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한 질문으로 남을 골탕 먹이기 좋아하는 관리가 있었다. 유명한 소설가이자 목사인 스위프트를 만난 자리에서도 그의 악취미는 어김없이 발동했다. 관리가 거드름을 피우며 스위프트에게 물었다.

 “선생, 악마와 목사 사이에 소송이 일어난다면 어느 쪽이 이기겠습니까?”

 “당연히 악마가 이기지 않겠소.”

 “참으로 뜻밖의 대답이군요. 그 이유가 뭔가요?”

 스위프트는 여유 있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야, 관청의 관리들이 모두 악마 편이기 때문이지요.”

 이 말을 들은 관리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그 자리를 떠났다.



 지난해 11월 초 영국 왕립예술협회(The Royal Society of Arts, www.rsa.org.uk)는 미국, 이탈리아, 인도 등 주요 외국인들과 런던에 주재한 외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영국인다움’(Britishness)과 관련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설문 결과 거의 모든 설문 대상 외국인들은 영국인들의 유머 감각을 총명함(cleverness)과 연관시켜 영국인들만의 특유한 이미지로서 영국인다움을 대표하는 특성이라고 꼽았다.

 영국식 유머(British humour)는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다. 여기에는 영국식 유머를 브랜드한 것으로 평가받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영국 출신의 리처드 커티스의 ‘노팅힐’,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브릿지 존스의 일기’와 가장 최근인 2003년 연말의 ‘러브 액추얼리’ 등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가 큰 역할을 했다.

 영국인들에게는 일상의 모든 것이 유머의 대상이 된다. 유머의 일상화라고나 할까? 특히 영국인들은 자신들도 유머의 대상으로 삼는 반면에 미국인들의 경우는 자신들을 유머의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영어를 사용하고 코미디나 시트콤 등 TV 프로그램이 양 문화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는 있지만, 미국에서와 똑같은 형식의 ‘Tonight’ 쇼가 영국에는 없는 것처럼 영국인과 미국인이 생각하는 유머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비단 영국에 국한된 것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유머에도 등급이 있다. 즉 사회계층에 따라 유머의 소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영국의 유머는 크게 노동자 계층, 중산층과 상류층 세 가지로 구분해서 볼 수 있는데, 노동자 계층이 주로 구사하는 화장실과 관련된 유머를 상류 계층에게 이야기해 본들 공감대를 얻기는 힘들다. 반대로 헌팅과 관련된 유머를 노동자 계층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유명한 추리소설가 애거서 크리스티를 보고 고고학자가 남편감으로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고학자는 여자가 바랄 수 있는 남편감 치고는 더없이 좋다”고 대답했다.

 고고학자가 “어째서 그렇죠?”하고 캐묻자,

 “간단한 이야기예요. 여자의 나이가 들수록 아내에 대한 남편의 관심은 커질 것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우리가 눈여겨볼 영국식 유머의 특징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이다. 영국인들이 유럽인들 가운데 가장 독서량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결국 독서량이 유머 왕국 영국을 만든 셈이다.

이수정 KOTRA 런던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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