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 달성 등 놀라운 경영 성과를 나타내며 재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SK네트웍스 정만원 사장은 ‘독서광’으로 정평이 나 있다.

 1년에 1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실제로 2004년에 정말 105권의 책을 읽었다. 대한민국 성인들의 연평균 독서량이 11권이란 점에 비춰보면, 정사장은에게 독서광이란 수식어를 사용했다고 시비 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독도 여간한 다독이 아닌 셈인데, 정 사장의 독서 분야는 경영 전략, 경제, 마케팅, 리더십 등 회사 업무와 관련된 서적에서부터 과학, 역사, 고전, 커뮤니케이션, 명상 등 교양서적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도서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독서 방법이다.

 “읽고 싶은 책을 사다가 눈에 잘 보이게 책상 위에 쌓아 놓습니다. 그리고 읽지 못한 책을 볼 때마다 저의 게으름을 탓하면서 스스로에게 독서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는 거죠. 하지만 막상 책을 손에 든 다음부터는 책과 함께 놉니다. 꼭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지도 않아요. 목차에서 관심 있는 부분을 골라 먼저 읽거나, 뒤에서부터 읽기도 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펼쳐서 읽기도 합니다. 아주 바쁠 때는 도표나 그림만 봅니다. 핵심적인 내용이 그 속에 있기 때문이죠.”

 그야말로 ‘책 위에서 논다’는 기분으로 독서를 하는 그이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책은 좀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를 몇 차례씩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20~30회까지 읽기도 한다.

 꽉 찬 스케줄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는다는 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독서법을 전파하며,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급격히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독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 정 사장의 신조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5년 후를 준비하며 살자고 다짐했는데, 독서가 그 실천 전략이었습니다. 77년 입사 후부터 지금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전문서적 한 권, 교양서적 한 권을 골라서 읽어온 축적된 지식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고 확신합니다.” 

 <이코노미플러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정 사장은  <Good to Great>와 <서번트 리더십>,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을 권했다. <Good to Great>는 존속과 성장을 한 기업의 리더가 어떤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가를 예리하게 분석한 책이고, <서번트 리더십>은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며, 종업원겙恣?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을 말하고 있다. <상자~>는 ‘자기기만’이 어떻게 리더십과 팀워크, 의사소통, 책임, 동기 부여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바로 이런 상자에서 벗어나는 것이 조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임을 강조한 책이라고.

 정 사장은 지난주 여덟 권으로 된 <불멸의 이순신>을 읽었고, 지금은 <단군조선사>와 <19단의 비밀 다음은 인도다>를 읽고 있다. <단군조선사>는 틈틈이 탐구해 오던 우리 민족의 뿌리와 신바람 문화, 유목민(Nomad)적 기질에 대한 나름대로의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읽었고, <19단의~>는 SK네트웍스의 중국 진출 전략이 지난해 마무리된 데 이어 인도 진출 전략을 단단히 하기 위해 근래 들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인도 관련 서적이다.

 CEO의 책무는 기업의 10년 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정만원 사장. 그의 손에서 책이 떠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