 것은 매우 영광된 일이고 욕심나는 일이다. 지금 파크리크CC는 역사와 전통을 쌓아가는 중이고 내부적으로 전 종사원이 최고의 명문 골프장 건설이라는 자부심으로 임하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병행된다면 세계 100대 골프장에 선정되는 날도 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 파인크리크CC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 같다. 인지도 제고를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동양그룹의 칼라가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대외적으로 화려하게 포장하기보다는 탄탄한 내실과 완벽함을 추구하다보니 진흙 속의 진주랄까. 내공에 중점을 두고 운영해 온 것이 사실이다. 골프대회를 하게 되면 매스컴에도 노출되고 홍보효과도 높아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대회유치에 대한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우리 회원들의 권익보호와 다소 상충되기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싶다.



 - 향후 동양레저의 골프장사업 구상에 대해 말해 달라.

 최근 보도된 바와 같이 국내 골프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공급이 미치지 못해 외국으로 그 자본이 유출되는, 국익에도 저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골프장사업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고 현재도 수도권에 퍼블릭 18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확대보다는 질적인 면을 충분히 감안하고 시장동향도 고려하면서 장기적인 수요공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는 3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각기 다른 특성을 살려 차별화된 골프장사업으로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