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명성황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본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연출 윤호진)가 10돌을 맞아 기념 무대를 연다. ‘명성황후’는 지난 1995년 12월30일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에 맞춰 처음 관객을 만난 뒤 국내외에서 580회 무대에 올려져 77만명의 관객을 모은 작품으로, 미국·영국·캐나다 등 6차례 해외 공연을 통해 한국을 세계에 알렸다.

 창작 뮤지컬로는 보기 드문 생명력을 지닌 ‘명성황후’는 우리 문화계 최고 인물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관심을 모았다. 원작 이문열에 각색 김광림, 작곡 김희갑, 작사 양인자, 무대미술 박동우, 안무 서병구, 의상 김현숙.

 4년간 치밀한 준비를 거친 ‘명성황후’는 답답한 역사극일 거라는 편견을 깨뜨린 음악, 이중 회전무대를 바탕으로 한 30여회의 무대 전환,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기는 의상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2월4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이태원·이상은·김원정이 명성황후 역을, 윤영석·서영주가 고종 역을, 서범석·이필승이 홍계훈 장군 역을 각각 맡는다.

 문의 02-580-1300

 ■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수녀원을 벗어난 마리아가 산에서 부르는 ‘사운드 오브 뮤직’, 천둥소리에 무서워하는 아이를 달래주는 요들송의 ‘외로운 양치기’(the lonely goatherd), 본트랩 대령의 노래 ‘에델바이스’. 브로드웨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채우는 감미로운 곡들이다. 2월12일부터 20일까지 이 멜로디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들을 수 있다. 1998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팀의 무대.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59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출발, 줄리 앤드류스와 크리스토퍼 플러머 주연 영화로 유명해졌다. 배경은 알프스 아름다운 자연. 견습 수녀 마리아는 노래를 좋아한 나머지 미사도 까먹을 정도지만 쾌활한 성격이다. 명문 트랩 가문의 가정교사로 7명의 아이들을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 전쟁 등 고난을 이겨내는 밝은 이야기 전개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장면과 노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뮤지컬의 또 다른 매력이다. 제니퍼 셈릭이 마리아로, 짐 볼라드가 본 트랩 대령 역을 맡는다. 화려한 오리지널 무대 세트가 공수돼 12번의 무대 전환 등 다양한 볼거리로 꾸며진다. 문의 02-586-1242

 ■ 연극 ‘만파식적’

 극단 목화의 연출가 오태석이 우리 고전과 신화를 캔다. 2년 만의 신작 ‘만파식적’(萬波息笛)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기적의 피리 설화를 통해 남북 분단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품. 모친상을 당한 주인공 종수는 꿈속에서 6.25 때 납북된 아버지를 찾아 함경도로 간다. 신라 신문왕(神文王)의 도움으로 만난 북한 가족들은 ‘남한이 지내기 편하다는 걸 증명하고 아버지를 데려가라’고 한다. 종수는 지하철역에서 ‘빌린 우산 돌려주기’ 캠페인을 벌인다. 남한 사회의 건강성에 대한 진단이다.

 이 연극에는 ‘자전거’ ‘운상각’에서 비쳤던 전쟁과 이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50년 이상 헤어진 남과 북을 만나게 하려는 욕망은 오태석을 한국의 신화와 고전으로 이끌었다. “세상은 각박해지고 어디서부터 헝클어졌는지 답이 안 나올 때 고전을 들추면 거기 지혜가 있더라”는 그의 말을 곱씹어 볼 만하다. 남과 북이 자꾸 살을 비벼야 새 세상이 열린다는 얘기.

이 연극은 실화의 매듭도 지니고 있다. 6.25 때 납북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네 자식을 키운 오태석의 노모는 지난해 1월1일 영영 눈을 감았고, 장남(오태석)은 어머니의 묘에 아버지의 빈 관을 묻었다. 정진각·황정민·이명호 등 목화 배우 30명이 출연한다. 공연은 2월12일까지. 서울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문의 02-745-3966~7



 well-being  review

 

    2005년 한국과 체코 신년 음악회

 “한국은 진지, 체코는 경쾌”



 매년 1월 세계 각국은 신년 음악회로 새해 샴페인을 터트린다. 그 중 빈 필하모니 신년 음악회는 세계의 주목을 듬뿍 받고 있는 원조격. 신년 음악회와 관련된 필자의 오랜 불만은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이 빈 필하모니의 신년 음악회를 중계 방송하지 않아서 볼 수 없게 됐다는 것과, 국내에서는 신년 음악회가 1월1일 당일에 열리지 않는다는 점 두 가지였다.

 이번 2005년 을유년에도 국내에서 전 세계 음악팬들의 관심사인 빈 필하모니의 신년 음악회의 즐거움은 함께 나눌 수 없었지만 대신 우리 신년 음악회를 1월1일에 즐길 수 있었다. 또 체코 현지에서 야나체크 필하모니 오스트라바의 신년 음악회를 지켜봤다.

 신년 음악회로 한 국가가 새해를 맞는 풍경을 엿볼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신년 음악회는 확실히 근엄하고 장중한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빈의 신년 음악회가 요한 슈트라우스 가문의 왈츠와 폴카, 행진곡 같은 가벼운 곡으로 흥겹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는 분위기의 즐거운 음악회라고 한다면, 우리 예술의전당 신년 음악회는 ‘근하신년’이라고 적혀 있는 점잖고 진지한 연하장을 받는 기분이었다.

 전날 밤에 있었던 제야 음악회의 흥겨움을 떠올려 보면서 1월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았고 정명훈이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한국 신년을 맞았다.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이경숙은 웬만한 보통 피아노 협주곡보다 3배 이상 길이를 가졌다고 하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이라는 진중한 레퍼토리로 무게감 있는 한국형 신년 음악회를 열었다.

 서울에서 신년 음악회를 감상하고 빈을 거쳐 1월5일과 6일 체코 동부 모라비아 지방의 폴란드 인접 중공업 도시 하리조프와 오스트라바에서 페트르 브론스키가 지휘하는 야나체크 필하모니 오스트라바 신년 음악회를 지켜봤다. 야나체크 필 오스트라바는 이미 테너 콘서트 등을 통해 성악 반주에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오케스트라다.

 오스트라바시는 호세 카레라스 공연을 이미 치렀고 오는 3월20일에는 파바로티의 2005 마지막 세계 순회공연이 잡혀 있는 등 음악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체코 도시이기도 하다.

 이번 신년 음악회에서는 체코의 국민 소프라노인 에바 우르바노바와 한국 테너 류정필이 듀엣으로 출연해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로 체코 신년을 밝혔다. 우르바노바는 칠레아 오페라 ‘아드리아나 르쿠브뢰’의 ‘난 비천한 하녀가 아니에요’, 레온카발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산투차의 아리아 ‘어머니도 알다시피’ 등으로 관록의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또 류정필은 특유의 라틴적 열정과 빛나는 적포도주빛 음성으로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가운데 ‘남몰래 흘리는 눈물’,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중 ‘안녕, 사랑의 보금자리’와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 등 아리아를 열창해 체코 청중의 뜨거운 박수와 브라보 환호를 받으면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신고했다. 특히 오페라 ‘아를의 여인’ 중 ‘페데리코의 탄식’은 오스트라바에서 초연, 청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았으며, 우르바노바와 류정필이 함께한 토스카 1막 2중창은 백전노장의 안정감과 신성 테너의 치열함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또 지휘자 페트르 브론스키는 몇몇 바뀐 곡들을 재치 있는 해설로 청중에게 설명해 공연을 즐거운 분위기로 이끌어 주었다.

 두 번째 날인 6일 오스트라바 공연에서는 감기로 결장한 우르바노바 없이 테너 류정필이 혼자 공연을 치러내 사실상 야나체크 필 오스트라바 신년 음악회는 류정필 독창회가 되었다. 푸치니 가수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테너 류정필은 객석을 가득 메운 체코 청중을 황홀하게 만들어 주며 기립박수를 받았다.

 내년에는 또 어떤 신년 음악회를 어디에서 보게 될까.

박돈규 조선일보 문화부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