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12달러99센트인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멤버십에 가입하면 PGA투어가 주관하는 대회들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들의 경기를 실시간 중계로 볼 수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앱을 통해 TV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650여 개의 연결된 장치에서 볼 수 있다. 사진 아마존
한 달 12달러99센트인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멤버십에 가입하면 PGA투어가 주관하는 대회들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들의 경기를 실시간 중계로 볼 수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앱을 통해 TV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650여 개의 연결된 장치에서 볼 수 있다. 사진 아마존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현재 진행 중인 2020-2021시즌을 ‘슈퍼 시즌’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한 시즌에 6개의 메이저 대회를 치르게 된 데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포함한 12월 혹한기를 제외하고는 빈틈없이 50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슈퍼 시즌’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예정이었던 마스터스와 6월 예정이었던 US오픈을 각각 지난해 11월과 9월로 옮겨 치른 데 이어 올해는 원래 일정대로 치르기 때문에 사상 초유의 한 시즌 6개 메이저 대회가 열리게 됐다. PGA투어도 코로나19 사태 직후 3개월가량 대회를 열지 못했고, 투어 재개 이후에도 대부분 무관중이나 예년보다 훨씬 적은 관중만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다른 골프 투어 기구나 다른 스포츠 단체에 비하면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스폰서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던 CJ컵과 조조 챔피언십은 선수들 이동에 어려움이 많다며 미국으로 장소를 옮겨 치렀다. 후원사 입장에선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대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PGA투어가 대회 스폰서십 계약을 맺을 때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것은 한 시즌에 열 수 있는 대회 수는 한정적인 데 비해 PGA투어를 열고 싶어하는 전 세계 스폰서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PGA투어는 1부 투어 외에도 2부 투어, 50세 이상 선수가 참가하는 챔피언스투어까지 탄탄한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있다. 도대체 PGA투어의 세일즈 포인트는 무엇일까. 미국의 4대 프로 스포츠인 NFL(미 프로풋볼), NBA(미 프로농구), MLB(메이저리그 야구), NHL( 북미 아이스하키리그)의 틈바구니에서도 PGA투어가 이렇게 성행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PGA투어가 스폰서십 ‘맛집’된 비결

현재 PGA투어는 47개의 파트너 기업을 확보하고 있다. 주요 기업만 따져도 롤렉스, 코카콜라, 시티은행, 페덱스, 아비스, 찰스 슈와브, 하와이 관광청, 존 디어, 브리지스톤, 코니카 미놀타, 콘 페리, 맥킨지, 메이오미, 미셸롭 울트라 등 다종다양한 업종의 스폰서를 확보하고 있다.

골프는 대회 특성과 독특한 고객층 덕분에 다양한 스폰서 기업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골프는 매우 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흐름으로 대회가 이뤄진다. 참가 선수들은 실력과 순위에 관계없이 모두 한 공간에서 티업하고 마지막 홀에서 다시 모여 경기를 마친다. 방송 카메라도 대회가 시작하는 1번 홀 티 박스와 대회가 막을 내리는 18번 홀 그린 주변에 몰린다. 바로 이곳에서 스폰서 기업들의 기업 로고 및 배너 광고, 대회 경품 진열 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후원 기업의 관심을 끌기 유리하다. 선수들이 샷을 하는 모습은 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정지 화면이나 다름없다. 화면에 잡히는 후원 기업들의 로고에 눈이 머물기 쉽다.

같은 장소에서 나흘 동안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들은 골프장 내 이벤트 장소를 빌려 VIP 고객들을 접대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B2B 업무 협약도 모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게 된다.

PGA투어는 이미 후원 기업들이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3월 2일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 웹 서비스의 머신 러닝, 디지털 저장, 데이터 분석, 시각화 서비스 기능을 통해 PGA투어의 고객 서비스를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매 대회 촬영하는 수천 시간의 영상을 아마존 웹 서비스의 디지털 큐레이팅을 통해 고객 맞춤 내용 및 형태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더 많은 골프팬과 후원 기업을 찾는 데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한 시즌 50개 대회가 열릴 정도로 전 세계 기업들과 돈독한 스폰서십을 맺고 있다. 2018년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PGA 투어 CJ컵 18번 홀 주변. 챔피언이 결정되고 인터뷰와 시상식이 진행되는 18번 홀에는 대형 호스피탤리티 텐트를 비롯해 홍보 시설이 집중된다. 사진 민학수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한 시즌 50개 대회가 열릴 정도로 전 세계 기업들과 돈독한 스폰서십을 맺고 있다. 2018년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PGA 투어 CJ컵 18번 홀 주변. 챔피언이 결정되고 인터뷰와 시상식이 진행되는 18번 홀에는 대형 호스피탤리티 텐트를 비롯해 홍보 시설이 집중된다. 사진 민학수 기자

TV 중계권도 미디어 콘텐츠로 의미 확대

PGA투어가 적극적으로 디지털 제국으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전통 스포츠인 골프에 IT 업체들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2월 9일 IT 솔루션 업체인 코그니전트(Cognizant)는 PGA투어와 프레지던츠컵 글로벌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프레지던츠컵은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 연합팀 간 골프 대항전이다. 코그니전트는 동시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LPGA 파운더스 컵 타이틀 스폰서로 참가하게 되었다.

코그니전트는 PGA투어, LPGA투어와의 후원 계약을 통해 대회 현장 내에서의 프로모션뿐만 아니라 이 대회와 관련된 다양한 기업들(다른 후원 기업뿐만 아니라 스포츠 대회 관계 기관 포함)과의 B2B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솔루션 기업으로서 후원 대회 관련 온라인 프로모션을 통해 기업의 인지도 제고 및 잠재 고객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는 것이다.

스폰서십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대회의 ‘현장 프로모션(onsite promotion)’이다.

예전처럼 경기장 안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저렴한 기념품을 제공하는 행사를 통해서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세상의 경계가 빠르게 디지털 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IT 기술의 접목을 통해 팬과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원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통한 팬 경험을 증대시킬 수 있는 세련된 전략이 필요하다.

스포츠 경기를 방송할 수 있는 권리인 ‘중계권(Media rights)’의 의미도 점차 ‘미디어 콘텐츠’로 확대되고 있다. PGA투어와 아마존 웹 서비스의 제휴에는 이런 변화가 깔려 있다. PGA투어의 경기 내용과 선수들 인터뷰 등 기존에 단면적으로 활용되던 콘텐츠를 고객 맞춤 큐레이팅 작업을 거쳐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상품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후원 기업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몸집은 풍선처럼 부풀고 있는데 자생력이라는 근육이 좀처럼 붙지 않는 한국 스포츠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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